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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

by 요용 🌈 2024. 12. 28.

저녁 예약을 한 레스토랑에 가기 전 시간이 꽤 많이 남아있었는데 버거씨는 차미 가보고 싶은 커피숍이 있다고 했다. 

 

생긴 지 얼마 안된 바로 이 클럽커피. 

나를 데리러 오는 길에 볼 때 마다 사람들이 붐비고 좋아보여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단다. 

통창을 통해 보이는 아늑한 실내가 매력적이다. 

 

곧 식사를 할 예정이긴 했지만 나는 퇴근 직후라 배가 살짝 고팠다. 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디카페인 라떼를 주문했고 거기다 레드벨벳 케이크 한 조각도 추가했다. 한참 당이 땡기는 오후-

2층에도 딱히 살펴보면 특별한건 없는데 묘하게 분위기가 편안하고 좋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직원들이 하나같이 웃는 얼굴로 친절하다. 

 

운좋게 빈 테이블이 딱 하나 있었다. 그것도 창가 근처로! 오예~

케이크가 정말 맛있었고 생크림 라떼도 마음에 쏙 들었다. 버거씨한테 한 입 줬더니 자기꺼보다 맛있단다. 

우리는 이 편안한 곳에 앉아서 두 시간이나 수다를 떨었다. (수다쟁이 두 사람이 만나니 매번 수다가 폭발한다.) 원래 근처 쇼핑몰에 가서 우리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보기로 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바로 레스토랑으로 가야했다. 

레스토랑 예약시간이 다 됐는데 버거씨가 안따라나오네? 우리 빨리 가야 된다고... 

뒤를 돌아보니 사장님이랑 또 서서 수다를 떨고 있다. ㅡㅡ; 

아무리 바빠도 버거씨는 친절한 곳을 나올때는 고맙다는 피드백을 진솔하게(?) 전달한다. 사장님은 버거씨의 피드백에 꽤 감격한 표정이었다. 

 

잠시후 버거씨는 문앞에서 기다리는 나를 보고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후다닥 달려왔다. 사장님께는 내일도 오겠다고 인사를 하면서 말이다. 

 

"미안해. 내가 또 말이 많아서..." 

 

자기 반성이 빠르다. 일단 갈 길이 바쁘니 우리 걸어가면서 얘기하자.

 

"아니야. 잘했어.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을 때 팁만 주는것도 좋지만 어떤점이 좋았는지 상세히 피드백을 주는건 정말 좋은 자세인것 같아. 저렇게 오픈한 지 얼마 안된 사장님한테는 큰 힘이 되지." 

 

"이해해줘서 고마워. 나는 그들이 내 말을 듣고 기운내서 더 즐겁게 일하면 좋겠어. 그들은 이미 정말 잘하고 있다고, 또 어떤점이 다른 곳과 비교해서 훌륭한 지 꼭 말해주고 싶었어." 

 

"일전에 당신이 맥도날드 어린 직원한테 피드백을 주었을때가 생각나. 그 직원은 진심으로 감동한 표정이었어. 그날 나 당신이 자랑스럽더라." 

 

어느 일요일, 문을 연 가게가 마땅히 없어서 버거씨랑 맥도날드에 간 적이 있었다. 그날 나는 키오스크에서 음료를 잘못 주문했는데 버거씨가 직원에게 디카페인 라떼로 바꿔줄 수 있는지 부탁을 했다. 그때 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여직원이 어찌나 세심하고 친절하게 챙겨주는지 버거씨는 너무 감동을 했다. 그 직원에게 작은 팁을 챙겨준 버거씨는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그 어린 직원을 칭찬했다. 잠시 후 우리가 맥도날드를 떠날때 버거씨는 두리번거리며 그 직원을 다시 찾았다. 그녀에게 다가가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 번 더 했다. 당신의 친절함 때문에 우리는 하루 종일 즐거울 것 같다. 이 작은 배려에 나는 당신이 친절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일을 하더라도 훌륭하게 잘 해낼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충 이런 말이었는데 그 소녀는 완전히 감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녀는 이 칭찬을 오랫동안 잊지 않을것 같았다. 이 칭찬은 어쩌면 장차 어디서 어떤일을 하더라도 소녀가 최선을 다해 웃으며 일하게 할 지도 모른다. 

 

"나도 이제는 친절한 서비스를 받거나 고마운 일이 있을땐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진심어린 인사를 잊지 말아야겠어." 

 

 

다음 날 내가 퇴근했을때 버거씨는 이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내가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이곳 사장님은 나를 벌써 알아보시고는 "ça va?" (별일 없으시죠? 느낌의 친근한 인사) 하고 인사를 건네주었고 거기에 더해서 윗층을 가리키며 "그는 이미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라고 말해주었다. 낭시에 살지도 않는 버거씨가 낭시에서 인싸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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