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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는 시골집도 이렇게나 멋지다...

by 낭시댁 2019. 7. 15.

자서방이 며칠 전부터 말해준 그곳에 가는 날이다. 

시어머니와 함께 일했던 옛 동료네 집에 초대를 받았는데 내가 아주 좋아할 거라고 했다..

“네가 아주 좋아할 것 같아. 거긴 시골집이거든. 차로 고작 2-30분 정도밖에 안떨어진 곳이지만- 좀 쌀쌀할 수 있으니 긴바지입고 겉옷도 하나 챙기는게 좋을거야”

오후에 점심먹고 시아버지께서 운전하시는 차로 온가족이 출발했다. 

차창밖 풍경이 시골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대부분 밀 밭이었고 옥수수나 해바라기 밭, 그리고 말이나 소들도 있었다. 

나 이런 풍경 느므 져아~ 하고 보는데 나를 보는 자서방 표정도 뿌듯해 보였다. 

동네로 들어갔는데 마침 공터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던 세명의 소년들이 보였다. 그 중 한명이 우리가 오늘 방문하는 지인의 아들, 노암이라고 자서방이 말했다. 

지난달 이 가족들이 태국 여행을 왔었는데 자서방이 하루 방콕 가이드를 해 준 덕에 아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암은 우리를 보자마자 부끄러워서 집으로 달려가 숨었다ㅎㅎ 나중에 들은 일이지만 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던 물의 원래 용도는 예전에 소들을 데려와서 마시게 하던 곳이라고 한다. 

​곧 노암의 부모님이 나와서 우리를 맞아 주었다. 4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인상이 아주 좋은 부부였다.

집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늘아래 테라스에 앉아 샴페인이나 맥주 음료수 등을 마시며 다양한 대화를 했다. 

나무에서 이파리가 자꾸 떨어져서 잔속으로 들어갔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고 나는 그것마저 운치가 있게 느껴졌다.

다들 샴페인을 마실때 나는 살구 쥬스가 맛있어 보여서 그걸로 마셨다. 
 
잠시후 시어머니의 옛 동료였던 파티마가 직접 구운 파이를 내와서 그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한 조각씩 나눠 주었다. 
우리 시어머니는 큰 소리로 "봐라! 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네!"라고 하시며 내꺼는 특별히 아이스크림을 많이 얹어주라고 하셨다. 다들 웃었고 나도 좋아서 웃었다.....

파티마의 가족들은 태국 여행이 아주 좋았는데 마사지가 너무 아팠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너무 시끄러웠다고 했다. 

우리 시엄니 쌩뚱맞게 말씀하셨다. 

“한국인은 안그래, 중국인들이랑은 달라” 

아무도 안물어봤는데요.... 왜 그런 말씀을....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를 못보셨군요...

자서방은 방콕 여행은 1월이 가장 좋다고 추천했다. 덜 덥고 선선하다고-

그리고 대화중 내가 만든 닭요리에 대해 시어머니가 자랑 하시는걸 들었다. 시타케랑 팍초이넣고 한국요리(!)했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내가 다음에 또 해드린다고 프랑스어로 대뜸 껴들었더니 다들 프랑스어 잘한다고 놀람....  이정도 갖고 뭘요... (문제는 이때부터 우리 시엄니는 내 프랑스어가 엄청 훌륭한걸로 오해를 하셔서 계속 프랑스어로 나한테 말씀을 하신다는거..ㅠ.ㅠ)

시엄니께서는 웃으시며 다음엔 뭐 해 줄건데라고 프랑스어로 물으셨고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똑같은거요” 

"그거말고 다른걸로 해줘.."

“맛 없었어요?”

”맛있었지 근데 다른거해. 만두같은거..

우리 시어머니는 내 프랑스어 독학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옮겨가시며 나에 대한 자랑을 이어가셨다. 아 부끄럽게스리...

나는 집 주변을 둘러 보겠다고 말하고나서 얼른 혼자 자리를 떴다. 

시골집이 무슨 이렇게 예쁘담.. 

당연히 넓을거라는건 예상했지만 집과 정원이 엄청 넓었다. 뭔가 투박하고 정겨우면서도 세련되기도 하고..

석탑같이 생긴 저것은 바베큐장이었다. 

집이 100년정도로 오래되었는데 오른쪽 통나무로 된 부분은 나중에 확장한거라고...

확장할때도 뭔가 기존 건물과 어울리게 하려고 노력한 느낌이다. 

​신기한 식물이 보여서 시어머니께 나중에 뭔지 아시냐 여쭤봤더니 이건 모르겠고 옆에 있는건 알겠다며 마약이라고 하셨다ㅎㅎㅎ 이집에서 마약하나보다며 농담을 하셨는데 자서방이 서둘러 내가 믿을까봐 마약하는 사람들 아니라며 ㅎㅎ 저걸로는 마약 못한다는데 나는 어차피 모름

아마 이게 그 양귀비..인가보다.​

​예쁜 나무 밑에 통나무로 만든 말이 두개가 있었다. 

​또다른 나무에 메어진 그네 두개

​지금은 낡았지만 한때는 너무 사랑받았을 오두막과 미끄럼틀​

​이웃집 마당에 있는 농기계들은 왠지 정감이 갔다. 

내가 자서방에게 동네 한바퀴 산책가자고 했더니 파티마의 남편이 직접 보여주겠다며 아들 노암과 따라 나왔다.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집근처에 오래된 교회가 있는데 열쇠가 있으니 내부를 보여주겠다며 교회로 우리를 안내 했다.

열쇠를 왜 갖고 있는걸까...... 물어보진 않았다. 

12세기에 지어진 교회인데 지금은 교회로 사용하지 않고 얼마전 음악회를 연적이 있다고 했다. 아.. 파티마의 남편은 뮤지션이다. 공연기획도 한다고 했는데 아마 교회에서 했던 ​음악회 관련으로 열쇠를 갖고 있나보다 짐작을 해봤다.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커보였다. 너무 열정적으로 이것저것 보여주고 설명해 주어서 부담될 정도였다. 자서방도 한번씩 뒷걸음치는걸 보았음...ㅋㅋ

​조그만 방에 이렇게 신부님이 입던 다양한 의상도 보여주었다. 한칸에 3-5벌정도씩 있었으니 50벌은 족히 넘을듯..

​의자도 세월을 말해 주는것 같았다.

"이 의자들도 엄청 오래 됐겠죠..?"

"그럼요. 여기있는 모든 것들이 다 그래요"

이곳은 고해성사 하는곳-

자서방 고해성사할거 많지? 다 들어줄게 들어가자-​

​아 우리가 밟고 있었던 바닥.. 여기가 무덤이라고.. 이 교회아래에 27명이 잠들어있다고 했다.

"아 부자들은 돈내고 맨 앞자리에 묻혔던거죠?"

"묻히는데 돈을 낸건 아니지만 맨 앞자리는 대부분 부자들이 차지 한건 맞아요."

​밖으로 나왔는데 무덤이 하나더 있었다. 사연은 모르겠지만.. 종교적인 믿음이 컸겠지..

​아주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 였는데 그때 주변에 일하느라 지나가는 아저씨들과 엄청 시끄럽고 유쾌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쩌렁쩌렁~

​집으로 돌아가다가 자서방더러 "우리 저쪽으로도 가보자"하고 말하며 자서방을 끌고가려고 했더니 노암이 자기가 따라와서 안내를 해 주겠단다. 

어린나이에도 매너가 몸에 베었구나..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노암이 자랑스럽게 보여준곳은 예전 이동네 빨래터란다. 지하수라서 차갑다며 만져 보라고도 했다. 앗 차거- 가이드를 잘하는구나

​나중에 파티마가 집안에서 그림을 두 점 가지고 나와서 보여 주었다. 어느 화가가 그려놓은걸 보고 샀다며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바로 좀전에 보고온 이동네 빨래터와 노암이 처음에 물놀이 하던 소 물통

아무래도 이 동네 명물 두가지를 우리가 다 보고 온 것 같다-

 

잠시후 집안을 구경시켜 주겠다며 파티마가 앞장서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아 신나~ 궁금했어요~~

​시골에 100년된 건물이라니 사실 내부에 대해서 크게는 기대 안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엄청 세련되게 꾸며 놓았다.

사진 찍어도 되냐 물으니 흔쾌히 허락하시며 더 많은걸 보여주시려고 애쓰시는듯 했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부엌은 작아요. 대신에 환기가 잘되도록 창을 많이 내었죠. 집에 텔레비젼은 없어요. 제가 싫어해요" 

 

예쁜 화분들과 더 예쁜 창밖 풍경-

그림같다... 이런게 바로 우리엄마가 늘 말하는 -불란서 집- 인가보다 ㅎㅎㅎ

파티마가 앞장서서 윗층으로 따라 올라오라며 계단을 올라 갔다.

시원하게 시야가 트인 살롱~

​그녀는 실은 포루투갈인이라고 했다. 

집안 곳곳에 있던 액자들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포르투갈에서 어릴적 찍은 사진들은 정말 옷차림부터도 이국적이었고 너무 흥미로웠다. 짧은 시간에 그녀의 부모님과 형제들과 조부모님을 뵈었다. 

그리고 그녀는 매우매우 아름다웠고 자신감이 넘치는 멋진 여성이었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여긴 노암의 방이에요. 항상 어질러져있어요"

하나도 안그런데요... 

10대 스럽게 한쪽 벽에는 연예인들의 사진들도 걸려있었다. 

​여기는 그녀의 남편 마누의 방- 

누가봐도 뮤지션의 방이었다. 

솔직히 시골이라 그래서 농사꾼인가 싶었는데 그냥 전원 생활이 좋아서 이곳에 사는것이었다. 

"우리 남편 뮤지션이잖아요. 악기들을 많이 다루어요. 노암 어렸을때 바이올린을 가르쳐주었고 요즘에는 새로이 첼로를 틈틈히 가르쳐 주고 있어요" 

​복도를 걸을때 마다 낡은 마루바닥 소리가 삐걱 거리는데 자서방은 그 소리가 너무 듣기 좋다고 했다. 

​여긴 다락방. 노암이 어릴때 지내던 방이라 지금도 여기와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여긴 우리 부부 방이예요- "

완전​ 크고 시원한 방이었다. 창도 많고.. 멋진... 

​그집을 떠나기 전에 시어머니께서 보여주신.. 뭐였지.. 이름은 까먹었다. 

파티마가 만들어준 파이가 바로 이 식물을 이용한 거라고 하셨다. 레몬과 고구마 섞인 맛이랄까... 매력적인 맛이었다. 생긴건 꼭 토란같이 생겼는데 전혀 보기와 맛이 달랐다. 

"맛있었으면 내가 집에가서 또 만들어 줄게"

"아니예요,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옆에서 자서방이 웃었다. 요즘에 내가 거절하는 것을 드디어 배워가는 것 같다며 ㅎㅎ

돌아오는길에 본 "뚜르 드 프랑스, 이곳을 지난다"고 써져있는 깃발.

며칠후에 프랑스에서 가장 큰 (시어머니 말씀으론 세계에서 가장 큰) 자전거 경주가 바로 이 도로를 지날거라는.. (요즘 텔레비전에서도 이 얘기로 난리임) 

 

차안에서 내가 말했다. 집도 너무 예쁘고 가족들도 너무 친절 하다고.

"남편 우리도 시골 살까? 난 내가 텃밭도 일구고 닭도 키우는게 꿈인데"

"오.. 난 아니야. 난 도시가 좋아. 저 집은 놀러가긴 좋아도 인터넷 느린거 봤어? 난 계속 도시에 살거야"

하...
시어머니 옆에서 거드신다.

"나도 시골보단 도시가 좋다. 내가 안가더라도 항상 근처에 대형마트, 병원, 쇼핑몰이 꼭 있었으면 해 ㅎㅎㅎ 인터넷은 빨라야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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