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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태국

방콕에서 실천한 작지만 착한 일

by 낭시댁 2018. 7. 8.

우연히 우튜브에서 유시민이 착하게 사는것에 대하여 얘기하는 걸 듣게 되었다. 

[옛날에 멍청하다고 소문이 난 왕이 있었는데 그 왕이 어느날 길을 가다가 눈물을 흘리는것 같이 슬퍼 보이는 소가 어디론가 끌려가는걸 보고는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그 소는 나라 중요한 행사에 재물로 받쳐지기 위해서 끌려가고 있는중이라고 했다. 그말을 듣고 소가 불쌍해 보였던 왕은 소를 잡지 말라고 명령하였고 그럼 행사는 어떻게 하냐는 신하들의 질문에 양을 대신 잡으라고 명령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백성들은 그 사실을 듣고 왕이 멍청하거나 혹은 비싼 소가 아까워서 양을 대신 잡는 구두쇠라고 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소문을 들은 맹자가 그 왕을 찾아가서는 왕에게 멍청하지 않다고 오히려 훌륭한 왕이 될거라고 했다고 한다.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대상에 대해서도 연민을 갖지 못하는 왕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백성들을 두루 헤아릴 수 없을 거라고, 눈에 보이는 대상에게 먼저 측은지심을 갖고 당장 손 내 밀어 줄 수 있는 왕이라면 장차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어진 왕이 될거라고 했다.]

우리 모두 간디나 테레사 수녀같이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만 눈앞에 보이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작은 손길이라도 내밀 수 있도록 먼저 실천하는게 가장 중요한 마음이라고 유시민은 말했다. 

설거지 하면서 유튜브를 듣고 있었던 것인데 이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깊이 새겨졌던 것 같다. 작은 일부터 실천하자는 다짐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한국에 있을때도 우연히 내 눈앞에서 길을 잃은 할머니가 짠하고 나타나서 그분 따님과 대신 전화 통화를 해 드린 후에 바쁜 따님 대신에 내가 따님댁까지 모셔다 드린 적이 있었다. 내가 준비만 되어 있다면 우주는 나에게 이렇게 할 일을 알아서 던져 주는구나 했던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어제 일본 친구 카나가 우리동네에 있는 재래시장에 가보고 싶다고 동네로 찾아오게 되어서 카나를 만나러 나가는 길에 사소하지만 착한일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벌써 도착했다는 카나의 메세지에 부랴부랴 집에서 달려나가서 육교를 오르고 있었는데 눈앞에 백발의 할머니께서 양손에 뭔가 아주 잔뜩 들고서 휘청거리면서 내 앞에서 육교를 오르고 계셨다. 걸음걸음마다 높은 계단에서 균형을 못잡고는 몸이 심하게 휘청이셔서 뒤에 따라 올라가는 내눈에는 너무 아슬아슬해 보였다. BTS로 연결된 육교라서 주변에 젊은 태국인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처음에는 누군가 곧 도와드리겠지 싶었다. 나도 약속에 살짝 늦은 상태라 할머니 곁을 달려서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 맞은 편으로 내려가는 계단앞에서 멈칫했다. 

'할머니가 BTS를 타시려나? 아니면 나처럼 그냥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가시려나? 내려가는 계단도 만만치 않으실텐데..' 

할머니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으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돌아갔더니 올라오는 계단에 그대로 서서 쉬고 계셨다. 내가 달려가서 말도 안되는 태국어로 (ㅋㅋㅋㅋ 뜻은 통했지만 부끄러워서 못적겠다) 들어드린다고 했더니 할머니가 너무 반가워하시며 무거운 짐을 바로 넘겨주셨다. 커다란 냄비들이 포개져 있었고 무게나 부피가 꽤 컸다. 나머지 짐도 달라고 했더니 그건 괜찮다고 거절하셨다. 할머니가 들고 계신건 뻥튀기 같은것들이었다. 아마도 반대편 길가에서 노점을 하시는 분 같았다. 발걸음을 맞추어서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걸음이 느리신 할머니가 미안하셨는지 먼저 내려가라고 나를 자꾸 떠미셨다. 카나가 기다릴 생각도 들고해서 계단을 먼저 내려왔고 할머니께서 그냥 계단밑에 두라고 하셔서 거기다 짐을 두고 카나에게로 달려갔다.

카나를 만나고 나서 할머니가 혹시 멀리고 가시나 싶어서 지켜보았는데 할머니는 육교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으셔서 장사를 준비하시는게 보였다. 아 내려올때 할머니께서 영어로 "땡큐" 라고 하심 ㅎㅎ 

어릴때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도 생각나고...  카나가 칭찬해줘서 기분도 뿌듯 하기도 하고~ 

나는 특별한 종교는 없지만 가끔 기도를 한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내가 알아차리고 손길 내밀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다시 시작했다. 오프라처럼 못사는 나라에 학교를 세울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렇게 고단한 누군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는것은 행복한 일이다. 세상에 조금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말이다. 

오늘의 일기 끄읕- ㅎ 


**아 예전에 누군가가 비공개 댓글로 "자랑"만 잔뜩 해놨다고 하시던데 예 자랑 맞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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