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
티옹빌에서 새해 첫 날 아침을 맞았다.
몸감기가 다행히 좀 덜해진 느낌이었다. 어제부터 버거씨가 시럽도 먹여주고 생강꿀차도 직접 끓여준 덕분인가 보다.
아침을 먹고있을때 버거씨가 또 시럽을 가져와서 숟가락에 따르더니 직접 내 입에다 먹여줬다. 나는 또 어린애 처럼 아- 하고 받아 마셨다.
옆에서 아침먹다 말고 이 광경을 지켜보면 누나가 결국 한 마디 했다.
"쟤가 무슨 세 살이냐?"
내가 시럽을 꿀떡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마흔 '세 살'이요."
바닥에 흘린 시럽을 닦으며 버거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나한테 그녀는 베이비가 맞지."
버거씨는 또 아침부터 내 목감기를 위해 생강 꿀차를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생강을 잘게 잘라 넣고, 레몬을 짜서 넣고, 꿀이랑 타임도 넣었다. 타임도 목에 좋다는건 처음 알았네. 이렇게 살뜰이 보살펴 주니 버거씨의 애정으로 감기가 벌써 다 낫는 기분이었다.
아침식사를 느긋하게 하고나서 우리는 또 어제 하던 보드 게임을 마저했다ㅋㅋㅋ
루미를 어제 처음 해 봤다는 누나가 루미에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샴페인을 다 마셔서 오늘은 샴페인 대신에 크레멍알자스를 마셨다. 알자스산 스파클링 와인인데 내 입에는 샴페인과 별 차이가 없이 맛있었다.
승부에 큰 집착을 보이던 누나가 매형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처음으로 한 판 이겼다. 다들 안도한 표정이었다ㅋㅋㅋ 누나 다음으로 승부에 집착을 하던 버거씨는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저런저런..
게임하면서 관자가 들어간 아페로도 먹었다.
오늘 점심 메인은 미트파이였는데 오븐에서 살짝 오래 익혀서 모양이 다 부서졌다. 그래도 맛있었다.
오늘은 샐러드 대신에 야채치즈볼-
시금치, 비트, 당근 세가지 색깔이 있었다.
지금 보니 이건 케챱을 찍어먹으면 더 맛있었을것 같다.
점심을 먹고나서 누나네 내외는 파리로 돌아갔고 나는 저녁에 기차를 타고 낭시로 돌아왔다.
오는 길 버거씨는 보온병에다 뜨거운 생강 꿀차를 담아주었다.
기차에서 한모금씩 마시는데 기분이 뭉클했다.
어쩜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 다 있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좋은데 이 남자의 다정함은 언제나 내가 예상하는 그 이상이다.
이거 마시고 빨리 나아야지.
버거씨는 추위가 풀리면 나랑 하고 싶은게 많다고 한다. 기차여행, 자전거 여행, 콘서트 등등...
덕분에 새해에도 나는 바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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