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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어머니와 커플티를 장만했다. (feat 썸머세일 즐기기)

by 낭시댁 2017. 8. 4.

며칠째 비가 오더니 간만에 날씨가 화창하게 게었다.

프랑스 썸머세일이 시작한지 며칠 지나긴 했지만 그나마 남은 재고라도 놓치지(?) 않기위해 아침식사를 일찍 마친 후 자서방과 시어머니와 쇼핑을 위한 외출을 했다.

집에서 나올때만 해도 이렇게 덥진 않았는데 햇볕이 너무 심하게 내리쬐는 바람에 집에 두고온 우리 아기새가 걱정되기도 했다. 자꾸 부들부들 떨길래 추운가 싶어 해가 잘 드는데다가 새집을 옮겨놓고 나왔기 때문이다.

관련 포스팅 보러가기: "고양이가 아기새를 물어다 주었다 ㅠ.ㅜ"

나는 사실 쇼핑에 별 관심이 없는 1인이다. 그래서 이번 썸머세일에는 느긋하게 있었는데 언니랑 엄마의 지갑이 낡은게 생각나 이참에 좋은걸로 사드리자 싶어서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시어머니와 자서방은 자꾸만 옷가게로만 나를 이리저리 데려가서는 이것저것 입어보라고 열심히 권하셨다. 난 분명 옷은 안사도 된다고 여러번 말했는데... 내가 옷이 그렇게 필요해 보였나 싶기도 했다. ;;

옷사는건 정말 피곤한 일이다. 구경하는 사람이야 몰라도 나는 탈의실에서 한두번만 옷을 갈아입다보면 영혼이 탈탈 털릴정도로 기운이 빠진다. 이래서 내가 쇼핑을 안해...

반면 시어머니와 자서방은 내가 탈의실에 들어갈때마다 앞에 서서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꽤 즐기시는 모습들이었다. 어떨때는 큰 소리로 "예쁘다"고 하시다가 어떨때는 "한바퀴 돌아보렴" 혹은 둘이서 동시에 냉정하게 고개를 가로 젓기도 한다. 자서방은 달려가서 다른 사이즈나 다른 디자인을 탈의실로 밀어넣어주기도 했다. 은근히 이부분은 나도 즐겼다. 오늘은 나를 위한이구나 싶은 기분이랄까 ㅎㅎ

자라와 h&m에서는 매장내 인파가 넘치는 바람에 탈의실과 계산대의 줄이 끝이 보이지를 않았다. 나중에 시어머니께서 기지를 발휘하셔서 옷을 고른 후 윗층 한산한 남성복 층에 가서 탈의실도 이용하고 계산도 빠르게 처리했다. 센스 넘치는 완전 꿀팁~

아무튼 열군데 이상의 옷가게를 다니며 수십번의 탈의(?)과정을 거쳐서 반바지 하나티셔츠 세장 그리고 원피스 하나를 얻었다. 자서방님 감사합니다.. 근데 좀 지칩니다..

낭시에 올때마다 가는 맛집으로 갔다. 이름을 유심히 본적이 없었는데 사진을 보니 Les Pissenlits가 이름인가보다.

여기에는 자서방과 시부모님께서 사랑하는 메뉴가 있다.

바로 이 햄이랑 크림 파스타

정확한 이름은 프랑스어로 돼 있어서 나도 모르겠다. 빵안에 닭고기가 들어간 크림 소스가 들어있고, 추가 파스타와 크림소스가 따로 서빙이 된다. 자서방 말로는 프랑스의 많은 식당에서는 냉동 재료들을 사다가 요리를 빨리 내오곤 하는데 이곳은 정말 신선한 재료들로 요리를 정성껏 하는게 느껴져서 좋다는 것이다.

난 햄이라길래, 촌스럽게 스팸같은 햄을 생각했는데 ㅎㅎ 이건 그냥 부드러운 고기맛이다. 정말 맛있다. 정말 정말 정말..

 

새우 감바스는 내가나중에 추가로 시켰는데 이거 안먹었음 서운할뻔 했다. 정말 무너무 맛있다. 프랑스 음식들이 느끼하게 느껴지던 참이었는데 이건 나에게 뭄에 한줄 단비 같은 맛이었다. 파스타를 슬쩍 얹어서 소스에 비벼 먹었는데 내가 먹어본 그 어떤 토마토 해물 파스타보다 맛있었다. 자서방이 내가 맛있게 먹는걸 보더니 흐뭇했는지 남은 파스타를 다 덜어주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다음날 바로 토마토 해물 파스타를 집에서 만들어 주셨다.

사실 프랑스 요리사들은 자부심이 강해서 이런걸 보면 안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했다. 자서방만 봐도 자기가 요리한 음식들을 내가 먹을때 처음 한번이라도 요리한 그대로 음미하기를 원하니까 말이다. 내가 말했더니 자서방도 시어머니도 괜찮다고 하셨다. 이걸 보고 파스타를 하나더 메뉴에 추가하면 더 좋겠다며-

맛있게 점심을 먹고난 후 엄마와 언니에게 줄 지갑을 사러 낭시 유일한 백화점으로 갔다.

1층에서 나는 지갑을 고르고 있었고 자서방은 태국인 여자 동료들이 부탁한 선물들을 보러갔다.

엄마를 위해 마이클 제이콥스에서 와인색 장지갑을 샀고, (보자마자 이건 우리 엄마 스퇄~!! 하며 챙겨들었다) 언니는 롱샴에서 검은색 중지갑으로 하나 샀다. 두개 다 50프로 세일이었다.

2층에 올라갔더니 시어머니께서는 주방코너에서 락앤락 세트를 사셨는데 1+1이었다며 한 세트를 나에게 주셨다.

그런다음 바지를 고르던 자서방때문에 시어머니와 전쟁(?)이 시작되었다. 계산을 하시려는 시어머니와 그걸 막으려는 자서방.

중간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나는 어쩌고..

자서방은 자꾸만 시어머니를 멀리 모셔가서 다른걸 구경하고 있으라고 했고 그걸 눈치챈 시어머니는 한시도 아들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으셨다. 결국 자서방이 고른 바지 3개를 몽땅 계산하시며 울쌍을 짓는 나에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내 아들꺼 엄마가 계산할 수도 있지 안그러냐~?"

옷에 붙어있는 테그 색깔에 따라 할인율이 30% ~ 60%까지 정해져있다.

 

다들 두둑한 쇼핑백을 하나씩 들고 집으로 갔다. 드디어 끝났구나..

집에가서 자라에서 사온 티셔츠를 입어보았더니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솔직히 너가 살때는 별로 안이뻐 보였는데 막상 입은걸 보니까 너무 예쁘다. 나도 같은걸로 하나 사야겠네"

"네 이거 예쁘죠? 큰사이즈도 있더라구요, 제가 내일가서 사다 드릴게요"

자서방이 옆에서 거든다.

"뭐? 큰사이즈? 너 지금 우리 엄마가 뚱뚱하다는 뜻이야?"

"아..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럼 어머니, 같은 사이즈로 하나 사다드리지요!"

시어머니는 웃으시면서 괜찮다고 본인께서 직접 제일 큰 사이즈로 살거라고 하셨고 자서방도 나도 웃었다.

다음날 빨래줄에 걸려있던 시어머니 티셔츠들의 사이즈를 확인 한 후 자서방과 오전에 둘이 자라 매장으로 갔다.

사실 XL사이즈를 주로 입으시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티셔츠가 좀 게 나온 듯 해서 L사이즈로 내가 고집부려서 샀다. 비슷한 디자인의 다른 티셔츠도 두장을 더 사서 선물로 쨘~ 하고 갖다드렸다.

시어머니께서는 고맙다고 하시면서도 돈을 굳이 주시겠다고 평소처럼 고집 부리시다가 결국은 선물로 받기로 하셨고 역시나 입어 보시더니 내가 고른 사이즈가 딱이라고 하셨다. 티셔츠 세게 다 사이즈나 디자인이 꼭 마음에 드신다고-

"거봐 자서방 내말이 맞지!!??"

자서방은 자기 와이프랑 어머니가 똑같은 옷을 입고는 서로 대화하는 모습이 그렇게나 좋았나보다. 행복한 얼굴로 기념 촬영좀 하자고 핸드폰을 우리앞에 내밀었다.

나는 똑같은 디자인으로 우리 친정엄마꺼도 하나 사왔다. 시어머니 친정엄마 그리고 나는 커플티를 입게된 것이다. ㅎㅎ

"저 시어머니랑 커플티 입는 녀자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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