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이날 점심 메뉴로 버거씨는 대하를 준비했다.
튼실한 대하의 껍질을 까고 레몬 마늘 등을 넣고 재우던 버거씨는 대하를 구울때 시판 ‘불고기 소스’를 꺼내와서 뿌렸다. 참 좋은 생각이라고 내가 칭찬해 주었다. 불고기 소스 냄새와 함께 새우가 맛있게 익어갔다.
버거씨가 샐러드를 준비하고 있을때 어머니께서 가까이 다가오셨다.
"네가 만든 샐러드 정말 맛있더라구. 어떻게 만드는지 내가 보고 배워야겠다."
아보카도, 단감, 오이, 피클을 잘라 넣은 후 버거씨가 당근을 채칼에 썰고 있을때 내가 말했다.
"생고구마 맛있는데."
과일 바구니에 있던 생고구마를 들고 내가 꺼낸 말이었다.
"고구마는 생으로 먹는게 아니야."
버거씨의 말에 어머니께서 끄덕이며 한번 더 나에게 말씀하셨다.
"고구마는 익혀서 먹는거란다."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생고구마를 한조각 자르고 껍질을 벗긴 후 3등분을 해서 버거씨와 어머니께 한조각씩 건냈다. 그리고는 보란 듯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아삭아삭 씹어먹었다. 두 사람은 못미더운 표정이었지만 곧 내가 하는대로 따라했다.
"오!"
"맛있네!"
나는 한번 씨익 웃어준 후 말했다.
"프랑스 고구마는 수분이 많아서 이렇게 생으로 먹는게 더 맛있는거 같아요."
버거씨는 당장 고구마 하나를 집어서 껍질을 벗기더니 채칼에 갈아서 샐러드에 넣었다. 고구마를 생으로 먹을수 있는지 전혀 몰랐는데 너무 맛있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버거씨는 여기에 레몬즙과 함께 별별 바삭하고 감칠맛 넘치는 다양한 유기농 곡물 가루들을 첨가했다. 그리고 역시 마지막은 오늘도 잡채소스로 마무으리. 맛이 없을수가 없지. 어머니 버거씨 샐러드의 비밀은 잡채소스랍니다.
오늘 점심 엉트레는 (드디어) 푸아그라다. 두 말하면 입아픈 푸아그라와 너무 맛있었던 알자스산 화이트 와인!
푸아그라는 얇은 흰빵이 제일 잘 어울리는거 같다. 다들 과일잼을 조금씩 곁들였는데 나는 푸아그라 본연의 맛만 진하게 음미하고 싶어서 잼을 거절했다. 아 맛있다...
불고기 소스가 들어간 새우 구이 정말 맛있었다. 단감을 넣은 샐러드는 두 말 할 것도 없다.
본식 후 치즈를 먹을때 아들들은 남은 샐러드를 앞다투어 긁어먹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아들들에게 말했다.
"오늘 샐러드에는 비밀 재료가 들어갔단다."
"그게 뭐예요?"
"너희 고구마를 생으로 먹으면 맛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니?"
"샐러드에 생 고구마가 들어갔었어요?"
"그래, 나도 오늘 처음 알았단다. 한국에서는 고구마를 생으로도 먹는 모양이야. 당근보다 맛있더라구."
옆에서 듣고 있던 버거씨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고작 이런걸로 그런 과한 눈빛 짓지 말라말이다...
아무튼 버거씨네 집에서는 이제부터 생고구마를 즐기기 시작했다.
내가 또 이 집안에 신문물을 전파해 주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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