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연애결혼

파리 노동절 시위를 보며 남편과 나눈 대화

by 낭시댁 2018. 5. 2.

 

사진 출처: 한국일보

 

 

아침부터 자서방이 열심히 프랑스 뉴스를 보고 있었다. 인상이 한 껏 찌푸린 채로. 

"이햐.. 전쟁이 다름없네.. 파리야? 무슨일인데?"

"노동절에 시위가 아주 크게 있었어.." 

"우엑... 파리에서는 노동자들이 시위를 저렇게 해? 아주 도시를 파탄내겠다는거잖아..." 

화면에서는 상가들과 자동차들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음.. 사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노동절에 프랑스에는 항상 시위가 있어. 원래 이런 폭력적인 시위는 아니고... 그냥 거리를 행진하는거지.. 폭력시위하는 이사람들은 노조가 아니라 실은 무정부주의자들이야"

"무정부주의자들이라고? 뭐때문에 저러는거야? 얼굴은 다 가리고.. 원하는게 있을거 아니야" 

"그냥 정부가 싫다는거지. 사실 저들은 프랑스인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에서 온 사람들도 섞여있어. 대부분 젊은 사람들.." 

"난 정말 이해가 안가.... 저런식으로 무슨 메세지를 전달한다는거야. 무작정 정부가 싫다고만 할 게 아니라... 저 젊은 사람들이 한창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인데 막연히 정부가 싫다고 저렇게 사회에 피해를 끼치기만 하면... 정부가 알아주나...?"

"와이프.. 나도 동의하는데 말이지. 우리는 참 행운이라는건 알아줘. 우리는 좋은 집이 있고 좋은 직장이 있잖아. 근데 사실 유럽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는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 지고 소수의 가진자들은 점점더 많은걸 소유하면서 사실상 그들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거지. 빈부격차가 큰 태국이나 중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은 사실상 시위는 꿈도 못꾸고 살지.. 앞으론 더 심해질텐데도 말이야.. " 

"음.. 근데 프랑스에서는 무력으로 진압안해?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 진압하다가 사상자도 나고 그러는데.. 물론 폭력시위도 아니었어" 

"진압이야 하지만 사상자가 나면 더 자극하게 되는꼴이라 최대한 사상자는 안나게 진압해야지"

"근데 다른 얘기지만 마크롱은 잘하고 있는거 아니야?"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Yes 그리고 No야. 마크롱이 분명 잘하는거도 있어. 프랑스사람들은 그냥 변화가 싫은거지. 노조가 너무 심해... 철도가 걸핏하면 파업하는거 알지? 그런거 생각하면 난 진짜 나중에라도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

사실 우리는 아침마다 뉴스거리들을 가지고 이런 대화를 많이 나눈다. 자서방은 한국관련뉴스에도 관심이 많다. 

오늘 아침 주제는 시위와 무정부주의에 대해서 아주 많은 대화를 했다. 물론 내가 질문을 많이 했다. 우리나라와는 아직 거리가 먼 얘기들이라 아주 생소했지만 그래도 결론은 우리는 참 행운이라는것이다. 적당한 직장에 적당한 집이지만 우리보다 훨씬 못가지거나 힘들게 투쟁하며 사는 젊은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새삼 오늘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넓고 별별일이 다 일어나고 있는데 그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우리는 참 행운이다. 다같이 행복하게 살면 좋겠지만.....

 지난 포스팅 보기 

 

☞ 프랑스 남편과 내 어린 조카의 진한(?) 우정
 이제서야 도착한 조카의 크리스마스 카드

 친정 식구들을 위한 외국인 남편의 폭풍 요리

 삐친 남편이 케잌을 구우며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시어머니의 약과 사랑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