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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우리끼리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되지

by 요용 🌈 202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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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에서 파티를 한 다음날 아침. 
부지런한 버거씨는 오늘도 나보다 한참 일찍 일어나 팬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새로산 팬케이크 팬 덕분에 버거표 팬케이크가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오늘은 색깔이 좀 다르지? 아사이베리 가루를 넣었거든. 건강에 좋다고 해서 넣어봤어. 바나나, 계란, 옥수수가루도 들어갔어. 분명 맛있을거야!"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보이는 버거씨는 거실에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캐롤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이 날에는 온종일 캐롤을 들었다. 다양한 버전으로- 

오늘도 푸짐한 아침상. 

팬케이크위에 마담로잌 크림치즈를 바르고 서로 다른 잼을 얹어보았다. 그 다음에는 블루베리랑 생크림버터도 얹어보고- 

다양한 토핑으로 즐기다보니 눈깜짝할 사이 내가 팬케이크를 몇 개나 먹었는지! 결국 요거트는 생략했다. 
 
"아침먹고 나서 우리 같이 트리 장식하는거 어때?" 
 
트리는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만 장식하는 건 줄 알았다. 다 커서도 트리를 하는구나. 아참, 여기는 유럽이구나.
 

 
아침 식사 후 버거씨가 차고에서 내온 커다란 상자들에는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들어있었다. 

다리 찢는 유연한 산타는 여기다 놓으면 되겠다.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니까. 
 
버거씨는 창문에도 뭔가 스티커를 붙이다 말고 포기했다. 마음만 앞서는 중이었다. 
 
잠시 후 우리는 같이 트리를 장식했다. 

 
"트리가 좀 촌스럽지? 애들 어릴때부터 쓰던거거든." 
 
상자속에는 망가진 장식들도 제법 있었다. 촌스럽건 어떻건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서 오히려 좋았다. 해마다 버거씨는 아이들이랑 이 트리를 장식했겠구나. 아이들이 커서 아빠랑 안놀아주게 된 이후 좀 외로웠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여자친구랑 같이 트리를 장식하고 있는것이다ㅋ
 
"나 트리 처음 장식해 봐!" 
 
내 말에 버거씨는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그게 진짜냐고 거듭 묻는 버거씨. 
시골에다 불교라서 산타가 안 온다고.. 아빠가 항상 말씀하셨다고 몇 번을 말하니...ㅋㅋ 
 
아무튼 촌스러운 트리지만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트리 아래에는 버거씨가 준비한 선물들도 갖다놨다. 하나는 내꺼란다. 

 
트리 꼭대기에 올라갈 별이 망가졌다. 다른건 몰라도 별은 꼭 있어야 된다고 했더니 자기가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단다.
 
"미안하게도 우리집은 식구가 많지도 않고 자주 모이지도 않아... 우리 엄마라도 꼭 오시라고 당부했는데 이브날은 안되고 크리스마스 당일만 오시겠대. 누나네는 크리스마스때는 못오고 새해에만 올 수 있고... 그래서 올해는 아들들이랑 너랑 나 뿐이야... 실망했다면 정말 미안해. 네가 원하면 엄마한테 이브날 꼭 오시라고 다시 말씀드려볼까?"
 
매년 나는 시댁에서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곤 했다고 말한것을 버거씨는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보다. 에고고... 왜 당신이 미안한 표정을 짓니. 
 
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내가 없었으면 남자 셋이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는거였어?" 
 
"응. 그래서 나는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너만 있으면 돼. 올해 크리스마스는 이미 최고의 크리스마스야." 

"그래, 우리 셋이서 재밌게 보내면 되지!" 
 
부모님이 이혼 하신 후 두 분 다 연락이 뜸하시다는 말을 자주 듣기는 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프랑스 최대 명절인데... 버거씨 많이 외로웠겠다. 그래 올해는 서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다음날 버거씨는 의기양양하게 별이 달린 트리 사진을 보내왔다. 
 
촌스럽긴 하지만 이래봬도 내가 생애 처음으로 만들어본 트리다. 버거씨랑 같이. 
 
그래 서로를 위해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될 수 있도록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