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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내가 준비한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들

by 요용 🌈 2024.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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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필요없다고 거듭 말해왔다. 자기는 이미 모든걸 다 갖고 있고, 올해 세상 최고의 선물(에헴..;)을 받았다고 말이다.

 

그래도 노엘인데 그럴수야 있나...

 

거기다 내 인생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영웅같은 존재인 버거씨에게는 그 어떤 선물도 모자랄것 같다. 

 

선물에 대한 고민을 꽤 오래 해 봤다. 

 

여러가지를 떠올려보다가 결국 가방을 사주기로 했다. 

버거씨가 종종 매고 다니는 파란색 아디다스 크로스백이 눈에 거슬리던 참이었는데 그걸 해치울 좋은 기회가 아닌가. 

 

버거씨의 파란 가방 사진을 본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인상을 찌푸렸다ㅋㅋ 부정적인 말은 할 줄 모를것 같던 앨라마저도 '저건 당장에 없애버려야 되는 물건'이라고 딱 잘라 말할 정도니까 말 다했지. 

 

Rains에서 나온 크로스백이 적당해보였다. (더 비싼 브랜드는 내가 형편이 안되고... )

 

가방은 80유로였는데 포장비용 2유로를 추가했더니 허술한 은색비닐이 따라왔다. 결국 내가 다시 포장했네... 2유로 돌리도... 

방수재질에 가볍고 우산이나 생수도 거뜬히 들어간다. 

파란가방은 이제 다시 안보고 싶다고 용기내 말해야지. 

 

친구들은 버거씨 선물만 준비하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이번에 워낙 모이는 식구가 없어서 썰렁할 것 같아 노엘 분위기도 띄울겸 아들들이랑 버거씨 어머니를 위한 소박한 선물도 같이 준비하기로 했다. 

 

일하다말고 SK랑 같이 시장에 있는 쇼콜라티에에 가 보았는데 그곳에서 SK는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트리모양의 초콜렛을 몇 개 구입했다.

쇼콜라티에는 구경할 게 많아서 올 때 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왠지 속이 빈 초콜렛은 개인적으로 별로라서 나는 아들들이 좋아하는, 속에 마쉬멜로가 채워진 곰돌이 초콜렛으로 골랐다. 6개씩 두 개를 따로 포장했는데 한봉에 9유로쯤 했다. 

우리 시장에서 두번째로 예쁜 초콜렛집 언니는 대목을 맞아 정신이 하나도 없이 바쁘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에게 곰돌이 한 개씩 맛보라고 선물로 주는걸 잊지 않았다. 다음에 닭강정 사먹으러 오면 많이 담아줘야겠다. 

초콜렛 위에 진열돼 있는 마홍글라쎄 (밤절임)도 한 봉지 샀다. 금색 종이에 낱개 포장된 밤 6개가 들어있는데 한줄에 15유로였다. 

버거씨네 어머니가 마홍글라쎄를 좋아하신대서 선물로 산거였는데 결국 나도같이 먹고 싶어서 어머니 선물은 다른걸로 사는걸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퇴근 후 악세사리를 파는 가게 몇 군데를 다녀보다가 딱 마음에 드는 귀고리를 발견했다.  

언뜻보면 너무 크고 화려한것 같지만 큰 패턴의 의상을 좋아하시는 어머님께 딱 잘어울릴것 같았다. 평소에도 큼직한 귀고리를 자주 착용하시니 이것도 좋아하실 거라 믿는다. 평소보다 더 과감한 스타일을 해 보는것도 기분전환에 좋으니까. 

 

 

포장지까지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거리마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이라 거리 뿐 아니라 가게마다 선물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꽉찬 모습이었다.   

쇼콜라티에에서 사온 소박한 선물들과 귀고리 그리고 버거씨 가방을 포장했다. 금색 포장지 너무 예쁘네. 

별거 아닌 작은 선물이지만 내일 버거씨네 허전한 트리밑에 조금 더 많은 선물 꾸러미가 쌓일 모습을 그려보니 괜히 뿌듯하다.

 

버거씨는 자기가 혼자 준비하는 크리스마스가 다른 집보다 조촐할 거라며 큰 기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 무엇을 준비하건 나는 다 감사하고 행복할 것이다.

올해는 혼자가 아니니까.

뿐만 아니라 이런 따뜻한 사람이 세상 최고로 아껴주는데 뭐가 더 필요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