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을 한 접시 가득 까고 나서 우리 네사람은 모두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굴이 정말 신선하고 달았다! 본연의 맛을 최대한으로 느끼고자 그 어떤 소스나 레몬도 뿌리지 않았다. 캬... 버거씨가 좋은데서 사왔다더니 정말 제대로 골라왔구나.
둘째 아들이 자기는 굴이 싫다고 안먹는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은 큰 아들이 고맙다며 좋아했다. 우리가 더 많이 먹을수 있게 되었다면서 말이다. 공감 백배ㅋ
샴페인 역시 미성년자인 둘째는 빼고 우리 세 사람만 마셨다.
예전에 시댁에서 흔하게 마실때는 이 샴페인 맛을 잘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씩 나도 음미하기 시작한 것 같다. 특별한 날에만 마시다보니 이제 샴페인 거품만 봐도 기분이 술렁술렁 따라 설레네. 특히 이 샴페인은 버거씨가 애껴둔거라며 자신있게 꺼냈다. 술술 들어간다.
바다 거미를 파먹으라고 퐁듀용 꼬챙이를 줬는데 나는 젓가락으로 발라먹었다.
우리친정에서는 원래 게를 종종 쪄먹었기 때문에 또 내가 게살 발라 먹는데는 자칭 준 전문가다. 나머지 세사람이 꼬챙이를 들고 헤메고 있을때 나는 살을 낭비하는 법 없이 구석구석 알뜰하고 신속하게 발라먹었다. 오늘도 빛나는 젓가락 신공.
그리고 나서는 토스트에 훈제 연어를 함께 먹었다. 특이하게 이들은 가염버터를 같이 얹어 먹길래 나도 따라 해 봤다. 그냥 따로 먹는거랑 차이는 없음.
그 후에 버거씨가 정성들여 만든 샐러드와 함께 치즈를 내 왔다.
이름표가 달린 작은 조각의 치즈들이 종류별로 들어있었다. 양도 종류도 딱 좋았다.
버거씨 표 샐러드 정말 맛있다. 요즘 특히 더 맛있어 지는 이유는 버거씨가 샐러드에 잡채소스를 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ㅋ
프랑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반가운 잡채의 향기.
치즈도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어 진다. 나 미식가 다 됐나봐.
디저트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다. 기대 안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식사가 다 끝난 후 둘째가 빨리 선물 교환을 하자고 했다. 둘째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폰13을 드디어 받게 된 것이다.
두 아들은 버거씨에게 와인을 선물했다.
버거씨가 준 내 선물은 바로 방한화였다.
미리 겨울 신발을 사주겠다고 밝혔고 어떤 스타일이 좋은지 내 의견을 수렴해서 고른거라 서프라이즈는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둘째아들만큼 신나서 바로 신어보며 좋아했다. 눈 오면 젖는거 아닌가 했더니 방수란다ㅋ 참말로 따숩다~
갑자기 두번째 꾸러미를 내밀어서 이것도 내 선물이냐며 놀랬는데 포장을 뜯어보고는 더 놀랬다.
지압매트인가... 베게도 있다.
보기만 해도 아픈데ㅋㅋㅋ 혈액순환과 수면을 돕는단다. 내가 손발이 차고 불면증이 좀 있어서 뭐가 좋을까 알아보다가 회사 동료가 직접 사용해보고 좋다며 추천을 해 준거라고 한다. 다행히 여기 누워서 자는거는 아니고 요가하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10분정도 여기에 누워있으라고 하네. 아니면 자기전에 잠깐 누워 있던가-
내가 살짝 당황해했더니 자기 말을 믿고 일단 한번 실천해 보란다. 해 보고 효과가 없으면 자기가 사용하면 되니까 걱정말라고.
그 마음이 또 고맙네.
알았어. 매트는 몰라도 베게는 해 볼만 할 것 같다.
어머니 드릴 선물은 고이 치워놨다.
내일은 어머니가 낮에 오실 예정이다. 점심때 먹을 샤퐁(커다란 거세 수탉)을 아침부터 준비할 거라는 버거씨. 아빠로서 남친으로서 그리고 아들로서 혼자서 요리를 다 도맡아서 하는 버거씨는 피곤하기는 커녕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때마침 흥겨운 캐롤이 흘러나왔고 버거씨는 혼자 일어나서 춤을 췄다. 혼자 추면 섭하지. 나도 같이 추자~
아들들이 보건 말건 우리는 손을 맞잡고 막춤을 신나게 췄다. 둘 다 숨이 넘어갈 듯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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