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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

감자탕집에서 목격한 사장님과 손님간의 실랑이

by 낭시댁 2017. 10. 9.

이바돔 감자탕, 예전에도 한번씩 가곤 했는데 최근에 이전하면서 놀이터가 엄청난 스케일로 바뀌는 바람에 가족외식때마다 더 자주 찾게 되었다.

추석연휴 기간이라 오늘도 하려나 전화해 보니 영업을 한다는 사장님의 말을 듣고 쪼무래기 조카 넷을 포함해서 온가족을 이끌고 이른 외식을 나갔다. 사실 나와 울언니, 새언니 셋은 점심때를 놓쳐서 늦은 점심대신 이른 저녁을 택하여 부모님과 오빠보다 더 일찍 쪼무래기들을 이끌고 나섰다.

정문에는 추석 연휴기간동안에는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는 영업을 준비하는 시간이라 잠시 운영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아직 4시가 안된 시간이었고 쪼무래기들은 사장님의 배려로 놀이터에 풀어(?) 놓고 우리끼리 앞에서 수다를 떨며 앉아서 기다렸다.

 

 

 

 

정말 인기가 많긴 많은가보다. 오후 네시가 되자 앞에서 기다리던 손님들이 우르르르 몰려들었다. 포스있는 젊은 남자 사장님은 그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일이 인원수를 체크해 가며 한팀씩 입장 시켰다. 음식맛도 맛이지만 정말 이곳은 놀이터때문에 몰려드는듯.. 물론 맛도 있다.

한번에 너무 많은 손님들이 몰려들어오자 직원들이 모두 정신이 없어보였다.

음식을 주문하면서 소주를 같이 시켰는데 먼저 가져다준 소주잔 3개중에 2개는 살짝 깨져있어서 교환을 하기도 했다. 여기저기 손님들이 마구 벨을 눌렀고 젊은 직원들이 막 날라다녔다. 대부분 직원들이 고등학생정도로 어려보였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때, 바로 뒷테이블로 사장님이 맥주한병을 소중히 안고서 걸어가는걸 보고는 우리의 시선도 일제히 따라가게되었다. 40대 중반쯤의 부부가 있는 테이블로 가서 사장님이 굽신굽신하며 사과를 하는게 보였다.

"저희 알바생은 다시 교육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맥주한병 드려요.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뭐 이런 대화였다. 대체 무슨 잘못인가싶어서 자세히 들었는데 대화를 들어보니 대충 어린 알바생이 맥주컵을 갖다주면서 손으로 입대는 부분을 잡고 서빙을 했다는 내용같았다. 맥주컵을 들고서 설명하는게 보였다. 손에 뭐가 닿았듯 우리가 볼땐 별일이 아닌듯 했는데 그 손님들은 사장님이 직접와서 사과하게 한듯 했다. 사장님은 굽힌 허리를 계속 유지한채 사과를 이어갔지만 손님들은 쉽사리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 계속 컴플레인을 하고 있었다.

우리뿐 아니라 주변 다른 손님들도 모두 그 테이블에 시선이 집중돼 있었다. 대부분 아직 음식이 아직 안나와서 딱히 다른 할일도 없기도 했고 대체 얼마나 화가 많이나서 아직도 저러나 싶은맘도 있었다. 솔직히 그 손님들이 맥주말고 다른걸 더 바라나보다 싶었다.

허리를 굽힌 자세로 서서 연신 사과하던 사장님이 도저히 못참겠다 하는 표정으로 갑자기 허리를 펴고 일어서더니 큰소리로 그 손님에게 말했다. 감정의 레벨이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0에서 10으로 바로 넘어간듯-

"지금 저 협박하시는거에요? 계속 사과 드렸잖아요. 까페에 올리시고 싶으시면 올리셔도 됩니다. 저 여기 사장인데요 다시 안오고싶으시면 안오셔도 되고요. 우리 직원 교육은 제가 다시 시킬건데요, 이렇게 까지 계속 사과드렸는데도 그렇게 자꾸 말씀하시면요 저도 사람이라 서운합니다. 그냥 손님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계속 굽신할 줄 알았던 사장님이 갑자기 폭발하자 그 손님들도 당황한 표정. 까페 후기보고 찾아온건데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까페에 올리겠다, 이러면 적반하장아니냐 뭐 그런식으로 말했다. 사장님도 살짝 흥분해서는 모든 손님들이 다 들을수 있는 큰소리로, 지금껏 계속 사과드리지 않았냐, 잘못한거 인정하니까 이렇게 맥주도 가져온거다 했다. 당황한 손님들은 사장님한테 그러지말고 앉아서 좀 얘기하자고 하니까 사장님은 지금 바빠서 앉을 시간 없다고 자리를 뜨려고 했고 손님들은 이런 기분으로는 도저히 못먹는다며 일어났다. 참고로 음식은 지금막 서빙돼서 손도 안댄 상황임. 사장님은 식사는 안하시는건 손님 마음이지만 음식은 버릴수 없으니 계산은 다 하고가시라고 했고 손님들은 별 반박 못하고 그대로 퇴장했다. 저런저런...

우리 새언니 갑자기 뒤로 휙 돌아보며 상을 도로 치우고있는 직원들에게 웃으며 "저 반찬 안먹은건데 저 주시면 안될까요?" 해서 다들 웃었다.ㅎ

"이게 얼마나 맛있는건데... 암튼 저사람들 지금 속으로는 엄청 후회하겠다. 밖에서 줄서서 한참 기다렸다 들어왔는데 정작 암것도 먹지도 못하고 음식 나오자마자 그냥 가네..  배고프겠어.. 근데, 그래도 사장인데 손님한테 협박하는거냐는 말은 좀 심하지 않나?"

"언니, 우리가 다 듣지는 못했지만 저 사장님 꽤 많이 참은것 같애요. 솔직히 우리나라처럼 식당에서 서비스 좋은데도 없던데요? 우리는 팁도 안주잖아요. 돈내는 만큼만 바래야지 손님은 왕이라는 마인드로 시작해서 뭐 하나 걸리면 그걸로 크게 문제삼아서 뭐라도 더 보상 받으려는 사람들도 문제같애요. 물론 우리가 못본 정황도 있을수 있지만요"

"근데 뭐 잘못 한게 있으면 음식값이라도 더 깎아줄 수 있지 않나?"

"에이, 음식이 잘못된게 아니고 알바생이 맥주컵 서빙을 잘못해서 그런거잖아요. 음식이랑 전혀 상관없고 별로 크게 화낼 일도 아닌데 맥주컵도 새로 받고, 사장불러다 직접 사과받고 맥주한병 얻었으면 충분하지 않아요? 전 다른데서 음식에 머리카락 나와서 음식 교환한 적도 있지만 저렇게 사장이 직접 사과하면서 맥주도 갖다주는데는 못봤어요"  

우리 조카가 말했다. "고모, 우리 뒤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은 얘기하고 있어"

들어보니 뒤에 테이블에서도 토론중이었다. 다들 손님들이 좀 과했다는 반응이었다. 그정도 사과였으면 받아주고 넘겼어야지 하는.. 

우리언니 왈 "배고프겠다. 포장해달라했어야지.."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안타깝네.. 정말 포장해가지... 근데 화나서 나가는 표정을 보니 그런생각할 여유도 없었을듯... 뭐 음식에는 손도 안댄것 같으니 여기 직원들이라도 먹겠지뭐.. 설마 버릴라고.. 

 

여기 감자탕이랑 등뼈찜 정말 맛있다. 맛있게 냠냠하는데 알바생들이 바쁘게 술잔 서빙하면서도 몇번이나 신경쓰고 확인하는게 보였다. 뭐 저러면서 배우는거지ㅎ

 

나도 학교다닐때 알바 꽤 많이 했었다. 호프집 주말 알바, 방학때는 치맥집에서 직접 닭도 튀기고 안주 만들고 서빙하고, 백화점에서 쥬얼리샵이나 옷가게등등.. 실수도 꽤 많이 했지만 운좋게도 많이 화내는 손님이나 사장님을 한번도 만난적이 없었다. 오히려 열심히 일한다고 가끔 격려를 받았던 기억밖에는... 

그래서 나도 어린 알바생들을 보면 남일 같지가 않더라.. 

화내지마세요~ 웃으며 삽시다~ 웃음은 전염된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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