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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체해서 외국인 시댁에서 손을 땄다

by 낭시댁 2017. 7. 28.

​프랑스 시댁에서 휴가 온 지 어느새 2주가 넘었다. 

이곳에서의 일상은 거의 매일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아버지께서 사오신 빵으로 아침을 먹고서 샤워를 하고 거의 매일 시어머니를 따라서 장을 보러간다. 한번씩 노천까페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마시고 집에 느긋하게 돌아와서는 날씨가 좋으면 대부분 점심과 저녁 모두 야외테라스에서 바베큐를 해서 먹는다. 

​​​​우리 시어머니께서 집에서 직접 만드신 잼인데 아침마다 맛있는 빵에 버터와 곁들이면 맛이 정말 환상적이다. 매일 아침마다 이거 먹겠다고 행복하게 눈을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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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시어머니 단골 정육점에 들러서 바베큐용 고기를 잔뜩 샀다. 꼬치 고기랑 티본 스테이크를 샀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양고기를 즐기는데 내가 양고기는 별로 좋아하지를 않아서 나를 위해서는 소고기 꼬치를 사주셨다. 

베이커리에 들러서 디저트용으로 작은 케잌들도 샀다. 이곳도 거의 매일 들르는 단골집인데 시어머니께서 이곳 사장님께 나를 며느리라고 소개해 주셨다. 

 

 

날이 좋아서 야외 까페 테라스에서 커피도 마시고 들어왔다. 나는 커피대신 시원한 맥주~

​점심 바베큐를 굽고 있는 우리 남편의 듬직한 뒷모습

주로 시아버지께서 구워주셨는데 지하실에서 와인정리에 정신 없으신 아버님을 대신하여 남편이 나섰다.

​​​사실 며칠전부터 나는 소화불량에 걸린 상태라 먹는걸 조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맛있는 음식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가 않다. 

솔직히는 얼큰한 국물 생각도 나지만 시어머니께서 자주 음식앞에서 하시는 말씀이 "방콕가면 이거 못먹는거니까 여기 있을때 맘껏 먹고 가렴" 이라고 하셔서 사실은 일부 공감하는 마음도 없지가 않다.  한국가면 우리 친정엄마도 같은말을 자주 하시는데 ㅎㅎ 자식을 외국에 보낸 부모님의 마음은 만국 공통인가 보다. 

아무튼 태국에 돌아가면 먹지 못할 음식들이라 있는 동안 즐기자는 마음으로 소화제를 병행하며 디저트까지 먹어치우고 있는 중이다. 

자서방도 약국에 들러서 발포 소화제를 하나 사다 주어서 먹어보았고 시어머니께서도 짜먹는 소화제를 주셔서 먹어봤는데 그래도 시원하게 해결되지가 않아 결국에는 손을 따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어렸을때는 할머니께서 바늘만 들고 계셔도 내손을 따는줄 알고 겁을 먹을정도로 손따는걸 무서워했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특히 타지에 혼자 오래 살다보니 내손을 직접 내가 따기도 하게 된 것이다. 

자서방을 시켜 바늘을 찾아와서 불에 소독을 하고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손따는걸 이미 본 적이 있는 자서방은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그런게 효과가 있을수가 없다며 불신하는 표정으로 앞에 서있다. 효과를 불신하기는 하지만 본인이 사다준 소화제도 효과가 없고보니 어쩔수 없다는 표정이다. 일단 시키는대로 한쪽팔을 붙잡고 주무르고 있다. 

몰래 헤치우고 싶었는데 시어머니께서도 어느새 내려와계셨다. 

나는 마치 신기한 차력쇼라도 하는 사람처럼 관객앞에서서, 실로 엄지손가락을 감은 뒤 겁없이 손톱아래 가운데살을 쿡 찔렀다. 살살하면 더 아프니까 피가날 정도로만 쿡 찔러서는 피를 짜냈다. 자서방이 가져온 티슈로 피를 닦은 뒤 반대편 손도 똑같이 땄다. 

"정말.. 그렇게 하면.. 효과가 있는거니..?" 

"네 그럼요 그럴것 같아요. 어렸을때도 이렇게 하고나면 괜찮아졌어요" 

남편은 평소에도 이건 그냥 플라시보 효과라고 자주 말했던 터라 내가 눈을 흘기며 말문을 막아버렸다. 시어머니께서는 "그래.. 니가 효과가 있다면 있는거겠지.." 라고만 하셨지만 표정은 영 믿을수가 없다는 모습이다. 

다음날에 많이 좋아졌는데 사실 남몰래 화장실에서 한번더 손을 땄다는것은 비밀이다. 

정작 자기는 소화에 지장이 없다고 하던 남편은 며칠째 지독한 방귀폭탄을 여기저기 터트리며 나와 고양이들을 고문하고 있다. 손을 따준대도 괜찮다고만 한다. ㅎㅎ 결혼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인데.. 내가 냄새에 괴로워하는걸 보며 그저 좋다고 웃어재낀다. 한국가서 너무 안좋은걸 배워왔구나.. 냄새가 호전되지 않으면 손을 강제로 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중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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