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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예쁜 프랑스 친척집 방문기 (시어머니와 사촌언니의 상봉기)

by 낭시댁 2017. 7. 31.

작년에 시댁에 있을때 가족이나 친척이 많지 않은 우리 시어머니를 찾아오신 아름답고 우아한 한 여성분을 기억한다. 나를 보자마자 얼굴에 뽀뽀 세례를 퍼부으며 예쁘다고 계속 말씀하셔서 내가 매우 기분이 좋았더랬다. 다음에 프랑스에 오면 꼭 자기네 집에 놀러와야 한다고 약속을 받고 가셨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 시어머니의 사촌언니셨다. (여든이라고 하셔서 얼마나 놀랬던지..)

이번에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시부모님과 자서방과 그분 댁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알자스에서 사온 초콜렛 케잌을 소중히 품으며 갔다.

 

시댁에서는 차로 10분정도밖에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였다.

시어머니께서 젊은시절 고향에서 멀리멀리 떠나서 낭시로 오신거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사촌언니가 있어서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어머니의 사촌언니네 집은 들어서자마자 으리으리했다.

넓은 거실뿐 아니라 복도나 부엌 그리고 모든 방 곳곳에 멋진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고급스럽거나 클래식해 보이는 가구들로 채워져 있었다. 잡동사니나 흐트러진 모습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벽에 걸린 그림들중 서명이 없는건 시어머니의 사촌언니, 그러니까 사촌할머니 이모 할머니(?)께서 취미로 직접 그리신 거라고 했다. 여든의 연세지만 젊고 활기가 넘치시는 멋진 분이셨다.

나를 위해 집안 곳곳을 구경시켜 주셨다. 집이 굉장히 넓고 좋았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테라스에서 바베큐를 해먹는거였는데 날씨때문에 실내에서 해결해야 하겠다며 매우 아쉬워하셨다. 테라스도 너무 넓고 무엇보다 낭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너무 좋았다.

 

거실로 다시 돌아오니 샴페인과 다양한 핑거푸드가 준비돼 있었다.

팬케잌 위에 생선알 등이 얹어져 있었는데 정성이 가득해 보였다. 식사 전에 이걸 너무 많이 먹어서 이미 배가 반이상 불러버렸다. 샴페인도 두잔이나 마시는 바람에 이미 알딸딸..

 

소파 내 옆자리에 계속 조용히 앉아있던 요 녀석은 "티타"라는 이름을 가진 브리티시 롱헤어라고 한다. 숏헤어만 들어봤지 롱헤어는 처음 보았다.

근데 요자리가 티타의 스팟이라 꼭 요기만 앉는다고 한다. 내가 쓰다듬으니 꿈쩍도 안한다.

사촌할머니의 남자친구 (남편인지 알았는데 남편과 사별후에 만난 남친이라고 하셨다)가 티타는 유럽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로 뽑힌적이 있다고 했다.. 

대체 어디가... 싶어서 ㅋㅋㅋㅋ 여러번 얼굴을 쳐다보고 사진을 찍었더니 성가셨는지 티타가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런데 내가 티타 티타하고 몇번 불렀더니 가다말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하하 신기방기.. 말귀를 정말 알아듣는 고양이라니.. 

하긴 다들 말귀는 알아듣지만 못들은척 하는것 뿐이겠지..ㅎ

 

이방인인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또다른 고양이가 있었다. 

이름이 일루-

 

나이가 20이 다됐고 눈도 잘 안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맨날 안고 계시다고.. 가엾어라..

 

길고긴 샴페인타임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식사를 위해 부엌으로 다같이 이동했다.

할아버지께서 앉을 자리를 정해 주셨다. 특별히 나는 본인 옆자리로 앉히시고는 음식이나 와인에 대해서 친절하게 추가 설명을 해 주시며 더 많이 챙겨주셨다.

이모할머니께서 카타로그에 있는 고급스러운 라운드 테이블 사진을 보여주시며 테이블을 교체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왜 교체하세요? 지금 테이블도 너무 예뻐요. 지금 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이즈와 모양인것 같아요. 라운드 테이블은 이곳에 별로 안어울릴것 같아요. 그리고 엄청 비싸네요" 

 

라고 말했더니 이모할머니께서 내 머리를 꼬옥 안아주시며 이마에 뽀뽀 세례를 주시며 말씀하셨다.

 

"오 사랑스러운것~ 너의 한마디로 얼마를 절약하게 되었는지 넌 모를거다. 결정하는데 도움을 줘서 정말 고마워. 네 말이 맞는것 같아"

 

 

자서방이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이모할머니께선 젊을적 세계 여러나라를 많이 여행하셨고 특히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많은 가구나 기념품들을 모으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영어도 굉장히 잘하셨다.

예쁜 와인잔에 화이트와인이 따라졌다. 

앞서 마신 샴페인 두잔에 이미 내 정신이 붕 뜨고 있는 상태였다.

식기들도 참 고급스러워 보였다. 

내 경험상 프랑스인들에게 식사 초대를 받았을때 식기에 대해 칭찬을 하면 다들 굉장히 좋아했다. 

특히 우리 시어머니께선 식기나 잔등을 자주 바꾸시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다. 

이번에도 잘 먹혔다.

전채요리는 오이와 토마토등을 갈아서 만든 냉스프였다.

스테이크는 할아버지께서 혼자 비오는 테라스에 나가서 구워오셨다. 

비를 맞지 않을 만큼 지붕이 있었다. 

자서방에게 나가서 도와드리라고 했더니 자서방은 갔다가 금새 거절을 당하고 그냥 돌아왔다. 

평소 나는 스테이크를 레어로 주문하곤 하는데 자서방이 프랑스에서는 내가 먹는 정도는 레어가 아니라 미디움 레어라고 했다.

 아시아에서는 스테이크를 주문한것 보다 더 익히고 있더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스테이크와 라따뚜이 그리고 가장 맛있었던 버섯 볶음. 오리 기름을 넣고 구운듯 한 정말 고소한 맛의 버섯이었다. 

내가 잘먹는걸 보고는 자서방이 나중에 남은 버섯을 모두 내 접시에 덜어 주었다.

난 치즈라고는 피자나 햄버거에 들어가 있을때만 즐기지 이렇게 따로 치즈만 즐겨먹지는 않는다.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이건 꼭 먹어봐야해, 냄새가 진하지 않으니 분명 맛있다고 할거야 하시며 치즈는 계속 잘라 주셨다. 

배가 불렀지만 계속 다 받아먹어서 배가 터질 것만 같았다.

아.. 우리가 가져온 케잌이 있었지;; 배 너무 부른데 이건 꼭 먹어야지..

 "다들 주목하세요~"

이렇게 말씀하신 할아버지는 포크로 케잌을 톡톡 두드려서 산산 조각을 내셨다. 

그걸 보고 엄청난 쇼를 보는 것 마냥 다들 손뼉을 치며 좋아하길래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하고 봤더니 안에 또다른 케잌이 들어있었다.

겉을 싸고 있던 단단한 초콜렛들이 부서졌고, 할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낸 케잌을 자르시는 동안 다들 부서진 초콜렛 조각들을 하나씩 손에 쥐고 깨물어 먹었다.

 

아 이거 정말 맛있었다. 

내가 지금껏 먹어본 그 어떤 초코케잌보다 맛있었다.

 바삭바삭 고소 달콤 정말 꽉찬 맛이었다.

 

요건 사촌 할머니께서 준비하신 또 다른 디저트

이제는 배도 부르고 사촌 할머니께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고향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두분이 가까이 지내셔서 너무 다행이라고, 어렸을때도 시어머니와 이렇게 각별하게 지내셨는지 여쭤봤다.

"우린 어렸을때 안 친했단다. 내가 마리엘을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어린 시절 모습은.. 내가 16살때, 그러니까 마리엘이 7살 꼬꼬마였을때지. 얘가 너무 어려서 놀아주지도 않았어. 그러다 나는 멀리 시집갔고 몇십년동안 연락은 커녕 완전히 잊고살다시피했지. 

내딸이 지체장애가 있는데 마침 치료도 받고 거주도 할 수 있는 좋은 장애아동 시설이 생겨서 거기에 내 딸을 등록하러 갔단다. 두번째 그곳을 방문하고 나오는 데, 얘가 팔짱을 끼고 내 앞을 가로막고 서있지 않겠니? 

나더러 그러더라, 

[나 모르겠어요? 정말 이러기에요? 나 마리엘이라구요!] 

라고 말하길래 처음엔 계속 마리엘이 누군지 나는 모른다고 했지뭐니, 하하하"

이 대목에서 온 식구들이 다 같이 웃었다. 

그 장애 아동 시설은 우리 시아버지께서 원장으로 계시던 곳인데 시어머니께서는 처음 본 순간 사촌언니를 알아보고 좋아하셨다고 한다.

 헌데 사촌언니는 두번을 보고도 못알아 보신거다. 

워낙 꼬꼬마때의 얼굴과 너무 달라져 있었다고 변명하셨다. ㅎㅎ

그래도 이렇게 먼곳에서 서로 의지하며 가까이 살고있는게 너무 행복해 보였다.   

어느새 해가 지고 시내의 야경이 테라스 너머에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집이 너무 예뻤다고 하자 시어머니께서는 다음에 더 예쁜집을 보여주시겠다고 하셨다. 

약간 질투하시는것도 같았다. ㅎㅎㅎ 

"사실 저는 시어머님댁이 더 좋아요. 저 집에는 정원이 없잖아요~" 

그제서야 시어머니께선 맞다고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셨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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