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파티도 거절하고 티옹빌로 오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버거씨는 낮에 고심해서 장을 봐두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 맛있는거 뭐 해줄거야?"
"아... 음... 일단 샴페인을 준비했어. 파티를 포기하고 왔으니까 우리끼리 파티를 하는거지!"
"오늘 낮에 내가 프로벙살(provençale)에서 장을 봐왔거든. 거기는 룩셈부르크 레스토랑들이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찾는 곳이야. 일반 마트보다는 좀 비싸지만 질이 좋아. 소시송이랑 치즈도 샀어."
버거씨는 소시송과 치즈를 썰면서 내 입에다 한 조각씩 넣어주었다.
"어때? 맛있지?"
이런 맛 예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나도 제법 즐기게 되었다. 다만 품질이 좋은건지 어떤지는 구분하지 못함ㅋ
버거씨는 냉장고에다 남은 치즈를 넣다말고 뭔가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프로벙살에서 개구리 고기도 샀다고... 내일 맛있게 볶아 준단다... 비주얼이 좀 놀랍긴 했지만 맛있게 해 준다니... 나는 분명 또 맛있게 먹을것이다;;
넘버투, 쓰리도 내려와서 합류했다. 막내는 아직 미성년자라 스스로 냉장고에서 아이스티랑 컵을 가져와서 따라 마셨다.
우리는 다같이 건배도 하고 소소한 아페로 파티를 가졌다. 그 후에는 버거씨가 닭고기 파스타를 해 줬는데 그건 사진 찍는걸 깜빡했네... ;; 샴페인 두잔에 기분좋게 알딸딸해졌다.
그 다음날 아침.
우리 버거씨는 또 부지런하게 아침을 준비했다.
매일 아침 과일 샐러드를 준비하는 섬세한 버거씨.
석류도 섬세하게 알알이 혼자 다 까놨다.
나는 커피대신에 두유를 전자렌지에 뜨겁게 데웠다.
"내가 장보다가 뭘 찾아냈는지 좀 봐! 구아바 퓨레야! 그냥 구아바도 아니고 핑크 구아바!! 이거 요거트에 섞어 먹으면 진짜 맛있겠지?"
구아바를 좋아하는 버거씨는 아침부터 구아바 퓨레를 맛볼 생각에 행복해보였다. 나도 같이 맞장구를 쳐줬다.
"진짜 맛있겠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맛있긴 했음.
맛있다...
바게트에 버터랑 라즈베리잼도 맛있고 구아바 퓨레랑 석류를 섞은 요거트도 맛있었다.
내가 한 입먹고 사진찍고를 반복했더니 버거씨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뿌듯한가보다. 알지알지 저 기분ㅋ
이 맛에 내가 티옹빌에 온다.
낭시 우리집은 부엌이 너무 좁아서 요리가 힘들어 거의 사먹는데 티옹빌에서는 버거씨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주는 요리를 실컷 먹는다. 극진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랄까.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 오네.
버거씨가 야심차게 준비한 점심메뉴는-ㅋ
바로 개구리....
비주얼이 강함...
버거씨는 능숙한 솜씨로 개구리에 가루를 입힌 후 (아마도 전분?) 팬에다 볶았다.
역시 볶고나니 먹음직스러워보이네ㅋ
처음에 비주얼에 쇼크를 먹었던 기억은 싸그리 잊고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맛나게 발라 먹었다. 개구리는 당연한듯이 손가락으로 발라먹는건가보다. 레스토랑에서 개구리를 먹을때도 다들 양손으로 쪽쪽거리면서 먹더라. 나는 딱 한손, 엄지+검지만 사용해도 충분하던뎅...
엉트레(전채요리)로 우리가 개구리 볶음을 맛나게 먹고 있을때 버거씨는 우리가 먹을 메인 요리를 또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기대해도 좋아. 프로벙살에서 아주 질좋은 생선을 사왔거든. 어제부터 재워놨던거라 살이 더 연할거야!"
이 추운 날씨에 버거씨는 혼자 밖에 나가서 생선을 굽고 있었다.
아 감동... 어릴적 맛있는거 만들어 주시던 친정엄마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른다.
오래 오래 정성껏 익힌 감자는 비록 좀 설익었지만ㅋㅋ (감자랑 같이 넣은 표고버섯은 새카매져서 흔적도 안보이네ㅋ) 생선은 정말 연하고 맛있었다! 무엇보다 버거씨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느껴졌다. (다음번엔 감자는 내가 해야겠다...)
넘버투랑 쓰리는 참 좋겠다. 이런 좋은 아빠가 있어서. 아, 버거씨에게 넘버원은 이제 나지 참. 나도 참 좋다.
"맛있는 요리 해 줘서 정말 고마워. 당신은 최고의 아빠고 최고의 남친이야."
"맛있게 먹어줘서 내가 더 고맙지! 티옹빌로 와주고 내 아들들과도 함께 시간을 보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오빠 그럼 오늘 저녁에는 뭐 해줄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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