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버거씨가 벌써부터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아래 (긴셔츠에 모자까지) 무장을 한 채 밖에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저쪽에서 라즈베리 수확중이구나ㅋ

버거씨는 최근에 테라스 지붕에 차광막을 새로 깔았다. 그래도 비스듬히 뚫고 들어오는 이른 아침 햇살은 가려주지 않는다 ㅠ.ㅠ
그래도 문제는 없다. 움직이는 그늘을 따라서 우리가 테이블을 이동하면 되니까.

열심히 일하는 버거씨를 뒤로하고 나는 뒷편 사과가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고 왔다. 이상없이 잘 크고 있음. 올해 과일수가 좀 줄긴했지만 그나마 내가 열심히 병든 가지를 쳐주고 벌레를 제거해서 살린거라고 혼자 자부하고 있다.

마당에서 직접 딴 열매라니 더 먹음직.... 으악 오빠 개미있다... ㅡㅡ; 씻어먹자...

과일이 넘쳐나서 좋은 요즘!
버거씨가 팬케이크를 굽는동안 나는 망고랑 수박을 잘랐다.

이것 저것 차려놓고 앉으니 파란하늘에 초록 정원이 너무 싱그럽고 좋구나.
옆에 같이 앉던 버거씨도 기분이 좋은지 한마디 했다.
"이런 시간이 나한테는 명상이야. 회사일은 바빠지는데 요즘 머리는 더 맑아지는것 같아. 퇴근 후 자전거 타는것도 너무 신나고 이렇게 내가 열심히 가꾼 테라스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앉아 맛있는걸 먹는 이 시간 너무 소중해."
"응 인정. 너무 좋다. 저기 정원을 날아다니는 흰나비가 하나 둘 셋... 네마리나 되네! 너무 예쁘지 않아? 새소리도 너무 좋고 풀벌레들도 예뻐보여."
읔.. 그때 내 손위에서 맴도는 작은 벌 한마리.
"그래도 벌은 싫어..."
내가 움찔했더니 버거씨 말이 이건 벌이 아니란다. 안 쏜단다.
벌 닮은 파리인가? 그래 그럼 너도 예쁘다. 다 예쁘다. 나도 예쁘고 버거씨도 예쁘고 과일도 예쁘고...
내가 무더운 여름을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테라스의 낭만이 아닐까.
물론 나는 발코니도 없는 코딱지만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버거씨 덕분에 이렇게 만끽하는 중이다.
버거씨네 집에서는 하루 세끼를 모두 이곳에서 먹는다. 단순한 음식도 더 맛있어지는 마법!
흐린날에는 흐린대로 좋다.

바람에 서로 부딪히는 나무 이파리들 합창 소리가 싱그럽다.
요즘 버거씨 정원에 라즈베리보다 넘치는 열매는 바로 이 까만색 꺄시스.
신맛이 강해서 보통 잼으로 많이 담아먹는데 버거씨는 그냥 먹기도 하고 스무디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남은 망고랑 라즈베리로 버거씨는 점심때 디저트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크런치 땅콩버터, 캐슈넛퓨레에 견과류와 다크초콜릿을 갈아넣고 과일위에다 얹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다 따로 먹는걸 더 선호하는데 버거씨는 자꾸 뭘 이렇게 비비는걸 좋아한다. 너무 정성껏 만들길래 말을 못하겠네... (먹을때 따로 먹으면 되니까 괜찮다ㅋ)

이른 아침에는 테라스 차양막 아래로 해가 비스듬히 들어와서 테이블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로 옮겨앉았다.

아들들과 함께하는 주말에도 우리는 세끼니를 모두 테라스에서 먹는다.

야외에서 바베큐도 자주 구워먹는데 샐러드를 좋아하는 버거씨가 만든 샐러드는 항상 푸짐하다.

이날 점심 메뉴는 아시아식 면볶음이었는데 김치까지 곁들였다. 요즘 마트갈때마다 김치를 사 오는 듯 하다. (아들들도 다 잘 먹는데 좋아해서 먹는다기 보단 그냥 있으면 다 먹는것 같다 ㅋㅋ)

저녁에는 피자에 맥주를 마셨다.
보졸레에서 사온 소시쏭을 잘라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음.
자른 당근은 시판 과카몰리나 마늘소스에 찍어먹었다.

냉동실에 블로베리 아이스크림이 딱 한개 남았다고 버거씨는 나만 먹게 했다. 얘들아 미안하다 ㅡㅡ;

맨날 여름이었음 좋겠다.
맛있는 여름 테라스의 낭만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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