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새출발

프랑스 크리스마스 음식: 샤퐁(거세 수탉) 구이

by 요용 🌈 2025. 1. 2.
반응형

이전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조촐하지만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날 정오쯤 버거씨네 어머니께서 도착하셨다. 

슈톨른이라는 크리스마스 갸또를 두덩이나 구워오셨고 직접 만드신 다양한 맛의 잼도 줄줄이 꺼내셨다. 
 
"내가 어제 새벽 3시까지 이 갸또를 구웠단다. 다 굽고나서는 또 갓구운 갸또맛이 궁금해서 맛보다가 새벽에 반 개나 다 먹어버렸지 뭐니 호호" 
 
어머니는 기분이 정말 좋아보이셨다. 

 
"이 갸또 이름이 슈톨른이에요?"
 
"그래. 독일식 이름이지. 나는 이걸 크리스마스때만 굽는단다. 잼도 여러개 있으니 너도 갈 때 가져가렴."
 
감사합니다!
어머니의 수제잼은 딸기, 휘바브, 라즈베리, 살구등이 있었는데 나는 그 중에 딸기잼을 골랐다. 그 흔하디 흔한 딸기잼을 프랑스에 오고부터는 먹어본 적이 없는 느낌이네. 괜히 반가운 딸기잼이었다. 
 

 
버거씨는 아침부터 열심히 준비하던 샤퐁(커다란 거세수탉)을 어머니께 보여드리며 검사(?)를 받았다. 
 
"레몬이랑 꿀 있니?" 

커다란 저 뱃속에는 버거씨가 송아지고기 다진걸 잔뜩 채워 넣었다.

 
어머님은 레몬과 꿀을 섞어 샤퐁의 표면에 바르셨다.
 
"자, 이렇게 하면 색깔도 나고 속에 레몬과 꿀이 스며들어 맛도 더 좋아지지. 자, 다시 오븐에 넣거라. 아직 두시간은 더 기다려야 해. 한시간 쯤 후에 한번 꺼내서 한번 더 레몬 꿀을 바르고 뒤집거라."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구나. 우리는 둘러 앉아 차를 마셨다. 
 
"아, 저도 작은 선물이 있어요."  
 
조심조심 내가 드린 선물상자의 포장을 뜯으신 어머니께서는 귀고리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셨다.
 
"아참, 내가 가져온 머리띠가 어디있더라... 노엘때는 우스꽝스러운 옷도 입고 장식도 마음껏 하는 날이니까. 쁘띠비니야 너는 왜 노엘 옷 안입고 있어? 사진에서 본 녹색 스웨터 예쁘던데."
 
그 말을 들은 버거씨는 바로 가서 눈사람이 가슴에 있는 녹색 스웨터를 당당하게 갈아입고 나왔다. (쁘띠비니 ㅋㅋ 이날부터 나는 버거씨를 쁘띠비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들을때 마다 버거씨가 좋아한다ㅋ)

내가 드린 귀고리 역시 잘 어울리셨다. 사슴 머리띠랑 다 예뻐서 사진을 찍어드렸다. 나랑 셀카도 몇 장 찍었는데 즐거워하시는 어머니를 본 버거씨가 더 좋아했다. (버거씨는 어머니 선물로 트러플을 드렸는데 나중에 떠나실때 현금을 봉투에 담아 드렸다.) 

"저는 어제 버거씨가 선물로 신발을 줬어요. 보여드릴까요?"
 
나는 어머니께 보여드리기 위해 버거씨가 선물로 준 신발을 꺼내신고 깡총깡총 부엌을 한바퀴 돌았다. 어머니께서 신발이 예쁘다고 칭찬해 주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실과 부엌에서 캐롤이 계속 흘러나오는 중이었는데 버거씨가 사슴 머리띠를 한 채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도 새 신을 신고 버거씨 손을 맞잡고 막춤을 추면서 웃었다. 

"젊음이 좋구나. 그리고 너희에게는 서로가 있어서 정말 행운이야." 
 
어머니께서도 우리를 따라 시원하게 웃으셨다.
 

 

한 시간 후 중간 점검으로 오븐에서 튀어나온 샤퐁.
어머니께서는 레몬꿀물을 한번 더 끼얹으셨고 버거씨는 샤퐁 몸 위로 알밤을 여러개 얹은 후 다시 오븐에 넣어 한시간 가량 더 구웠다. 밤! 맛있겠다!! 

드디어 완성 된 샤퐁- 

샤퐁이 뱃속에 품고있던 큼직한 송아지 고기도 튀어나왔다. 
 
배고픈 아들들도 내려왔고 우리는 다같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버거씨는 남은 굴을 마저 까서 식탁위에 올렸고 새로운 샴페인 병이 개봉 되었다. 

오늘 점심 메뉴는-

샤퐁과 (나는 허벅지살을 골랐다) 뱃속에 있던 송아지고기, 오븐에서 같이 구워진 밤, 야채 구이 그리고 밤 퓨레. 

밤 퓨레는 처음 먹어보는데 정말 맛있네. 
맛나게 먹고 나서 후식으로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었다. (어제 반 개 잘라먹고 남은거)  

 
크리스마스의 점심 식사가 이렇게 끝났다. 
 
 
다음 포스팅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