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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댁에서 장금이로 거듭나다.

by 낭시댁 2019. 7. 13.

​며칠전 내가 시부모님을 위한 요리를 성공적으로(?) 했다. 자화자찬-

시어머니 혼자 매일 요리하시는게 죄송스러워서 한번은 내가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을때 자서방이 말했었다.

“네가 요리한다고 하면 엄마아빠는 좋아하실 거야. 근데 엄마가 매일 요리하는걸로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네가 없었어도 엄마는 항상 요리 하는걸 좋아하니까. 그리고 지금은 네가 옆에서 도와드리잖아.”

“근데 나 이번에 새로운 요리하면 시엄니 또 동네 사람들 모아다 요리 교실 여시는건 아니겠지ㅎㅎ”


  이전 포스팅 보러가기: 프랑스 에서 선보인 야매 한식 수업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한 밥이 너무 먹고싶었다. 고추장까진 아니더라도 간장같은게 들어간 한국적인 맛 말이다. 그말은 차마 못하겠더라는...

메뉴는 내가 정했다. 간장 닭고기 덮밥.

필요한 재료를 시어머니께 말씀 드렸더니 대부분의 재료를 이미 갖고 계시다고 하셨다. 간장, 굴소스 심지어 전분까지- 역시 국적불문 다양한 요리를 즐기는분이시다.

필요한건 표고버섯과 청경채 뿐이었다. 청경채 대신 집에 있던 브로콜리와 파프리카로 대체하려고 했으나 자서방이 브로콜리라는 말에 질겁을 해서 ㅎㅎ

요리 당일 점심을 먹고나서 시어머니와 자서방과 베트남 식료품점으로 갔다.
이름은 사이공이지만 한국 과자나 라면도 있다. 청경채 한봉만 사면 되는데 시어머니께서 레오 맥주 6병도 같이 사셨다. 

“이 작은 가게도 먹고 살아야하니 내가 좀 팔아줘야지. 내가 좋아하는 가게인데 문닫으면 안되지” 

정말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저녁식사를 보통 9시나 돼야 먹으니 7시 쯤에 요리를 시작했다. 시어머니께서는 필요한 재료들을 내어주시고는 밥솥을 꺼내서 밥까지 안쳐주셨다. 비록 인디언쌀이라 나는 마음에 좀 안들지만 시어머니는 한국쌀처럼 찰기 있는 쌀보다 이런 날림 쌀을 더 좋아하시니..

“그냥 가서 쉬고 계세요. 제가 다 되면 말씀 드릴게요”

“오늘은 내가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았구나? 오 신난다. 그럼 난 거실에서 맥주나 마시고 있을테니 필요한거 있음 날 부르지 말고 네 남편 부르렴”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뭔가가 불안하셨는지 확인하러 금세 오셨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가시는가 싶더니 끓고있는 밥솥을 열어보시는 것이었다!

“밥이 덜됐을땐 밥솥 열면 안되는데..”

“나도 아는데 하도 궁금해서 자꾸 열게되네 호호호 내가 아끼는 밥솥이야”


잠시후 파리에 가셨던 시아버지께서 돌아오셨다. 아침일찍 떠나셨다가 저녁 7시가 넘어서 돌아오신 것이다.
시아버지께서는 매우 피곤한 표정으로 몸이 안좋으니 그냥 올라가서 쉬겠다고 말씀 하셨고 시어머니께서는 며느리가 요리 한건데 지금 다 돼가니 조금만 먹고 가라고 붙잡으셨다.

요리를 서둘러 마치고 자서방을 시켜 테라스에 테이블을 세팅하게 했다.

음식의 냄새가 너무 좋다며 시어머니께서 맛보기 전에 말씀 하셨다. 

“네가 하는 요리는 우리한테 참 이국적인 요리인데 그러고보니 우리 음식들도 너에겐 참 이국적이었겠구나. 이건 한국 요리인거지?”

“아니요ㅎㅎ 그냥 제 요리예요. 전에 한국에서 방콕가는 비행기에서 나온 닭요리가 하도 맛있어서 흉내내면서 처음 해본 건데 지금까지 자주 하고있어요”

아마도 중국식에 더 가까울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자서방과 시어머니가 과장된 표정으로 한국음식이 아니었냐며 실망했다고 하셨다. 이건 그냥 제 요리라니까요ㅎㅎ

저녁을 안드시겠다던 시아버지께서도 한술 뜨시더니 맛있다고 칭찬해 주셨다. 진심 많이 드셔서 너무 좋았다. 

“그럼 제가 요리 또 해 드릴게요”

시어머니는 매일도 할거냐고 물으셨고 나는 똑같은 요리를 매일 드실 수 있다면 매일 하겠다고 대답했다ㅎㅎ

밥먹는데도 빵을 먹는 프랑스인들...ㅎㅎ

야채를 많이 안먹는 자서방도 청경채를 잘 먹어주어서 너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시부모님은 너무 맛있었다고 두번 세번 말씀 해 주셨다. 아마 앞으로도 이 요리는 종종 해 드리게 될 것 같다. 


오늘의 요리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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