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새출발

크리스마스가 끝났다.

by 요용 🌈 2025. 1. 5.
반응형

버거씨네 어머니께서 직접 구워오신 크리스마스 케이크인 슈톨른을 맛보았다. 

이것도 그냥 먹지 않고 버거씨는 갖은 장식을 해서 내 온다. 

슈톨른 한조각에 초코+코코넛 아이스크림 그리고 석류알 한주먹ㅋ.
 
슈톨른을 한 입 맛보니 시어머니께서 자주 구워주시던 쿠글로프가 떠올랐다. 기분이 묘한 동시에 또 상념에 빠지려던 찰라 정신을 차렸다.  
 
"쿠글로프랑 맛이 비슷한데요?" 
 
"쿠글로프를 아는구나? 그렇지, 비슷하지? 아무래도 둘 다 독일에서 알자스로 전해진 음식이니 아무래도 비슷할 수 있겠지." 
 
아들들은 한 조각이 부족하다며 직접 빵칼을 들고 여러장 잘라먹기 시작했다. 그걸 본 어머니는 더할나위 없이 기뻐하셨다. 

내가 사온 밤 절임도 한개씩 까먹었다. 이거 한 알에 우리 돈 삼천원이 넘는구나... 소듕하게 조금씩 잘라 먹어야지... 
 
오후가 되었을때 어머니께서 떠나셨다.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여러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며 활짝 웃는 얼굴로 떠나셨다. 어머니를 배웅하던 버거씨도 기분이 좋아보였고 어머니와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내줘서 고맙다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난 딱히 한 게 없는데 말이다. 
 
늦은 오후 버거씨랑 나는 동네 산책을 나갔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진심인 이웃들이 꽤 있다. 해가 지면 정말 예쁠텐데... 
산책을 하는 중에 해가 떨어졌다. 오후 5시면 벌써 캄캄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제일 예쁜 집. 
맨날 이 앞을 지날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마을을 크게 한바퀴 돌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넌 내 꿈을 실현 시켜 주었어. 정말 고마워. 이젠 내 차례야. 내가 너의 꿈을 실현시켜줄거야." 
 
실현된 버거씨의 꿈이 무엇인지, 실현 시켜주겠다는 내 꿈이 무엇인지 딱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냥 잠자코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이렇게 예쁜 마을을 다정한 이 남자와 손잡고 산책하고 있는 이 순간이 꿈만 같다고 생각하던 참이긴 했다. 
 

2층 창문마다 놓여진 은색 곰돌이가 정말 예뻤다.

 
어릴적부터 화목한 가정을 보면 그렇게나 부러웠었다. 
이제는 남의 가족을 부러워하는 일은 잘 없다. 그냥 다들 사는게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영원한 것도 없고... 그저 순간 순간의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2024년 크리스마스가 끝났다. 
사랑받는 기분을 많이 느꼈던 크리스마스. 
작년 이맘때 느낀 상실감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