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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족들(?)과 맞이한 아침
루미 세 판 중 단 한게임을 이겼을 뿐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승리의 기쁨을 만끽 한 우리는 누나, 매형과 함께 동네 주변을 산책가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이런 날 집에만 있으면 안된면서 말이다.
어머님은 혼자 남아 느긋하게 목욕을 즐길테니 천천히 놀다 오라고 하셨다.
평일내내 춥고 흐리더니 어머님 생신이라고 주말에 반짝 따뜻해지는 날씨라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
누나랑 매형이 앞서 걸었고 나는 예쁜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뒤쳐졌다. 그리고 버거씨는 내 사진을 찍어준다고 더 뒤쳐졌다.
풍경 너무 예쁘다. 하늘 들판 나무... 그리고 꽃!
저 멀리 트랙터가 먼지를 뿜으면서 요란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
동키야 안녕!
나는 이 앞을 지날때마다 어김없이 이 녀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한 녀석은 집안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는데 흰색 주둥이가 어둠속에서 유난히 빛나고 있다.
어느 집앞을 지나는데 집 주인 아저씨가 열심히 빗자루로 집앞을 청소하고 계셨다.
"봉쥬!"
우리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시는 아저씨에게 일제히 "봉쥬!"하고 인사를 했다.
"이렇게 예쁜 집이라면 청소할 맛이 나시겠어요. 호호"
누나의 말에 아저씨가 대답하셨다.
"하하 감사합니다. 아무리 예쁜집이어도 힘든건 힘들답니다."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전혀 힘들지 않은 표정으로 껄껄 웃는 아저씨. 우리도 기분 좋게 따라 웃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낯선 이들과도 이렇게 정답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참 좋다.
"우리 그럼 저쪽 성벽을 따라서 올라가 볼까? 준비됐어?"
누나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준비는 안됐지만 힘들면 버거씨가 업어줄거니까 괜찮아요."
버거씨가 경사길을 올라가는 동안 자꾸만 나한테 유치한 장난을 쳐서 우리는 아이들처럼 까르르 웃으면서 누나 부부를 따라 올라갔다. (힘들면 도와주겠다면서 자꾸 내 청바지 뒤춤을 잡아올리길래 나는 뒤로가서 똥침을...) 고작 한 살 차이인데도 누나랑 있으니까 아이가 되는 버거씨.
경사길을 다 올라왔더니 유치원이 나타났다. 유치원 이름이 "어린 왕자" 였다. 그러고보니 생텍쥐페리가 프랑스인이었구나. 유치원 이름이 너무 귀엽다. 내가 다닌 유치원은 부석유치원 부석 유치원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의 꽃동산 (노래가 생각나네ㅋ 내 유치원 동기들아 다들 잘 살고 있니? 다들 아줌마 아저씨가 되었겠군.)
우리는 다시 내리막을 내려갔다.
풍경이 너무나 예쁘다! 탁트인 하늘 푸른 들판.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원 뷰가 정말 끝내주겠다. 아침 저녁으로 이런 풍경을 마주할 수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호드막 마을에 들어섰다.
나는 낮은 담벼락에 올라서서 버거씨를 불렀다. 버거씨는 내가 사진을 찍어달라는 줄 알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는데 나는 버거씨를 더 가까이 오게 한 뒤 그 등에 그대로 올라탔다. 어부바-
"헤헷 오르막 올라갈때 나한테 장난친 댓가다."
"넌 하나도 안 무거워. 이정도는 내가 할 수 있... 으읔"
"지금 신음하는거야?"
"아니야. 넌... 가벼워..."
안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얼마 못가서 나를 내려주는 버거씨. 누나네부부는 투닥거리는 우리를 보면서 신생커플이라 한참 좋을때라고 웃었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일요일 오후 풍경.
담벼락위에서 시선이 느껴져서 올라다보니 뱀한마리가 놀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네. 넌 꼭 나를 닮았구나.
뱀도 있고 달팽이도 있다. 자기네 집앞으로 지나는 행인들이 잠시라도 웃을수 있게 해 주는 이 사람은 분명 마음에 여유가 넘치는 유쾌한 이웃이리라.
성벽 바깥을 따라 걸으며 집으로 향했다.
꽃을 지날때마다 벌들이 붕붕거리는 소리가 났다. 일요일에도 부지런하게 일을 하는구나.
사이좋은 누나네 부부. 뒤따라 걸으면서 저렇게 친구처럼 같이 나이들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는것도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전에 만났던 아저씨는 말끔하게 집앞 청소를 마치고 들어가셨나보다. 정말 말끔해졌네.
누나네 부부는 배가 고프다며 걸음이 빨라졌다.
"오늘 점심 메뉴는 버거가 만드는 버거야. 기대되지?"
버거가 만드는 버거는 무슨 맛일까. 버거씨는 완전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응 기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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