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산책 후 집으로 돌아와서 버거씨랑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만나게 먹었다.
오후에 우리 뭐할까?
"날씨가 좋으니까... 공원에가서 책을 읽는거 어때? 너무 추우려나?"
"아니야! 좋은생각인데??!"
버거씨의 제안에 나는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에 우리 옷은 따뜻하게 입자. 해는 좋지만 기온이 낮아서 정말 잘 입어야 돼...
그때 휴대폰 앱에서 메세지가 하나 떴다.
Too Good To Go라는 앱인데 오래전 프랑스어 수업시간에 이 앱에 대해서 배운 후 휴대폰에 깔아놓기만 하고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메세지가 눈에 들어왔다.

"투굿투고라는 앱 알아? 레스토랑이나 식료품점등에서 남은 음식, 혹은 유통기한 임박한 제품을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는 앱이거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거라고 수업중에 배웠어. 근데 이 근처에 있는 머큐어호텔에서 남은 아침식사를 2.90유로에 처분한다고 뜨네? 공원가는 길목에 있으니까 한 번 해 볼까?"
"아, 나도 그 앱 알아. 한 번도 이용해 본적은 없지만 많이 들어는 봤지. 그래 한 번 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지. 궁금하긴 하네."
그렇게 나는 시험삼아 처음으로 투굿투고- 호텔 아침식사를 하나 찜하고 결제했다.
오후 3시반에서 4시반 사이에 픽업이 가능하고 올때는 꼭 장바구니를 가져오라고 명시돼 있었다.
우리는 각자 공원에서 읽을 책을 한 권씩 챙겨들고, 생수도 한 병 챙겨서 집을 나섰다.
공원 근처에 있는 머큐어 호텔에 들어가서 쭈뼛쭈뼛 투굿투고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더니 리셉션 언니가 잠시 기다리라고 안내해 준 후 주방에 가서 말을 전하고 돌아왔다. 잠시 후 주방 아주머니께서 매우 극심하게 피로한 표정을 한 채 음식 꾸러미를 두 개 들고 나오셨다.
"감사합니다 마담."
나와 버거씨는 아주 공손하게 감사인사를 드렸는데 피곤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인사도 받는둥 마는둥 주방으로 돌아가셨다. 우리가 호텔을 나오려고 할때 주방에서 그 아주머니로부터의 외침이 아주 크게 들려왔다. "기다리세요!! 잠시만요!!!"
한~~참만에 피곤한 표정의 아주머니께서 또다른 음식 꾸러미를 들고 돌아오셨다. 아 ㅋㅋㅋ 진짜 푸짐하다!! ㅋㅋ
우리가 감사인사를 연신했지만 이 츤데레 아주머니께서는 웃을 기운도 남아있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셨다. 음식을 푸짐하게 싸주시니 내 눈에는 그녀가 그저 여신처럼 보였다.

호텔에서 나오기 전에 종이 꾸러미를 하나 열어봤다가 나랑 버거씨는 동시에 와~!! 하고 감탄을 했다.
우리 탄성소리에 리셉션 언니가 우리더러 안에 뭐가 들어있냐고 물었다.
마카롱, 마들렌, 빵오쇼콜라, 크루와상이 들어있다고 했더니 이 언니도 "나쁘지 않네요!"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 삶은 계란(속에는 계란노른자, 참치, 마요네즈를 버무린 샐러드로 채운거), 호박 키쉬 그리고 야생블루베리 타르트(이건 꽤 조각이 컸다.)가 들어있었다.

우리는 정말 이 푸짐함에 혀를 찼다.
3유로도 안되는 가격에 이렇게나 푸짐하게 싸준다고??
주방아주머니는 원래 두 꾸러미만 주고 끝내려고 하셨는데 뭔가 우리가 짠해보였거나 마음에 드셨던게 아닐까 싶다. 다시 주방에 돌아가셔서 한 번 더 음식을 탈탈 털어서 갖다주신 듯 하다.

우리는 해 잘드는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빵오쇼콜라, 마들렌, 마카롱을 먹었다. 만족감에 몇 번이나 마주보고 웃었는지 모른다.

"이 앱 진짜 좋다!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야겠어."
"응, 사람들이 모르니까 안쓰는거지. 특히 학생들한테는 너무 유용한데?"
지나가던 남자꼬맹이가 멈춰서서 먹고 싶은지 우리를 빤히 쳐다봤다. 한 개 꺼내주고 싶었는데 옆에 있는 아이 엄마가 별로 안좋아할 것 같아 몇 번 갈등하다가 단념했다.

한 시간쯤 책을 읽었을까...
나는 조용히 가방을 다시 열었다. 삶은 계란이 이거였던가...?
삶을 계란을 싼 호일을 펼쳤더니 버거씨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걸 지금 먹게?"
"응, 뭐 어때. 나 혼자 먹을게."
하지만 말이 끝나자마자 버거씨도 나를 따라서 맨손으로 계란을 하나 집어서 입으로 바로 넣었다.
오 맛있다!!
참치마요 + 삶은 계란은 진리구나.
"하나 더 먹어야지."
"나도!ㅋㅋ"
너무 맛있어서 약간 걸린사람들 처럼 우리는 입안 가득히 계란을 우물우물 씹었다. 그때 갑자기 버거씨가 풉-하고 웃었다.
"우리 노숙자같다.ㅍㅎㅎ"
버거씨 말에 나도 미친듯이 따라 웃었다. 너무 웃기고 너무 맛있다ㅋㅋㅋ
"하나 더 먹을래?ㅋㅋ"
"응, 그냥 다 먹자ㅋㅋ"
내친김에 호박키쉬까지 먹어치웠다.

해가 서쪽으로 꽤 많이 떨어질 때까지 우리는 나란히 앉아 책을 읽었다.
배가 부르니 세상에 더 아름답다.

그날 저녁 남은 타르트는 식사 후 후식으로 먹었다. 이것도 진짜 맛있었다.
식사를 끝낸 후 버거씨가 비장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생각이 바뀌었어. 이 앱은 우리만 알아야 돼."
ㅋㅋㅋㅋㅋ
미안하지만 나는 이미 온 동네방네 자랑을 했답니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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