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대목을 맞은 낭시 시장은 요즘 매일같이 붐비고 있다.
노엘 휴가를 맞이한 사람들과 크리스마스마켓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한번에 몰려들고 있는 중이다. 이날은 특히 토요일이라 시장은 더 복잡했다. 굴을 파는 생선가게가 가장 핫했고 그 외에도 치즈집, 초콜렛집도 밀려드는 손님맞이로 정신이 없었다.
우리도 가게 오픈 준비로 바쁜 아침 시장에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했다. SK랑 나는 신이나서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달려나가 산타할아버지랑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산타할아버지는 손에 사탕 바구니를 들고 계셨는데 SK한테 사탕을 두 개 줬으니 꼭 하나를 받으라고 나한테 당부하셔서 우리는 깔깔 웃었다. SK는 사탕을 사이좋게 나눠먹는 착한 친구랍니다. 걱정마셔요.
즐거운 노엘이다.
시장은 대목을 맞아 휴일없이 주말에도 오픈을 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나역시 주말없이 크리스마스까지 연속으로 근무를 하기로 했다. 화요일부터 다음주 화요일까지 연속 8일을 근무하게 된 것이다. 나는 어차피 (스폰지밥이라) 일하는게 별로 힘들지 않아서 상관이 없는데 여기서 피해자는 only 우리 버거씨.
크리스마스까지 8일 연속으로 일하느라 이번 주말에는 못만난다는 소식을 처음 전해주었을때 버거씨는 급시무룩해졌다. 그래도 어쩔수 없다며 결국 의젓하게(?) 받아들여줘서 다행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M까지 지원을 나와서 지니랑 SK까지 네 명이서 같이 일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그러다 한참 손님이 밀려드는 바쁜 점심시간이었는데 동생들이 어느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단골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우리 버거오빠가 앞에 서 있네?
나는 한 3초간 두뇌가 정지됐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더라...? 내가 뭘 까먹었나...?
버거씨가 "서프라이즈!"라고 외쳤을때서야 깨달았다. 그냥 찾아온거구나.
커다란 짐가방을 들어보이며 버거씨는 이렇게 말했다.
"나 오늘부터 일주일 휴가잖아. 너 없이 혼자 보내고싶지 않아서 내가 왔어. 괜찮지?"
아... 감동이 몰려온다.
옆에서 듣고있던 SK도 너무 로멘틱하다고 한국어로 말했다. 우리오빠 진짜 로멘틱하다.
원래 타려던 기차를 놓쳐서 한참 기다렸다가 다음 기차를 타고 오느라 늦었다는 버거씨. 닭강정에 유자차를 사주니 허겁지겁 먹었다. 사실 배가 엄청 고팠단다.
버거씨가 식사를 마쳤을때 나는 짐가방을 갖다놓을 수 있도록 아파트 열쇠를 건네 주었다. 그 순간 아차! 아침에 집을 난장판으로 하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늦잠을 잔 덕분에... 부엌에는 이틀치 설거지가 쌓였고 욕실에는 머리카락... 여기저기 널린 옷... 정리가 안돼서 널부러진 물건들... 어쩌나...
내가 이래서 서프라이즈를 안좋아한다고... ;;
그래도 이번 서프라이즈는 나쁘지 않았지.
부끄럽지만 어쩔수 없다. 그냥 내 실체(?)를 보여주는 수 밖에...
끄응...
두 시간 쯤 후인 오후 4시 퇴근 시간에 맞춰서 버거씨가 나를 마중 나왔다.
"오늘 저녁에 레스토랑에 예약해놨어. 낭시에서 평점이 제일 좋은 곳이래."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집에가서 옷이나 먼저 갈아입자.
살짝 긴장하며 집 문을 열었는데... 집이 깨끗하다!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 꽉찬 쓰래기통도 비워놨다. 심지어 설거지까지 싹 해놨네! 누가? 버거씨가!!
"지저분하게 해 놓고 나가서 살짝 부끄럽던 참이었는데 설거지랑 청소를 다 해놨네? 감동이다... ㅠ.ㅠ"
"별로 지저분하지 않았어. 그동안 집 정리를 많이 해놨더라. 그리고 남도 아니고 나잖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내가 도와주는건 당연하지. 어차피 할 일도 없었어."
진짜 우렁각시 나셨다 ㅠ.ㅠ
온 세상이 행복한 노엘이다.
아
우리 둘만 행복한 건가......?
'2024 새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에서는 게를 거미라고 부른다고...?! (10) | 2024.12.31 |
---|---|
내가 준비한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들 (25) | 2024.12.30 |
진정한 인싸 인정! (22) | 2024.12.29 |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 (33) | 2024.12.28 |
우리끼리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되지 (17) | 2024.12.26 |
처음 만난 친구들과 룩셈부르크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24) | 2024.12.25 |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32) | 2024.12.24 |
크리스마스 마켓의 낭만을 제대로 즐겼다 (23) | 2024.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