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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태국

치앙마이 랜턴축제 (러이끄라통)에 가다!

by 낭시댁 2017. 11. 4.


방콕에서 4년을 살면서 한번도 러이끄라통을 제대로 보러 간 적이 없었는데 치앙마이에 머무는 동안 마침 러이끄라통 기간이 겹쳐지게 되어 가보게 되었다. 

며칠전 자서방이 유투브 비디오로 치앙마이 러이끄라통에 대해서 보여주면서 꼭 가보라고 했는데 방콕에서처럼 강물위에 바나나잎이나 꽃으로 장식된 촛불을 띄우는 행사뿐만 아니라 하늘로 랜턴을 날리는것도 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비디오로 보는 화면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라푼젤의 한장면 같았다. 

더불어 자서방은 작년 태국에서 러이끄라통 기간에 총 189명이 사망 했으며 길위에서 혹은 물에 빠져서 사망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며, 엄청난 인파가 몰릴테니 조심 또 조심하라는 당부도 주었다.


올드타운 타페게이트에서 마사지도 받고 저녁도 먹고 해질때까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나니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드는게 보였다. 강물에 띄울 초나 하늘에 날린 랜턴을 파는 상인들이 늘어나고 그걸 앞다투어 구매하는 관광객들도 우르르 몰리는게 보였다. 괜히 덩달아서 우리도 랜턴을 하나에 40바트씩 주고 샀는데 나중에 보니 더 싸거나 더 예쁘거나 한 것들이 많아 미리 살 필요가 없었음을 깨달았다.


올드타운에서 매핑강으로 가는 길을 따라 양쪽으로 전등이 설치돼 있었고 그길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에 우리도 합류하였다.  

 


 


어느정도 걷다보니 바리케이트로 차량을 통제한 길이 나오고 수많은 랜턴들이 하늘로 띄워지는 광경을 볼 수가 있었다.


매핑강변을 따라 곳곳에서 이뤄지는 행사라 저 멀리서부터 바람을 따라 강물처럼 혹은 은하수처럼 수많은 랜턴들이 하늘에서 떠내려오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


일부는 렌턴 밑에 폭죽을 달아놔서 불꽃이 인파들 머리위로 떨어져내려 공포를 자아내기도 했고 폭죽의 기괴한 소리가 여기저기 끊임없이 들려서 노이로제가 생길뻔도 했다.


렌턴들이 하늘로 못 날아가고 저렇게 전깃줄이나 나무에 걸려서 스스로 불타는 광경은 공포 그 자체였다; 바로 옆에서 큰 렌턴이 날아오르다말고 바람때문에 스스로 몸통을 불태우는 바람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서로 밀치기도 했다. 어떤이의 랜턴은 날아가다말고 다시 사람들 머리위로 내려와서 아찔한 광경을 연출했다;; 너무 무서웠다 ㅠ. ㅜ 우리도 계속 비명을 질러댔다 ㅎㅎ


원래 내가 아는 러이끄라통은 이렇게 바나나잎과 꽃으로 장식된 양초를 강물에 띄우며 강 (물)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


강물에 띄워진 별들이 참 예쁘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이미 불꺼진 장식들이 강물위에 덮혀있어서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이 안 들수가 없었다...;

천연재료로 만드는게 기본이지만 내가 본것중 그렇지 않은것도 많았다. 플라스틱 인형을 매달거나 별별 희한한 재료들이 매달려있는 랜턴들을 보니 마치 이참에 재고정리라도 할 작정인듯 아무거나 다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판매하는 느낌마져 들었다. 
아흑.. 누군가는 강아래서 저것들을 수거하고 있다고 말해줘요..


넋을 놓고 있다가 나도 가지고 있던 랜턴에 불을 붙였다. 

사실 난 너무 겁을 먹어서 옆에 랜턴을 태워먹던 태국인들한테 내껄 그냥 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친구의 권유로.. 용기를 내었다. 빌고 싶은 소원이 있으니 나도 내 소원을 띄워보자!


ㅇㅎㅎ 성공했다. 우여곡절이 조금 있긴 했지만 결국 내 소원이 하늘높이 훨~ 훨 날아올라갔다.
바람이 불어서 어찌나 긴장을 했던지 나중에 보니 온몸에 식은땀이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사원들에서도 행사들이 진행중이었다. 스님들이 렌턴을 띄우고 불경을 외기도 했다.

엄청난 인파속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차편을 구하는데 엄청 애를 먹었다. 성태우는 우리가 두명이라고 모두 거절했고 그랩택시도 안집혔다. 그러다 길가에 서있던 툭툭아저씨와 흥정해서 인당 100바트로 탈 수가 있었다. 사실 더 큰 금액을 각오했는데 두명에 100바트면 택시보다 저렴한 금액이라 오히려 운이 좋았다고 생각됐다. 여전히 주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탈것을 못구해서 걷고있었고 방콕이었다면 툭툭으로 이정도 거리에 이가격은 어림도 없었을거라고 생각 한다. 

 

손수건을 입에 싸매고 먼지를 최대한 적게 마시도록 애쓰며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보니 걱정하고 있던 자서방에게서 메세지가 와 있었다. 사진을 보내주며 다녀온 소감을 말해 주었다.

 
“드디어 소원성취했네?"

“응 여기 남편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걸.. ㅠ. ㅠ”

“또 전에처럼 나 하루종일 걷게 하려고? 노땡큐 ㅎㅎ”

“전에도 나 나름 배려해서 적게 걸었던거였는데.. 암튼 나 환경오염이 너무 걱정돼. 누군가는 렌턴이랑 양초장식들 수거하고 있다고 말해줘..”

“내일 아침에 강물가서 한번봐봐.”

“차라리 안볼란다.. 매년 이런식이라면.. 렌턴들이 누군가의 농장으로 우르르 떨어질 수도 있고 새나 물고기들도 많이 다칠것 같아.. 강에게 감사하는게 이런건지...?”

자서방은 곧 태국내 환경오염 인식에 대한 기사를 보내줬다. 일인당 하루 비닐봉지를 8개씩 사용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아오... 아 몰랑... 우리는 약 한시간동안 이 문제를 걱정하고 토론했다; 별 도움도 안될테지만..

“축제 잘 즐겼으면 됐지. 걱정 그만 하고 이제는 그만 자도록 해ㅎㅎ”

그래 뭐.. 그래도 인식은 조금씩이라도 바뀌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오래오래 보존될 수 있기를... 처음 이런 행사를 시작한 취지가 좀더 부곽되도록 나라차원에서 앞장 서주기를...

​그래도 정말 아름다운 광경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두번 참여하고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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