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여전히 파업의 연속이다.
학생 노조들때문에 학교까지 문을 닫는 바람에 우리는 사흘 연속으로 다른 캠퍼스에서 수업을 이어갔다.
연일 비까지 오니까 더 기분이 우중충하다.
낡고 휑한 이 건물이 바로 우리의 임시 캠퍼스이다. 교실도 엄청 크고 화장실도 큰데 어딜가나 그냥 휑한 느낌. 가장 문제는 이곳에는 매점이나 식당이 없다는 점-
이날에는 점심시간을 포함한 공강이 3시간이나 있어서, 필리핀 친구가 자기네 집에 가서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그녀의 집도 그리 가깝지는 않아서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길에 홍콩 친구와 일본인 친구도 합류했다.
비오는 날엔 라면이 최고지!!!!
항상 아낌없이 베푸는 친구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집에서 미리 챙겨온 라면2개랑 망고를 테이블에 꺼냈다. (4명이 될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음)
"어, 우리집에도 라면 있는데 뭐하러 가져왔어~"
하지만 친구가 꺼내온 라면은 온통 불닭... ㅡㅡ;
그녀는 불닭볶음면 마니아-
"오! 나도 저거 좋아하는데!"
아기같은 외모의 일본 소녀가 의외로 손뼉을 치며 불닭에 환호했다.
"아니야, 지금 저거 먹으면 우리 오후 수업에 못 돌아가... 설사하느라고..."
결국 내가 모두를 진정(?) 시킨 후 열라면 2개랑 친구네 집에 있던 진매 2개를 한데 넣고 끓였다. (얘네도 다 매운맛)
매운음식을 못먹는다는 홍콩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신라면은 좋아해."
야이... 그럼 너는 매운음식을 잘 먹는거지...
그래도 혹시 몰라서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계란 3개를 풀어서 맨 끝에 얹었다.
나랑 일본인은 젓가락을 사용하고 필리핀, 홍콩인은 더 편한 포크를 택했다. (홍콩친구는 영국에서 자랐다.)
다들 한국 라면이 역시 최고라며 극찬을 하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국물까지 모두 흡입했다.
"나는 불닭볶음면도 좋지만 떡볶이도 좋아해! 주말에 아시아마트가서 떡볶이사다가 먹었는데 너무너무 맛있었어!"
다들 한국음식 마니아들이다.
국적이 모두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라면을 끓여먹으니 맛있는건 둘째치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학창시절 학교 끝나고 부모님 안계시는 친구집에 몰려가서 라면 끓여먹는 그 느낌이랄까...
친구가 후식으로 냉동 치즈케잌을 꺼내왔는데 매운 라면을 먹고나서 먹는 차가운 치즈케잌은 평소보다 열배 맛있었다!!
아... 너무 맛있잖아...!
우리가 후식을 천천히 먹으며 수다를 떠는 동안 친구는 우리가 먹은 냄비등을 설거지 하고 있었다.
내가 가져온 망고는 저녁에 남친이랑 먹으라고 그집 과일 바구니에 놓고 나왔는데, 아낌없이 다주는 이 친구는 고작 망고 하나에 엄청 고마워했다.
넌 항상 더 많은걸 주잖니.
사춘기 소녀들처럼 우리는 다시 시끄럽게 수다를 떨며 버스에 올랐다. 학교로 돌아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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