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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처가에 와서 설거지 하겠다는 외국인 남편

by 낭시댁 2018. 4. 14.

우리엄마는 말이 안통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자서방의 열렬한 팬이 되신 것 같다. 

텔레비젼에서 외국인 남편들이 나오기만 하면 "우리 자서방이 훨씬 잘생겼네" "저런건 우리 자서방도 잘하지" 등등 자서방 얘기를 그렇게나 하신다. 

오늘 저녁을 먹다말고 텔레비젼에 나오는 외국인 남자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는 엄마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씀 하셨다. 

"아, 나 생각난거 있는데, 자서방이 맨 처음 우리집에 왔을때 말이야. 저녁 먹고나서 내가 부엌에서 혼자 설거지를 하고 있었거든? 자서방이 갑자기 조용히 옆으로 다가오더니 나를 슬쩍 밀어내는거 있지. 그러더니 팔을 걷고는 막 자기가 설거지를 하겠다는거야. 워낙 조용 조용히 웃으면서 밀어 내길래 나도 큰소리는 안내고 더 세게 밀어냈지. 말은 안통하지 그냥 티비티비하면서 티비나 보라고 기어이 밀어냈어. 그 담에도 설거지만 하면 자꾸 쳐다보드라. 외국에서는 남자들이 그렇게 설거지를 하나봐?"

아 그런일이 있었구나 ㅎㅎㅎ 

예전에 친정에 같이 왔을때 몇번이나 자기가 설거지를 하면 안되냐고 나한테 물어보긴 했었다. 그럴때마다 그냥 싱크대가 너무 낮아서 허리아프니까 하지 말라고 말렸다. 엄마가 요리할때도 자꾸만 나가서 서성거린다. 뭐라도 같이 거들고 싶어서 그러는건데 엄마는 또 옆에와서 쳐다보는게 더 신경쓰인다고 나더러 자서방좀 데리고 가라고 하신다ㅎ

자서방은 또 친정에 같이 왔을때 나에게 소곤거리며 두어번 물어왔었다. 왜 부엌일을 다같이 하지 않고 엄마나 새언니가 하느냐는 거였다. 처음엔 내가 안거든다고 뭐라고 하는건지 알았는데 (자서방이 식구들이랑 말이 안통하니 우리 식구들은 내가 차라리 자서방 옆에 붙어있기를 원한다) 알고보니 왜 나머지 사람들은 (가령 우리아빠나 오빠..?) 안 거들고 있냐는 뜻이었던가 보다.

생각해보면 프랑스에서도 시어머니가 혼자 요리는 다 하신다. 대신에 상을 차리고 요리를 테이블로 옮기거나 다 먹고나서 뒷정리를 하는것은 모두 시아버지와 자서방이 한다. 식기세척기는 거의 시아버지 전담.... 아침식사때 커피를 준비하고 빵을 사오거나 굽는것과 정원에서 바베큐를 할때도 남자들이 다 알아서한다. 그러니까 우리 친정 남자들이 자서방 눈에 좀 생소했던가보다. 

새언니가 한번은 식사준비중에 자서방이랑 울오빠한테 월남쌈을 말도록 했다. 자서방은 드디어 도울 일이 생겼구나 하는 표정으로 열심히 했다. 이때 우리오빠는 저 스댕밥상의 꽃무늬가 챙피하다고 했지 ㅎㅎ 뭐어때~

이번에 자서방이 왔을때도 우리엄마는 장조림용 메추리알을 삶아서 자서방에게 까게 하고는 앞치마까지 자서방에 둘러주고는 서로 좋아라했다.ㅎ


사실 우리 자서방은 부엌이 자기 공간인줄 아는 사람이다. 요리하고 설거지하는건 나보다 더 잘하는걸 스스로 잘 안다. 
대신에 청소는 소질이 없는건지.... 청소는 내가 더 많이 해야지 뭐.. 그렇게 자연스럽게 집안일이 분담 되었다.
한번씩 빨래도 개어서 내 옷장에 갖다 넣어둔걸 보면 나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잘 개는건 인정. 


엄마가 오늘 저녁식사 내내 자서방 칭찬을 하며 보고싶어하길래 내가 말씀 드렸다. 

"사실 이번에 자서방이 먼저 방콕으로 가면서 뭐라 그랬냐면, 다음에 한국에 오면 꼭 자기가 직접 엄마 아빠한테 요리를 해 드릴거래. 프랑스 요리로... <소고기 스튜>를 하겠다더라. 근데 프랑스요리가 엄마 아빠한테는 생소하잖아. 워낙 간장 고춧가루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어서 내가 프랑스 요리는 맛없어하실거라고 하지말라고 했어."

그랬더니 엄마 아빠가 눈을 휘둥그레 쓰시면서 내말을 막았다.

"일단 해 보기나 하라 그래. 우리도 먹어나 보자 프랑스요리! 맛있나 없나! 하지말라고 하기만 해"

"ㅋㅋㅋ 자서방 소심해서 자기 요리 맛없다 그럼 풀 죽는데 ㅎㅎ 모르겠다ㅎㅎ 아무튼 꼭 한다고 했어." 

아무래도 우리아빠는 자서방 요리에 고춧가루를 뿌려드실 것 같다.


저녁에 자서방에게 전화로 우리 부모님이 프랑스요리를 기대하고 계시다고 말해주었더니 자서방이 말했다. 

"나도 기대 돼. 내가 요리를 하고 있을때 어머님이 오시면 나한테 하셨던것 처럼 나도 부엌 밖으로 밀어드릴거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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