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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

어린 조카들과 화투를 쳤다

by 낭시댁 2018. 2. 18.


휴대폰 용량이 다돼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흥미로운 사진을 발견했다. 

어린 조카들과 화투치는 내 모습 ㅎㅎ

우리언니가 또 흐뭇하다고 찍어놨나보다.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언니네 집에서 뒹굴고 있었다. 

일년에 한번씩 볼때는 이모만 보면 달려와서 안기고 반기더니 이제 하도 자주 보니까 만나도 본둥만둥.. 이 순수한 아이들의 눈빛에서 나는 그냥 동네 백수쯤으로 전락한게 아닌가 싶을때도 있었다. 이놈의 자격지심..ㅠ.ㅠ


아무튼 이날 날씨가 엄청 추워서 온식구들이 집안에서 종일 뒹굴고 있었다. 왠일로 조카들이 심심하다며 놀아달라고 아주 난리가 났다. 근데 귀찮....

결국 팽이도 몇번 돌려주고 알까기도 몇번 해주다가 곧 재미가 없어서 나는 다시 드러누웠다. 

날씨가 추워서 나가 놀지도 못해서 아주 애들이 몸이 근질거리고 몸살이 나나보다. 안놀아준다고 막 나한테 짜증까지 ㅡㅡ 

난 이모고 너넨 조카야..


"정 그렇다면 화투나 가져와봐. 이런 추운 겨울에는 뜨뜻한 방바닥에 앉아서 화투나 치는거야" 

그랬더니 진짜 큰애가 어딘선가 화투를 가져왔다. ㅎㅎㅎ 그냥 한 말인데... 

"니네 이거 칠줄이나 알고?"

그랬더니 둘다 자신있게 끄덕끄덕한다. 구석에서 빨래를 널던 우리언니가 웃으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하는걸 나는 보았다. 

흠.. 

 솔직히 나도 아주 어렸을때 우리 할머니한테 배운거라 기억도 잘 안난다. 

애들은 아주 신이 났다. '드디어 이모가 놀아주나보다. 더군다나 완전 쿨한 화투라니' 하는듯한 표정 ㅎㅎ


일단 간단히 짝을 맞추는 법을 알려주었다. 

"네장씩 한식구야. 그중에는 점수가 안되는 껍데기도 있고 점수가 있는 애들도 있어. 요렇게 길죽한 띠가 있는건 5점짜리, 그리고 이런것 밍밍한 것들은 다 껍데기. 나머지 요런요런 그림 있는애들은 10점짜리야. 알겠어?"

이해도 안간것 같은데 이모가 안놀아줄까봐 무작정 이해했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들 ㅎㅎ


"자 우선 연습게임 먼저 한다. 이모가 먼저하고 시계방향으로 이렇게 순서 돌아가는거야. 이렇게 한장 내고 한장 넘기는거. OK?" 

대충 가르쳐주고 그냥 시작했더니 제법 막 따라온다ㅎㅎㅎ 

아 웃겨 ㅋㅋㅋ 왤케 또 진지한건지ㅎㅎㅎ 

승부욕에 막 숨소리만 들림 ㅎㅎ

 

진지한건 진지한건데 한녀석은 따놓고도 지껀지 모르고 안가져가고 또 한 녀석은 그걸 지가 다 가져간다. 

애들 하는짓 보고 나 혼자 숨넘어감 

물론 몇장 깔고 몇장 쥐는지 몰라서 대충대충 하다가 나중에 우리언니가 인터넷에서 룰을 찾아주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맨 마지막에 점수 계산하기. 

"우선 순서대로 한명씩 자기 점수 계산해봐. 나영이 먼저-" 

"자 누나가 75점이래. 이거 이제 도영이가 맞는지 다시 계산해봐" 

"이모꺼 몇점인지 계산해볼 사람?" 

"그럼 누가 일등이지?"


결국은 그렇게 아주 유익한 산수 수업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때 나도 할머니랑 둘이 화투를 치면서 그렇게 이기고 싶었던것 같다. 아 할머니 보고싶...ㅠ.ㅠ


연습들 열심히 하고 있거라.. 다음에 한국가면 다시한번 승부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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