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동심을 간직한 중년 아저씨
날씨가 더없이 좋았던 지난 주말.
낮 최고기온이 22까지 올라갔는데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들로 가는 곳 마다 북적였고 괜시리 기분이 들뜨는 날이었다.
버거씨는 어제부터 새 책을 살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제 너 일하고 있을때 서점에 갔다가 엄청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어. 하지만... 지금 읽고있는 책이 두 권이나 있는데 그걸 다 읽고나서 새 책을 사는게 좋겠지?"
혼자서 결론을 다 낸 것처럼 말해놓고는 계속해서 "근데 자꾸 그 책이 아른거려. 그냥 사 버릴까? 이걸 먼저 읽고나서 다른 책들을 읽으면 되지 않을까?" 라며 혼잣말을 반복했다. 아무래도 내가 결론을 내 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서점 가자. 내가 사줄게. 나도 종종 한 번에 두권씩 읽기도 해. 이미 여러번 읽었지만 자기전에 몇 페이지씩 또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흥미위주의 소설책을 동시에 읽기도 하지. 책사서 우리 공원에서 독서하자."
대신 결론을 내 주었더니 버거씨가 아이처럼 좋아했다.

서점에 가면 마치 놀이동산에 온 소년처럼 신이나는 버거씨.
원하던 책을 산 후에도 별별 책들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양이 만화책을 잠깐 읽었더니 사주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간신히 말렸다. 나도 읽을 책이 지금 산더미라...

Rubrique Faits Divers라는 이 책이 바로 버거씨를 잠 못자게 했던 주인공이다ㅋ 파리 유명 일간지에서 25년간 근무한 기자가 쓴거라며 대충 내용을 설명해 주는데 나는 이런 어둡고 골치아픈 세상사는 이제 패쓰하고 싶다고요ㅋ
책사고 잠깐 산책하다가 버거씨가 갑자기 또한번 신이 났다.
바로 오락실이다.

한때 나도 오락실 좋아했지... DDR도 하고... 내가 젤 좋아한 오락은 비행기 1945였는데 그런것도 아직 있으려나. 아무튼 지금은 오락실갈 기분모드는 아니다. 당장 들어가려는 버거씨를 말렸다. 다음에 꼭 같이 가자는 약속과 함께.
스타니슬라스 광장은 맑은 날 특히 더 아름답다.

이곳에서 버거씨가 또 한번 흥분했다ㅋ
바로 앞에 지나가던 폼나는 전기자전거 때문에-

청년한테 양해를 구하고 사진도 찍고 이리저리 꼼꼼히 체크해 보는 버거씨. 결국 가격까지 물어봄ㅋ 가격은 역시나 ㅎㄷㄷ...
부러워하는 버거씨의 눈빛을 본 이 청년은 은근히 뿌듯해 하는듯 했다. 그래 멋지긴 해.

오늘도 더우니까 아이스크림을 사먹을까?
우와... 아이스크림 가게가 역대급으로 붐빈다. 한참동안 줄서서 드디어 가게안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버거씨 아이스크림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냥 다 흰색이다? 그냥 한가지 맛으로 했냐고 물었더니 뿌듯한 표정으로 '두가지 맛'이라고 대답했다. 레몬맛이랑 코코넛. 으... 취향 특이해..
나는 초코바닐라, 피스타치오, 체리치즈, 티라미수... 스푼으로 한층한층 골고루 맛보는게 핵심이다.

아이스크림 가게앞 줄은 점점더 길어지고 있었다.
그 인파들을 구경하며 우리도 다른 사람들 처럼 계단에 앉아서 먹었다. (끊어지지 않는 수다가 핵심)

다 먹고나서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페피니에 공원에 가서 책을 읽었다.

해가 떨어질때까지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우리 둘다 이마만 빨갛게 탔다ㅋㅋ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데다 둘 다 이마에는 선크림을 안발랐음ㅋ

특별한것 없는 주말이었지만 우리는 오늘도 너무 즐거웠다.
똑같은 장소에 가더라도 둘이 같이 있으면 모든게 다 새롭고 재미있네.
이전 포스팅 보러가기
인생은 아름답다.
니스 햇살 좋은 테라스에서 먹은 건강한 브런치
말많은 남자친구가 버거워지는 순간
나를 가장 높게 평가해 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