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태국

비둘기야 수영장에서 그러면 안돼...

by 낭시댁 2017. 12. 9.

백수의 하루 일과중 주요 할거리는 바로 수영이다. 

한국에서 몇달 쉬다오는동안 사실 급성허리디스크에 걸려서 엄청난 고생을 하고서 왠만하면 헬스장대신에 수영을 매일 하기로 다짐을 했다. 오후에 항상 수영장 열바퀴씩을 돌고오는데 워낙 저질체력에다 수영실력도 형편없어서 처음에는 한시간정도 걸리곤 했는데 요즘은 어느정도 익숙해 졌는지 속도가 붙고 중간에 쉬는시간도 줄이게 돼서 40분 정도가 소요되고 있다. 칭찬해~ (셀프칭찬)

한국에서 올때부터 원피스 수영복이랑 물안경도 작정하고 준비해 왔다. 

 

우리 콘도 수영장은 특히나 한산하다. 보통 오후에 내려가면 아무도 없다. 내세상~ 

하긴 오후에 다들 일하러 가니까... 조금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즐겨야지. 진짜 일만 하고 살았는데 이런날이 나에게 올줄이야... 

요즘에 태국도 기온이 살짝 떨어져서 처음에는 한기가 조금 느껴진다. 그래도 심호흡을 하고 한바퀴 돌면 어느새 몸에 열이 펌핑펌핑. 아드레날린이 막 솟구치는 기분이랄까.

주변에 아무도 없이 고요한데 물소리만 첨벙첨벙 

전에는 수영을 못해서 혼자 수영하는게 너무 챙피했는데 어느새 수영이 적응이 됐다. 남편한테 같이 가달라고 조르지 않아도 된다ㅎ 한국에서 수영을 한달간 배워오길 정말 잘했다. 

자유형으로 한바퀴돌고서 그새 기운이 딸려서 배형으로 하늘을 보고 편안하게 물에 눕는순간 머리위에서 뭐가 뚜두둑 떨어졌다. 

비둘기가 두마리 허공에 날아가고있었는데 이 놈들이... 뭔가를 싸고 갔다...ㅠ.ㅠ

머리로 몇방울이 떨어지고 수영장 물에도 뚜두둑 갈겨졌다. 

아X XX같은 XX들.. 

진짜 열받았다. 기분좋게 혼자서 물놀이에 심취해있던 상태였는데 기분나쁜 뭔가를 머리에 맞고는 벌떡 일어서서 한국말로 혼자서 중얼중얼 욕했음... 

 

잠시후에 다른 녀석 둘이서 날라와서 수영장물을 잘도 먹는다. 

이놈들 아주 여기 사람들 없다고 주인행세구나. 괜히 열받아서 막 물을 뿌렸는데 도망도 안가ㅎㅎㅎ

물이 튀니까 살짝 피하면서 계속 마신다ㅎㅎㅎ 막 발담그고 입담그고.. 

사람들도 수영장물에 들어오려면 샤워를 하고 들어온다말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수영할때마다 비둘기들이 엄청나게 다녀간다. 

 

 

 

전에 치앙마이 타페게이트앞에서 엄청난 비둘기떼를 보고 경악했던게 기억난다. 

저기서 상인들이 걸어다니면서 비둘기 먹이를 파는데 관광객들이 그걸 사서 막 뿌려준다. 그러니까 점점더 비둘기들한테 핫플레이스가 된거... 엄청나다... 비둘기들은 바닥을 열심히 걸어다니면서 줍줍먹방하고 아이들은 그비둘기들을 모느라 여기저기 같이 뛰어다니고..

 

 

 

수영장에 있던 나무에서 새둥지를 발견했다. 두개나 있었다. 

비둘기가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신기하다. 항상 비둘기 둥지는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었다ㅎ

비둘기야 미워해서 미안해. 그래도 알을 품고있는 모습은 좋다. 잘 키워서 다른데로 이사가주면 좋겠다ㅎㅎㅎ

비둘기 배설물을 머리에 맡고부터는 수영장물이 너무 찜찜해졌다. 워낙 수영장 이용자들이 없어서 괜히 막 이 수영장이 내꺼같고 그런데ㅎㅎㅎ

새똥을 맞으면 운이 좋다는 말을 오래전에 친구가 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나는 싱가폴에서 날아가는 노랑부리새의 똥을 팔에 맞았었다. 나는 운이 굉장히 좋구나.. 

 

수영 끝나고 바로 집에 올라오면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바로 반신욕을 한다. 수영과 반신욕세트는 요즘 나를 아주아주 힐링시켜주고 있다. 

덕분에 허리통증은 완벽하게 다 사라졌다.

이제 군것질만 줄이면 건강해지는거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