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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어머니의 보물창고 뒤뜰에서 힐링하는 순간

by 낭시댁 2017. 6. 23.

어제까지 그렇게나 덥더니 오늘부터는 기온이 뚝 떨어졌다.
프랑스 오기전에 옷을 챙길때 시어머니께 미리 날씨를 여쭤봤더니 이동네는 여름에도 많이 덥지 않으니 긴옷도 챙기라고 하셨는데 막상 도착하고보니 너무 더워서 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더위가 오래가진 않을거라하셨는데 정말 하루 아침에 여름이 끝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날씨가 서늘해졌다.

점심을 먹고서 소파에서 뒹굴거리고 있자니 우리 자서방이 나더러 너무 게을러졌다고 핀잔을 줬다. 시어머니께서는  오늘 선선하니 날이 좋다며 뒤뜰에 의자를 펴 주셨다. 직접 누워서 등받이를 어떻게 눕히는지도 손수 시범을 보여주신후 들어가셨다.

 

 나무 그늘에 누워서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감상했다.

이건 어렸을때 시골에서 보던 탱자같이 생겼는데, 레몬이라고 하셨다. 저기 너머에 보이는 큰 나무는 채리나무라 하신다. 빨간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렸는데 너무 높다. 

이건 자두같이 생겼는데 나중에 저녁먹다가 물어보니 미라벨이라고 어머님께서 알려주셨다. 

"미라벨이요? 옆집에 배나무가 있길래 부러웠는데 미라벨이 훨씬 좋아요. 근데 작년 여름에 왔을땐 미라벨을 못봤는데요?"

"아 작년에는 나무가 어려서 몇개 안열렸었는데 너희 오기전에 다 따먹었지. 미안 호호"

 

 

힝 나 미라벨 진짜 좋아하는데. 작년에 여름에 왔을때 많이 먹고 가긴했다. 시아버지 친구분한테 사오셨다며 큰 상자로 한가득 있어서 눈뜨자마자 하나씩 들고 먹었었다. 저녁에는 시어머니가 구워주신 미라벨 파이도 질릴때까지 먹었다. 

​우리 시어머니는 정원가꾸기를 굉장히 좋아하신다. 낮에 시어머니가 안보일때면 항상 뜰에 나가 계시니까-

​아기자기 예쁜것도 참 많다. 

아 이 나비를 보니까.. 어제 모우웬이 잡아온 너덜너덜해진 나비가 생각나 ㅠ.ㅠ 

내가 비명을 질렀더니 모웬이 나비를 가지고 놀다말고 두눈 똥그랗게 뜨고서 나비를 물고 있는채로 나를 쳐다봤드랬다. 자서방이 언능 달려와서 나비를 빼앗아서 던져버리는걸 보고는 슬그머니 모우웬한테 사과했다. 괜히 나땜에 나비 잃어버려서 미안하다고 ㅎㅎ  

뒤뜰 구석에는 파나 상추같은 채소도 기르신다. 사실 이건 뭔지 모르겠다. 

태국에서 자서방이 올때 한번씩 무슨 채소 씨앗같은거도 종종 사다드리곤 한다.

​레몬 나무에서는 제법 알이 굵은 레몬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나무에 매달린 부엉이가 바람이 불때마다 나풀나풀거린다.​

도자기 버섯들도 너무 아기자기해~​

이건 손주들 어릴적 타고 놀던 타이어 그네. 이제 타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흉물이 돼가는중. 내가 타도 되는데..

하늘 참 파랗다. 

많이 덥지도 않고 바람도 솔솔 부니 어릴적 향수가 마구 불어온다. 

나무 그늘에 누워있으려니 태국에 두고 온 온갖 머리아픈 일들이 말끔히 지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일상으로 복귀하면 다시 나를 괴롭히겠지. 

자서방이 이번 휴가를 떠나오면서 말했다. 그동안 일때문에 너무 고생했으니 이번 휴가로 다 씻어버리고 오자고. 그래.. 그렇게 될 것 같아. 머릿속은 씻어가는 중이지만 실은 여전히 몸은 만성 피로에 고생중인 상태다. 

사는게 맘같지가 않지만 그래도 시댁으로 휴가를 올때만큼은 항상 충전을 제대로 하고 간다는 생각이 든다. 시부모님의 밝고 기운찬 에너지를 받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무엇보다 부모님께 다정한 자서방의 모습을 보는게 참 좋다. 

힘내서 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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