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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지긋지긋한 가위... 이럴땐 남편이 든든하다

by 낭시댁 2017. 5. 15.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최근에는 잠을 굉장히 깊이 잔다는 느낌이 든다. 커피를 끊어서 그런가... 

꿈도 잘 꾸지 않는데 이날에는 정말 꿈이 기괴했다. 악몽에서 깨어보니 여전히 꿈 상태였다. 

무서운 악몽중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와서 위로받고 엉엉 울다가 잠에서 깼는데 여전히 꿈속이었다. 또다른 악몽에 괴로워하다가 이제 정말 깨어났을때 옆에 남편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아 꿈이었구나.. 

순간 너무 안심하며 옆에 남편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 런 데... 금방까지 옆에서 코를 골던 남편은 온데간데 없었고 내가 끌어안은것은 텅빈 이불더미일 뿐이었다. 정신이 번쩍들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었다. 남편은 아직 옆방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던것이다. 바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남편에게로 달려갔다. 정신없이 미드를 보던 남편이 이시간에 달려와 안기는 나를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잠이 안와?"

"아니 자다가 꿈에.. 또 꿈을 꿨는데..."

"엥? 너 울어? 뭔일인데"

"악몽.. 꿈속에서 꿈을 또 꿨다가.."

"니가 하는말 하나도 못알아듣겠다. 알았어 알았어 진정해" 

아 이럴때 귀싱꿍꿔또가 나오는타이밍이구나 ㅎㅎㅎㅎ 아무튼 숨쉬는 실제 남편의 허리에 매달려있으니 좀 기분이 나아졌다. 

남편이 티비를 끄고 같이 침실로 돌아왔다. 아직도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정말 오랜만에 꾼 악몽이다. 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는 기억이 다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냥 너무 서러운 기분이 복받쳤다. 

그래도 한밤중에 악몽에서 깨어났을때 혼자였다면 얼마나 더 서러웠을까. 

 

필리핀에 혼자 살때는 너무 외로웠을때라 그랬나 가위도 자주 눌리고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상태로 별 희한한걸 많이 겪었다. 

낮잠자다가 나를 깨우는 울언니 목소리를 종종 듣기도 했고 어떨때는 자고 일어났더니 침대맡에 누가 시커멓게 돌아 앉아있는걸 보고 외할머닌줄 알고 불렀다가 내 목소리에 내가 놀라서 정신이 든적도 있다. 그집에서만 유독 이런일이 많았는데, 밤에 자다가 추워서 보니 발밑으로 이불이 다 떨어져있길래 이불을 땡겼는데 전날 본 그 시커먼 사람이 침대 밑에 있다가 이불에 딸려 일어서서 나에게 양팔을 막 휘저은적이 있었다. 또 한날은 옆으로 돌아누워서 자는데 등뒤에 누군가가 내 침대 위에서 계속 부스럭 거리며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내가 무서워서 살그머니 리모콘으로 티비 전원 버튼을 누르자 등뒤에서 손이 내 허리위로 올라와서 다시 전원을 껐다. ㅠ.ㅠ 아마 생시는 아니고 꿈에서 덜 깬 상태였던것 같다. 그래도 그때를 기억하면 너무 생생히 느껴져서 여전히 소름이 돋는다. 

자서방은 이런얘기를 하면 웃는다. 유럽에서 귀신 믿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며 ㅎㅎ 귀신따위는 믿지를 않는다. 그래서 차라리 옆에 있으면 뭔가 더 든든한 느낌이 든다. 음침한 기운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ㅎ 

그래도 남편아 이제 티비좀 줄이고 일찍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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