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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어머니가 깜짝선물 주시는 방법

by 낭시댁 2018. 2. 7.

시부모님께서 태국에 오신건 이번이 이미 다섯번째라 왠만한 구경도 다 하셨고 대부분의 시간을 동네 까페나 로컬 식당등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여전히 시어머니는 기운이 넘치셔서 매일매일 외출을 하셨고 시아버지와 남편은 말은 안해도 슬슬 지쳐가는게 느껴졌다. 

어느날 밤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내일 우리엄마가 쇼핑몰을 둘러보고 싶으시대. 친구들 선물사신다구- 넌 쇼핑몰 가는거 좋아하니까 엄마랑 둘이서만 나가는게 어때?"

"나야 좋지~ 근데 남편은 뭐하게?"
"나랑 아빤 스패어타이어 사러갈려구~"

진지하게 말하긴 했지만 분명 핑계라는걸 잘 알고 있다. 이런게 처음은 아니었으니까 ㅎㅎ 뭐 난 좋으니까 콜~ 

다음날 네식구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고서 나와 시어머니는 먼저 집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쇼핑몰로 향했다. 큰 쇼핑몰들이 다들 지하철역에 몰려있어서 방콕을 쇼핑하는데 교통이 참 편하다. 

프롬퐁역에 있는 쇼핑몰 두군데를 먼저 갔다. 

옷가게를 여러곳 둘러보고 시어머니께서 여름 티셔처를 세벌이나 사셨다. 너무 마음에 들어하시는데 거의 반값 세일까지 하고 있어서 나도 덩달아 신이나서 다른 디자인이며 사이즈들을 찾아다 피팅룸으로 부지런히 날라드렸다. 역시 쇼핑은 여자들끼리 하는게 편한듯 하다-

 

옷 쇼핑을 마친후 지인에게 줄 선물로 디퓨져를 보러가자고 하셨다. 

직원들에게 물어물어 디퓨저 매장이 몰려있는곳으로 찾아갔다. 

"난 이걸 잘 모르니까 네가 골라줘야한다. 니 취향으로 고르면 내 친구도 아마 마음에 들어할거야" 

이것저것 직원에게 물어보고 테스트도 해보면서 꼼꼼히 골라드렸다. 

가격이 좀 있어서 괜찮으시려나 했는데 시어머니께선 너무 소중한 친구라 그정도 가격은 써도 된다고 하셨다.

결국 포장까지 마치고 직원이랑 흥정해서 샘플 아로마오일도 한세트 공짜로 받아냈더니 시어머니께서 칭찬해 주셨다. 

"나 혼자 왔으면 절대로 못골랐을거야. 니 덕분에 너무 좋은 선물을 잘 골랐어. 고맙구나.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자~

"에이 저야 뭐 재미있었는데요. 자서방한테 점심은 어쩔거냐 물어볼게요" 

자서방한테 전활했더니 목소리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다 ㅎㅎ

"아.. 우리 아직 타이어 사러 못갔어. 아빠가... 갑자기 우리집에.. 싱크대문 삐걱거리는거랑 수도꼭지도 교체해야겠다고 고집피우셔서 지금 철물점에 끌려와있어. 집에가서 이거 다 수리하고나서 점심 드시겠대.. 아.... 타이어는 내일 사러 가자고 해야겠다" 

결국 우리끼리 점심을 먹게 되었다. 자서방이 한 얘기를 들려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 재미있다고 하시며 큰소리로 웃으신다.

"걘 진짜 걔네 아빠랑 그런 부분에선 너무 달라. 걔네 아빤 집에서 뭐 조금만 문제 있어도 바로바로 다 고쳐놓거든. 우리 아들은 그런거 귀찮아 하잖아. 뭐 하자고하면 맨날 인상찌푸리고. 하하하 근데 또 시키는건 다 해. 하하하"

"아 맞아요. 지금 목소리 들으니까 표정 너무 상상가요. 오늘 쇼핑 따라오기 싫어서 타이어사러간다고 한건데 결국은 또다른 쇼핑을 하고 있네요 하하"

일식집에서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서 또다른 지인들의 선물을 위해 시암에 있는 쇼핑몰들을 둘러보았다. 젊은 나도 살짝 피곤한데 시어머니는 아직 에너지가 넘치셨다.

 

시암 디스커버리에있는 Loft에도 갔다. 얘기만 들어봤지 처음 와 봤는데 너무 예쁜게 많았다. 들어서자마자 시어머니의 시선을 잡은 잇템!! 

고양이들을 돌봐주러 아침 저녁 교대로 집에 다녀가는 두사람이 있는데 그 친구들한테 줄 선물이라고 하시며 이곳에서 두가지를 사셨다.  

맨 처음 고르신 선물은 요거. 날개가 펄럭거리고 밑에 톱니가 돌아가면서 저기 앉은 사람의 팔이 움직있다. 정말 너무 예쁘다! 정말 일본 만화의 한장면같은 느낌이랄까.. 너무 예뻤다. 

"아침에 다녀가는 총각한테 줄거야. 고양이들을 정말 너무 예뻐해 주거든. 부탁도 안했는데 뒷정리는 또 어찌나 꼼꼼한지. 난 그 총각이 정말 정말 좋아. 그래서 좋은 선물 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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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고르신 두번째 선물은 바로 이 나이트스탠드. 

침대옆에 두고 간편하게 끄거나 켤수가 있어서 편하고 심플한 디자인.  

"이건 저녁에 오는 아가씨 줄거야... 이 아가씨도 참 사람이 좋아" 

아마 이 아가씨는 뒷정리가 완벽하진 않은가보다 하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ㅎㅎ 선물 두개의 가격차이를 생각하다보니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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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을 다 마치고 푹신한 의자가 있는 커피숍을 찾아서 망고 쉐이크를 하나씩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쇼핑한 것들을 한번에 올려놓으니 꽤 많다- 

뿌듯한 쇼핑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안에서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아참, 그 아침에 산 디퓨져말이다. 그거 실은 니꺼다. 내가 프랑스에서 올때 우리아들한테 너줄 선물을 뭘로 하면 좋을지 물어봤더니 니가 아로마를 좋아한다고 하더구나. 아로마는 두개정도 샀는데 디퓨저를 같이 주고 싶어서 기왕이면 니가 직접 고르게 하고 싶었지. 너줄거라고 했으면 또 니가 안골랐을거아니냐. 너 몰래 우리가 다 미리 계획한거였어." 

"으아....... 괜히 비싼거 골랐네요. 소중한 친구 주시는거라하셔서 비싼걸로 골라버렸어요"

"응 소중한 사람이 바로 너니까~" 

 

 

집에 왔더니 자서방이 비실비실 웃는다. 서프라이즈 선물의 성공에 내심 뿌듯한가 보다. 

밤에 켜면 조명색깔이 저절로 계속 바뀐다. 너무 예쁘다. 은은한 조명이 별처럼 반짝거린다. 

시어머니가 주신 아로마 오일. 

"어머나 안티에이징이래요~! 자기전에 항상 켜두고 자야겠어요. 안티에이징하게요 ㅎㅎ" 

옆에 조용히 듣던 자서방이 다정하게 한마디 거든다.

"마누라.. 안티에이징은 젊은때 하는거지.. 넌 이미 늦었..." 

참 다정한 남편이다. 

 

볼수록 너무 예쁜 디퓨져다. 

아침저녁으로 켜두고는 넋놓고 이걸 쳐다보고 있다. 시어머니께서 오실때마다 아로마를 더 많이 사오겠다고 하셨다. 

우리 시어머니 정말 정말 좋으신 분이다. 

오늘도 Merci beauco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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