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새출발

이번 주말은 비빔밥이다!

요용 🌈 2025. 3. 16. 04:30

버거씨가 낭시로 오기로 했던 지난 주말. 
 
요즘 버거씨는 낭시에 올때마다 금요일날 저녁부터 화요일 아침까지 꽤 길게 머물고 있다. 금요일 퇴근 후 기차를 타고 왔다가 월요일날 우리입에서 재택 근무를 하고 화요일 아침에 기차를 타고 룩셈부르크로 바로 출근을 하는것이다. 
 
설레는 금요일 저녁. 
퇴근 후 나는 장을 잔뜩 봐왔다. 무려 4박 5일을 머물다 갈 버거씨를 위해 요리를 많이 해 줄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번주에 나는 드디어 버거씨에게 제대로 된, 버거씨가 먹어본 중 최고의 비빔밥을 만들어 줄 예정이다. 
 
 
일단 버거씨는 저녁 8시가 넘어야 도착하니까 일단 내가 먹을 저녁 요리를 만들어야지... 

오늘의 메뉴는 돼지고기 볶음이다. 우리 엄마가 하는 식으로 볶다가 감칠맛을 위해 액젓을 추가했다. 뭔가 태국식 느낌? 대만족! 
 
밥을 먹다가 이제 막 퇴근했다는 버거씨에게 이 사진을 보내줬다. 
 
[이따 배고플 경우- 이게 당신의 저녁식사야. 난 지금 먼저 먹을게.]
 
[와! 진짜 맛있겠다. 고마워]
 
[내일은 더 맛있는걸 해 줄거야. 나와 함께 있는 한 당신은 배고플 일은 없어.]
 
사실이다. 나랑 함께 있는 한 그 누구도 나는 배고프게 내버려 두지 않을거다. 내가 먼저 배가 고플거니까. 
 
저녁을 먼저 먹고나서 나는 버거씨가 올때까지 다음날 먹을 비빔밥 재료를 미리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번에 준비하려면 일이 많으니까- 
 
시금치를 데쳐서 참기름에 꼬소하게 무쳤고, 당근도 볶고 가지도 굴소스에 볶았다.
 
 
버거씨는 8시 반이 다돼서 집에 도착했다. 
 
배고파? 내가 빨리 준비해줄게~
 

비빔밥은 아직 아닌데 뭔가 비빔밥처럼 탄생했다. 
돼지고기 볶음을 데워서 밥이랑 담은 후 내일 먹으려고 준비한 시금치, 가치, 당근을 곁들였을 뿐인데. 
이건 내가 했지만 무조건 맛있겠다.

버거씨는 비주얼에 놀라 사진도 찍고 감탄하면서 난리났다. 누나한테 어머니한테 사진을 다 보내서 자랑했음. 
물론 맛도 정말 좋았다고 고마워했다. 
 
다음날 점심때는 ... 
 
비빔밥을 해주려고 했는데 전날 먹다 남은 돼지고기를 먼저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 남은 돼지고기볶음에 밥대신 국수를 섞어서 비빔밥 재료와 함께 준비해 보았다. 그러니까 짧게 말하면 화려한 간장국수. 

식감을 위해 후다닥 계란 지단도 부쳐 썰어서 잔뜩 얹었고 조미김도 듬뿍 올려 감칠맛을 더했다. 

참기름 향이 어찌나 꼬소한지!

버거씨는 능숙하게 비벼서 조금도 남기지 않고 금방 다 먹어치웠다. 내꺼보다 국수 많이 담았는데 이렇게 빨리 먹을 줄이야. 
 
정말 감탄감탄하는 버거씨. 
 
이날 저녁에는 버거씨가 고맙다고 외식을 하자고 해서 결국 비빔밥은 그 다음날로 미뤄졌다. 
 
드디어 다음날 제대로 면모를 뽐낸 나의 비빔밥.
다진 소고기, 주키니, 버섯을 볶았고 오이채도 썰어서 곁들였다.  

아 맛있겠다. 나 혼자 만들면서도 감탄을 연발했다.
꽤 오랜만에 비빔밥을 만들어보는구나. 

계란 후라이 반숙해서 얹고 국산 참깨로 깨알 데코.

아, 믿고있던 시판 비빔장 소스는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렸고;; 
결국 직접 만들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항상 애용하는 사과주스를 넣고 간마늘 간양파 참기름 등등 매운맛을 최소화 하기위해 다양하게 섞어보았는데 여전히 톡 쏜다. 내 입에는 더없이 맛있지만…
결국 간장 참기름 소스도 따로 하나 준비했다. 버거씨를 위해- 
 

 
완성된 비빔밥을 보고 버거씨 눈이 또한번 휘둥그레졌다. 
 
응 이게 바로 제대로 된 비빔밥이야- 
가장 인기있는 대표 한식 중 하나지. 
매우니까 당신은 간장소스 써- 
 
하지만 내가 매운 양념장을 듬뿍 끼얹는걸 본 버거씨는 겁도 없이 따라해버렸다. 
맵다니깐 그러네~! 
 
그래도 똑같이 먹어보겠단다 ㅡㅡ; 

와 진짜 맛있다. 내가 했지만... 이건 정말...
한국가면 친정식구들한테도 만들어줘야겠다. 할무니 쫌만 기다리셔유~ 
 

버거씨 비빔밥이 어째 내꺼보다 더 빨간데...? 
밥 더 넣으라니까 괜찮다면서 끝까지 다 먹었다. 
 
그래놓고 하는말-
 
맛있는데... 매운기운은 사라지지않네... 허허... 
 
잠시 후 버거씨는 밥솥에서 밥을 아주 조금 퍼오더니 비빔밥 재료를 듬뿍 넣고 간장 소스만 추가해서 한그릇을 더 비벼 먹었다. 

내가 한그릇 먹을동안 두 그릇 깨끗하게 비운 버거씨. 
비빔밥은 바로 이런 맛이라구~ 맛있고 스트레스 풀리고 야채가 많아 건강에도 좋지~ 
 
아직 끝이 아닙니다!

남은 재료로는 그 다음날 점심때 김밥을 말아줬다. 
버거씨가 월요일 재택 근무를 하느라 정신없을때 부엌에서 조용히 한접시 가득 말아서 내왔더니 버거씨 입이 또한번 벌어졌다. 
내가 이런(대단한?)걸 준비하고 있는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김밥이나 비빔밥이나 비주얼이 일단 먹고가긴 하지. 

귀찮아서 계란은 생략하고- 
간소고기, 시금치, 오이, 볶은 당근에 단무지- 
소고기 볶음위에는 어김없이 마요네즈를 살짝 얹었다. 이러면 흩어지지 않게 고정도 해주고 감칠맛도 높이고- 

김이 반장 사이즈라서 꼬마김밥 사이즈로 12줄 정도를 싼것 같다. 아니 그 이상을 쌌는데 싸면서 내가 많이 먹었음- 
많아서 다 못먹는다더니 둘이 집어먹다보니 다 먹었네? 

비빔밥 재료가 준비할때 손이 좀 많이 가긴 해도 한번 만들어 놓으면 이렇게 활용하기가 참 좋다. 
비빔밥 뿐만 아니라 비빔면으로 김밥으로~ 주말 내내 몇끼를 활용해 먹었는지. 
 
"맨날 아시아 음식 먹어서 지겹지 않아?" 
 
"어우 무슨 소리야. 나 아시아 음식 엄청 좋아하잖아. 국수도 먹고 밥도 먹고 야채도 많이 먹고... 정말 너무 맛있었고 고마워." 
 
"당신은 행운이야." 
 
"당연하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앞으로 내가 당신을 위해 만들어 줄 맛있는 요리가 많이 많이 남았으니까 행운이라는 소리야." 
 
버거씨 입이 찢어진다.
 
내가 말했잖아. 나랑 있으면 배고플 일은 없다고ㅋ
 
 
 
 
Solongos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