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새출발

프랑스 시골 벼룩시장은 마을 잔치다

요용 🌈 2025. 9. 2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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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친구네 늦둥이 소식이 가져온 기분 좋은 바람

 

오전 11시쯤. 

벼룩시장도 구경하고 외롭게 물건을 팔고 있는 스테판에게 인사도 할 겸 다같이 밖으로 나갔다. 

 

올 때마다 사람도 잘 안보이던 이 작은 시골동네가 이렇게 활기찬 모습은 처음 봤다. 야시장 놀이기구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완전 잔치 분위기다. 

 

근데 날씨가 좋다못해 너무너무 뜨겁다. 

 

저 골목 한가운데 땡볕에 외로이 앉아있는 스테판이 보였다. 아이고 덥겠다. 저런저런... 

수수한 스테판의 좌판이다. 

일년동안 애지중지 가꾼 선인장들이 다 나와있네. 

올해는 꿀도 팔려고 했지만 친한 이웃에서 원래부터 꿀을 팔고 있어서 상도에 어긋난다며 꿀은 안가져왔다고 한다. (대신 이날 엘라가 꿀을 네병이나 주문했음.)

 

스테판은 우리를 보고 엄청 반가워하며 자랑스럽게 몇 안되는 상품(?)들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는 버거씨한테 모자를 하나 갖다주겠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에게 좌판을 맡기고 집으로 가 버림. 

 

"너 선인장 가격 알아?" 

 

"아니..." 

 

"그냥 한개당 50성팀씩 줘버리자.ㅋㅋ" 

 

스테판이 없는 사이 손님들이 왔을때 우리는 이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근데 알고보니 진짜로 화분 한개에 50성팀이라고 한다. 

온 종일 땡볕에 앉아있어도 남는게 없는데 그래도 스테판은 일년 내내 아이처럼 이 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실제로 이 작은 마을에 벼룩시장 행사는 마을 잔치와 다름이 없는 듯 했다.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이웃끼리 서로 필요없는 물건들을 나누어 환경을 보호하고 동시에 이웃들과의 친목도 다지는 행사였던 것이다.

판매하는 것들은 아주 다양했다. 정원에서 직접 재배한 야채 과일들이며 사용하다가 싫증난 장식품들까지. 

우리가 벽시계 예쁘다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음악도 나온다며 이것저것 누르셨는데 음악이 안나왔다. 계속 다시 시도하시며 기다려 보라고 하셔서 기다렸지만 끝까지 음악 안나옴... 뻘줌..

이 작은 꼬꼬떼도 실제 요리할때 쓰는거라고 하셨다. 아주머니께서 요리 레시피를 통채로 설명해 주심. 

다들 어찌나 친절하신지...! 

 

 

아이들 용품이 제일 많았다. 

장난감도 다양하고- 

연령별로 물건을 분류해 놓아서 구매하기 쉽게 해 둔 가족의 센스가 돋보였다. 

3개월 남아, 6개월 남아, 9개월 남아, 8-10세 남아. 이 집은 딸이 없나보다.

정말 이 정도면 아이들 물건 새로 살 필요가 없겠는데?! 

 

알마말로는 독일에서는 프랑스보다 더 벼룩시장 & 중고시장이 활성화 돼 있어서 특히 아이들 물건은 돈 주고 살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너무나 좋은 문화인 것 같다.   

가장 좋아보인 부분은 온 가족들이 함께 나와서 판매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치 주말 이색 가족 나들이를 나온 것 처럼 앉아서 음료도 마시고 간식도 먹으면서, 아이들도 어른들과 함께 판매에 참여하고 있었다. 

본인이 애지중지 갖고 놀던 장난감들이라 더 애착을 갖고 판매 하는 듯한 소년의 모습

 

포켓몬 카드도 여기저기서 내놨더라.

포켓몬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증거인지 혹은 한풀 꺽였다는 의미인지 아리까리하다. 

골목 끝까지 계속 이어지는 좌판들. 

 

엘라랑 둘이서 쇼핑(?)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앞서가던 버거씨랑 알마가 보이지 않는다. 

 

알마 미안해... 나는 속으로 사과했다. 

오는 길 차안에서 버거씨는 엘라한테 그동안 밀린 수다를 폭풍처럼 쏟아냈는데 이제 알마 차례가 되었구나. 덕분에 우리는 조용히 좌판 구경에 전념할 수가 있었다. 

 

엘라, 우리 좀 더 천천히 걷자. 

 

내 말을 듣고 엘라가 빵 터졌다. 

 

 

 

시골마을 벼룩시장 쇼핑기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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