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옹빌에서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저녁에 낭시로 돌아오기위해 버거씨의 차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하던 때였다.
버거씨는 내가 티옹빌에서 주말을 보내는 경우 월요일날 재택근무를 하곤 한다. 하루라도 더 함께 있기 위함인 것이다.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일주일에 사흘이나 함께 할 수 있으니 장거리 커플로서 나쁘지않다.
그런데 기차역으로 운전하는 내내 버거씨는 마음이 꽤 착잡해보였다. 사흘이 너무 짧았단다.
"기차 출발까지 30분정도 남을것 같은데 강변 바에가서 뭐 좀 마실까?
"아니, 괜찮아. 바에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아님 배고플테니까 기차안에서 먹을 수 있게 샌드위치 같은거 사러갈까?"
"아니 귀찮아… 그냥 차안에서 있다가 가지 뭐."
"아…... 매주 널 보내는게 너무 힘들어. 맨날 같이 있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표정이 꽤 심각한데...
"매번 너무 슬퍼..."
뭐라고 대답하지... 잘 모르겠다;; 이 남자 정말 섬세하네... 오빠 우는거 아니지...?
나는 일단 잠자코 들었다.
"그런데 끝없이 슬퍼하기보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 이게 얼마나 행운인지말이야."
이 시점에서 버거씨가 숨을 고르고 있길래 내가 몹쓸 습관처럼 장난기가 발동해서 말을 가로챘다.
"행운? 음... 여자친구를 마침내 보낼수 있어서? 그녀가 마침내 떠난다! 일주일에 사흘이나 같이 있었네, 드디어 혼자다 야호!"
"하아 너는 진짜…"
삐졌나싶어 나는 버거씨 표정을 살폈다.
"하하 너무 웃기잖아 ㅋㅋㅋ 너의 유머감각은 정말이지!! 어떤 상황에서도 너는 나를 웃게 만드는구나!"
하... 삐진줄 알고 깜짝놀랬네.
"너같은 여자와 함께 할수 있다는게 행운이지. 우리가 아예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헤어짐의 슬픔은 겪지 않았겠지? 우리가 만났기때문에 헤어지는게 슬픈거지. 주말마다 우리는 굉장히 행복한 시간을 보내잖아."
이번에는 나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 버거씨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정말 재미있겠다."
버거씨 머릿속에는 나와 함께 하는 오만가지 계획이 다 들어있는것 같다. 차차 알게될테니 미리 물어보지는 말아야지.
나는 벌써 이 남자의 어머니, 누나, 매형, 아들들, 그리고 동료들까지 만났다. 그 뿐아니라 어느새 가족모임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네.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남자를 만나게 된것만 해도 크나큰 행운이고 감사할 일이다.
세상에서 제일 웃긴(?) 나를 여자친구로 두다니 버거씨역시 행운아가 맞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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