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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비트코인, 태국에서 저희 부부도 해 봤지요~

by 낭시댁 2017. 12. 8.

며칠전 퇴근하고 온 남편이 샤워를 마치자마자 경건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서서 여권을 얼굴에 댄상태로 셀카를 찍고 있었다. 대체 뭐하는거냐 물으니 비트코인하려고 태국 웹사이트 가입할건데 거기서 이런걸 요구한다고 한다. 

은행계좌도 등록하는등 경건한(?) 회원가입을 모두 마치고 그 다음날 아침에 같이 마주앉아 아침을 먹는데 남편이 모니터만 계속 쳐다보고있다. 

"벌써 비트코인 산거야? 계정에 계좌이체해서 사는거야?"
"음.. 계좌이체는 조금 해놨는데.. 아직 사지는않았어. 너무 비싸.. 자꾸 올라가.. 떨어질때는 기다리는데 약간 떨어지는가 싶으면 또 쭉쭉 올라가네....이럴때는 사는게 아니야..."

혼잣말에 가까운 말투로 중얼중얼하더니 신음 소리도 나직하게 자꾸 들리는것 같다.ㅎㅎ

타이밍을 못 잡고 이틀째 모니터만 쳐다보는 남편을 보고있자니 나도 슬슬 근질거리고 호기심이 생겼다. 안그래도 요즘 매일같이 인터넷에서 비트코인이 아주 난리길래 뭔가싶었던 참인데말이다. 어느새 회원가입을 해 버렸다. 경건하게 여권을 얼굴옆에 맞대고 셀카도 찍었다ㅎ

이를 보던 자서방, 목소리에 자신감을 뿜뿜하며 막 차트보는법을 설명해 준다. 한때 주식도 해본적이 있다며 차트를 보여주면서 막 이동선도 그려보고 자신있게 예측도 하던데 그 모든 예측이 빗나갔다.ㅎㅎ 

"뭐 그냥 경우의 수니까 주식할때는 원래 이런거 참고하는거야. 이게 꼭 맞다는건 아니고.." 

남편은 그날 아침에도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의 제트스키에 승선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있었다. 가격이 자꾸 올라가니 아직 투자를 하면 안된다고 했다. 난 슬쩍 남편한테 말안하고 만바트정도를 사버렸다. 어차피 안떨어질것 같아서. 원래 코인을 살때는 원하는 가격을 직접 입력하고 그 가격대에 시세가 도달하면 구매가 되는 방식인데 나는 제트스키에 재빨리 올라타려고 레디하고 주시하고 있다가 엉겁결에 잘못 눌러서 원하는 가격을 입력하지 않은채 마켓가격으로 (결국 시세보다 비싸게) 올라탄거였다. 욕먹을까봐 남편한테는 말도 안했다 ㅎㅎ

어쨌거나 계속 쭉쭉 오르더라.. 다행이다..휴..

그날 저녁에 남편이 퇴근해서 오더니 또 모니터를 바라보고 앉았다. 아직은 지켜보는중이라고 하더니 곧 17,000바트를 투자했다고 호흡을 거칠게 몰아쉬며 말했다. 겁많은 우리남편한테는 굉장히 큰 금액이다. 우리돈으로 60만원정도. 아침에 내가 넣은 만바트는 계속 가격이 올라있는 중이었다. 

 

두시간도 안돼서 남편이 말했다. 

"나 팔았어"

"왜 벌써 팔았어? 좀더 갖고 있지~ 그래서 벌었어?"

"....응"

"얼마 벌었어?"

몇번 키보드를 두드려보더니 이내 하는말

"수수료 다 빼고.. 15바트"

워낙 진지하게 말해서 진지하게 듣고있다가 빵터졌다ㅎㅎㅎ 

너무 심하게 웃는 나를 보더니 남편이 말했다.

"맨 처음 해본건데 최소한 잃지는 않았잖아. 그게 중요한거지."

그.. 그래... 맞다... 아침에 난 만바트 넣어서 꽤 많이 붙었다. 근데 이게 팔아야 돈이 되는거니까뭐 앞일이야 모르지..

"이건 완전 투기판이 됐네. 심해도 너무 심하다.. 가격이 떨어지는가하면 주문 입력하다보면 벌써 올라가있어. 그리고 다시 내려가겠지하는데 올라가도 너무 빨리 올라가... 조금만 내려도 사람들이 금방 다 사버리네. 어휴.."

"대기 오더리스트좀 봐, 막 백만바트씩 하는 사람도 있네? 헐.. " 

난 비록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실수로 오더를 잘못 입력해서 비싼가격에 사기도 했다. 그래도 가격이 그냥 오르길래 그냥 며칠째 두는중인데 정말 빨리 오르긴 하네. 그래도 잘때는 잘 자고싶어서 왠만하면 대부분 팔고 잔다. 큰돈은 아니지만 잘때 자꾸 차트가 아른거려서...;;

"완전 이건 투기네.."

"한국은 더할걸? 심지어 수수료 싸다고 현금갖고 동남아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뉴스에 났다니까"

"내 친구 알지? 방콕사는 프렌치, 걔도 그 소리 하더라. 걘 백만바트씩 투자하는데 태국사이트에 볼륨이 워낙 적으니까 다른 마켓에 투자한다길래 말렸어. 걘 진짜 단순해서 투자 자체를 말리고 싶은데 그냥 걔 자유니까 뭐. 그래도 다른나라에 계좌생성하는것도 단순한거도 아니고, 각종 수수료같은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해줬더니 알았다고 하더라고. 근데 넌 한국 빗썸사이트 유명한거 같은데? 볼륨도 크고, 넌 한국에 계좌도 있으니까, 비트코인말고 다른 코인도 조금씩 플레이해보는거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아 근데 나도 한번 봤는데 한국은 다른 마켓보다 시세가 20%이상 더 비싸대;; 그래서 좀 겁나. 사이트 다운돼서 피해보상해 달라는 사람들도 많고, 무엇보다 사이트 가입해서 투자하려면 한국 휴대폰으로 실명 인증해야 하는데 어차피 난 한국 휴대폰도 없다. 그냥 안할래."

"그래. 자신없으면 안하는게 좋아. 근데 진짜 한국에는 ATM기계도 있다더라?"

"아 그래? 그건 몰랐네. 근데 오프라인 거래소도 있다는건 뉴스로 봤어. 인터넷 잘 못하는 나이든 사람들도 스크린보면서 투자한다고 하더라. 난리지 ㅎㅎ" 

 

<이미지 출처: 네이버캐스트>

 

요즘 우리 아침먹는 풍경이 바뀌었다. 남편은 조금더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고 모니터를 보다가 시세가 떨어지거나 올라가면 한번씩 신음소리를 내면서 조금씩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ㅎㅎ

"어제 기사보니까 한국에서도 비트코인에 세금붙이는거 검토중이라고 하더라. 비트코인을 일단 인정해 주는거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이해하나봐" 

"솔직히 인정을 안하더라도 세금은 붙여야 되는게 맞는거같아. 어제 하루동안 내가 비트코인으로 2천바트를 벌었는데 세금도 안붙었어. 그건 좀 말이 안되긴 해. 나야 좋지만"

이 거품이 언제까지나 갈까? 총 2100만개 코인중에 75프로 이상 채굴된 상태고 나머지 수량은 채굴이 더 어렵고 오래 걸린다고 한다. 다 채굴될때까지는 특별한 제재가 없는한 계속 오르게 되는걸까? 해킹도 몇번 있었고 사이트도 계속 다운되고 아무튼 여기저기 난리난리부르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나도 조금씩 투자금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들긴하지만 그래도 태국 사이트를 믿을수가 없다 ㅎㅎ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현금화하려고 하면 거래소에서 배째라고 하면 어쩌지싶기도 하고, 또 해킹이라도 되면 말짱 끝이라는데 그거도 겁나고. 조금씩만 해야지.  어차피 소심한 우리 남편은 맨날 투자금 높이지 말라고 경고한다. 아무튼 나야 백수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소일거리가 생긴건 참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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