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씨는 아픈 나를 혼자 두고 싶지 않다며 꼭 낭시에 오겠다고 했지만 나는 여러번 설득한 끝에 버거씨를 단념시킬 수가 있었다. 아플때는 혼자 그냥 온종이 푹 자는게 최고인데 옆에 버거씨가 있으면 신경쓰여서 내가 그럴 수가 있겠냐고 말이다.
버거씨는 안그래도 자기도 감기 기운이 생겼다고 한다. 아이고 이런... 내가 버거씨한테 벌써 옮긴건가... ㅠ.ㅠ
"아... 너 아픈데 혼자 두기 정말 싫은데... 나 없어도 잘 챙겨먹고 생강차도 끓여먹는다고 약속해 줘."
당연하지... 내가 또 내 한몸은 얼마나 잘 챙긴다고...
안그래도 나는 벌써 생강이랑 레몬을 사다가 꿀에다 재워놓고 차로 마시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 미역국도 잔뜩 끓여놨고...
주말에 계획했던 모든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거씨는 꽤 실망한 듯했다. 대신 내가 메츠에 있는 이케아에 주문해 둔 책상은 오늘 나 대신 찾아 왔다고 했다. 다음에 올 때 갖다 주겠단다.
메츠에 다녀온 버거씨로 부터 전화가 왔다.
"메츠에서 티옹빌로 돌아오는 길에 가파른 구간이 있거든. 거길 지나칠때마다 내가 오래전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작은 사고가 났던 기억을 떠올리곤 해. 그런데 오늘 보니까 그 길에 한 젊은 남자가 주저앉아있더라? 거긴 진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한적한 곳이거든. 그리고 바로 근처 풀밭에 망가진 자전거 한 대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어. 그 남자 표정이 너무 안좋아보이길래 내가 차를 멈추고 물었지. '괜찮으세요?' 하니까 '안괜찮다'고 대답하더라. 오르막을 오르는데 자전거가 부러졌대. 말 그대로 부러진거야. 꽤 건장한 청년이었는데 자전거보다 다리 힘이 더 좋았나봐. 내가 도와줄게 있냐고 물었더니 근처에 삼촌집이 있다고 하더라. 어차피 방향도 같으니까 내가 태워주겠다고 했지."
"오, 잘했어. 진짜 자랑스럽다 우리 쁘띠비니. 보통 그런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긴해도 그냥 지나치기가 쉽잖아."
"응 사실 내가 몸이 안좋으니까 혹시라도 감기를 옮길까봐 마스크를 챙겨 끼고 악수도 정중히 거절했지. 오는 길에 대화도 좀 나누었어. 큰 일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좋았어."
"그 청년의 가족들은 당신이 얼마나 고마울까. 언젠가 당신 아들이 낯선곳에서 낭패를 겪는 날이 오더라도 당신처럼 친절한 사람이 나타나서 도움을 주게 될거야. 정말 잘 했어."
"아참, 나도 그 근방에서 사고가 났었다고 했잖아? 그때도 누군가 친절한 사람이 나를 도와줬거든. 항상 잊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도 누군가를 도와주게 되네."
"당신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 세상은 살 만 한거야. 칭찬해."
칭찬을 아무리 해줘도 부족하다.
이렇게 블로그에도 칭찬해 주고 다음주에 만나면 또 칭찬해 줘야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 어떤 일도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나도 용기내 손을 내밀어야겠다고 한 번 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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