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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사장님없이 회식하는 우리 직장

by 요용 🌈 2024. 10. 26.

이미 퇴사한 M이 바쁜 토요일날 일손을 돕기위해 하루 알바를 하기로 했다. 덕분에 시간이 안맞아서 미루고 미뤄온 송별회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으로 회식을 정했다. 
 
"진이 환영회도 같이 하면 되겠네!!" 
 
그런데 그 며칠 전 SK는 그날 우리끼리만 회식을 가라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께서 한국으로 귀국하시기전까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것이 그 이유였다. 
 
"엥... 사장님 없는 회식이 어딨어... 그냥 회식은 다음에 하지 뭐." 
 
우리 사장님은 안된단다. 이미 날짜를 잡아놨는데 자기때문에 일정을 변경하는건 미안하단다. 
 
"나는 진짜 괜찮으니까 너네끼리 다녀와. 내가 카드 줄테니까 맘껏 먹고 술도 맘껏 시켜마셔." 
 
"사장님이 없는데 어떻게 맘껏 먹냐... 비싼술은 사장님이 시켜줘야 마시는거지." 
 
"하하하 부페로 가기로 했었잖아. 실컷 먹으렴. 와인을 마시던지 아무거나 원하는대로."
 
우리 사장님 참 쿨하다. 
 
"사장없이 회식하면 넌 몰라도 걔들은 속으로 더 편할걸.ㅋㅋ"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군. 
 
금요일날 퇴근 후 진이랑 버스를 타고 부페집으로 찾아갔다.
 

SK가 몇번이나 말했던 바로 그집. 드디어 나도 와보는 구나. SK가 시키는대로 나는 오늘 생굴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입구에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던 반가운 내동생 M과 상봉했다. 
진이랑 M은 평소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던 터라 그동안 만나고 싶어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서로 편하게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했다. 해외에서 한국인들과 인연을 맺는다는것은 언제나 귀하고 감사한 일이다. 
 

 
주머니에 든든한 사장님 카드를 넣고 있는 내가 오늘은 물주구나ㅋ 
 
저녁 성인 부페: 23.90유로. 꽤 비싸네. 그만큼 먹을것이 많다는 소리겠지. 
 
"오늘은 내가 카드를 갖고 있으니까 마음껏 마시렴. 뭐 마실래?" 
 
평소에는 알콜을 잘 마시지 않는 M이 왠일로 칵테일을 골랐다. 오늘 너도 기분이 좋은가보구나ㅋ

점원한테 술을 주문했더니 잠시 후 로봇이 술을 가져왔다. 아 신기해.
이 가게에는 서빙하는 로봇이 꽤 많았다. 로봇 한 대만 해도 가격이 꽤 비쌀것 같은데...  

사장님이 맘껏 마시라고 했으니까 나는 무스카 와인.
 
여자 셋이서 수다가 폭발하는 저녁이었다. 

M은 연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나랑 진이는 생굴에 집착했다ㅋ

굴이 회전이 빨라서 신선하고 정말 맛있었다. 나 혼자 몇 개나 먹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먹은 굴만 합쳐도 본전은 뽑았을것 같다. 끝맛이 달착지근한것이 역시 굴이 최고다!! 
 

굴 말고 다른 음식도 맛있는게 많았다. 배부를까봐 물도 안마시고 조금씩 골고루 신중하게 뱃속에 엄선해서 집어넣었다. 나는 부페에 가면 이렇듯 진지해진다. 

저 튀김은 개구리였다. 그냥 궁금해서 가져와 봤다.

나는 이미 튀겨져있는 요리를 들고 왔지만 이렇게 개구리 생고기를 갖다주고 소스를 선택하면 직접 요리를 해 주기도 한다.

저 버터 가리비도 정말 맛있었다. 김밥은 단무지까지 들어간 완전 한국식이었다. 
 
몇 접시나 먹었을까. 아무튼 제대로 대식가의 면모를 증명한 후 디저트로 넘어갔다. 

아... 디저트도 먹을게 너무 많잖아... 케이크는 작게 잘라서 골고루 맛보기ㅋ

2차 디저트는 과일이랑 아이스크림이다. 저 노랜 아이스크림은 바나나맛이었는데 뭔가 바나나우유비스무리한 저렴한(?) 향에 매료돼서 두번이나 먹었다ㅋ

우리 사장님은 까맣게 잊고 우리끼리 신나게 수다떨면서 먹고 있는데 뒤늦게 사장님으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사진이라도 한 장 보내달라면서 말이다. 부랴부랴 셋이서 셀카찍어 보내고 정말 잘 먹고 있다고 감사의 메세지를 보냈다. 우리 사장님 최고!! 

카운터에서는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는 로봇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귀여운 표정으로 인간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구나... 
 
 
다음날인 토요일 우리는 M이랑 진이랑 다함께 근무를 했다.
오랜만에 시장으로 출근한 M은 꽤 감격한 표정으로 들어오더니 정말로 눈물이 날 것만 같다고 했다. 앞으로도 일손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불러달라는 M. 오랜만에 같이 일해서 나도 너무 너무 좋았다. 
 
해외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 
여러 사건들을 겪긴했지만 그래도 내가 인복은 타고 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