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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무뚝뚝한 남편대신 생일축하노래 불러주신 시어머니

by 낭시댁 2018. 5. 5.

몇달전부터 남편은 생일선물로 뭐가 갖고 싶냐고 묻곤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한결같이 홈메이드 케잌과 기타연주에 맞춰서 생일 축하 노래 한곡만 불러주면 된다고했다. 

생일 당일은 남편이 근무를 하는 날이라 그 전날 남편 휴일에 맞춰서 생일을 축하하기로 했다. 

휴일아침 남편은 나를 데리고 쇼핑몰로 갔고 생일선물이라며 세안용 전동마사지 기계를 보여주었다. 직원이 설명하는것보다 남편이 그 기계에 대해서 더 잘알고 있는것 같았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나는 남편을 끌고 나오면서 선물은 안사줘도 된다고 말렸더니 남편왈:

"홈메이드케잌은 내가 할 줄을 몰라서 이번엔 그냥 사줄게. 생일선물로 당신 핸드폰을 바꿔주고싶었지만 이번에는 차를 바꾸느라 좀 형편이 안좋아져서.. 그래도 꼭 선물을 사주고싶으니까 받아주면 안돼?"

"나 마사지기계 필요없어. 비싸고 쓸데없는데 돈쓰는거 원치 않아. 특히 요즘 내가 백수되고 나니까 돈을 더 아끼게된다. 남편돈이 내 돈이지뭐. 그리고 몇달후 남편 생일에도 나 선물 안줄거야. 노래불러줄게 ㅎㅎ" 

남편은 노래보다 선물이 좋다며 과장되게 웃었다ㅎㅎ 

결국 생일선물에 대한 실랑이는 나중으로 미루고 점심 외식을 한 후 케잌과 저녁거리를 사고나서 우리 부부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내내 내가 환장(?)하는 미드 워킹데드를 틀어주고는 남편은 혼자서 저녁준비를 했다. 

저녁메뉴는 오리고기와 매쉬포테이토. 맥주와 함께 먹었다.

한국에서 내가 사온 야관문주를 따자고 했더니 남편이 다음에 먹자고 말렸다. 무얼 겁내는거니…

매쉬포테이토에는 고구마랑 이것저것 남편의 비밀레시피가 많이 들어갔다. 

 

 

 

저녁을 맛있게 다 먹고 남편은 케잌에 불을 붙였다. 

 

참고로 우리남편은 노래하는걸 끔찍히 싫어한다. 

일년에 한번 남편이 노래하는걸 들을수 있는날은 내 생일날인데..

내가 워낙 기대를 하고 있었더니 결국 생일 노래도 어영부영하더니 결국 제대로 불러주지 않았다. 

빤히 노래를 기대하면서 쳐다보고 있으니 너무 당황해 하길래 그냥 넘어가주었다.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건지..

결국 소원을 빌고 촛불을 꺼주니까 남편은 안도하며 세상에서 제일 기쁜표정을 지었다. 

 

 

 

밤늦게까지 우리는 워킹데드를 보고있었다. 남편은 내 무릎에 머리를 베고서 여전히 꾸벅꾸벅 졸고있었다. 그때 시어머니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생일축하한다! 우리 아들이 생일축하 잘 해주었니?"

"네 감사해요! 자서방이 저녁도 해주고 케잌도 사주었어요." 

내 생일을 기억하고 계시다니.. 케잌과 자서방 저녁요리 사진들을 몇장 보내드렸다. 

"정말 좋아보인다. 나는 미셸 (시아버지)이랑 이케아에 와있단다." 

시어머니는 같이 계시던 시아버지의 무뚝뚝한 독사진을 보내주셨다. 

"그런데요, 자서방이 생일축하 노래는 안불러줬어요... 그래서 노래 없이 촛불을 껐어요" 

"오! 노래는 내가 불러줄게" 

잠시후 18초짜리 음성메세지가 도착했다. 

 

 

살짝 흥분한 심정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더니 시어머니의 목소리로 생일축하 노래가 흘러나왔다. 

졸고있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서는 귀를 기울였다. 

"우리 엄마야? 아.... 역시 우리엄마다 ㅎㅎㅎ" 

"근데 이노래 우리가 아는 생일축하송이 아닌거같애. 멜로디가 비슷한것도 같고..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불러?"

"우리엄마가 막 노래를 대단히 잘하는 건 아니라서 ㅎㅎ 니가 알고있는 그 노래 맞아 ㅎㅎㅎ"

나는 너무 감동했다. 

이케아에서 부르시는거라 주변에 소음이 그대로 들렸다. 공공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성의있게 부르시는 목소리였다. 

시어머니께 바로 감사하다고 답장을 보내드렸다.

"너무 감사해요. 저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어주셨네요."

"좋았다니 나도 좋다~" 

 

아 정말 나는 너무 행복한 사람~!!! 이런 시어머니 어디 또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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