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동생 M이 가게 일를 관두게 되었다. 그동안 꿈꿔오던 대학교에 합격해서 타 지역으로 가게 된 것이니 아쉽지만 기쁘게 축하를 해 줄 일이었다. 하지만 이만한 직원을 또 구할 수 있을지 SK와 함께 난감해하고 있을때… 선물처럼 새로운 막내 직원이 쨘하고 나타나주었다.
진이라는 이름의 그녀와 단둘이 처음으로 근무하게 된 날,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부탁이 있는데요... 싫으면 싫다고 해도 돼요."
"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사장님은 사장님이라고 불러주고... 나는... 언니라고 불러주면 안될까?"
그 말에 진이는 오히려 좋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저야 좋지요! 근데 언니라고 안부르면 뭐라고 불러요? 당연한 걸 왜 어렵게 부탁하시나요~"
그러게말이다.
아줌마라 부를수도 있고. 야- 라고 불러도 되고 나는 다 상관없기는 함.
하지만 나는 일전에 단호한 거절을 당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심스러웠던것이다.
여름에 우리가게에서 잠깐 함께 일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서글서글한 그녀의 성격에 나는 편하게 말을 꺼냈다. 생각해보니 사장님은 사장님이지만 나를 부를 마땅한 호칭이 딱히 없을것 같아서 내가 먼저 호칭정리를 해 주면 서로가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을것 같았다.
"사장님은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나는 그냥 언니라고 불러주면 안될까?“
"에이... 그래도 제가 어떻게..."
"엥? 그럼 뭐라고 부르려고? 나 여기 친구들 20대 초반도 많은데... 그냥 언니라고 불러주라~"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그후로도 나를 아주 깎듯이 대했고 딱히 호칭을 부른적은 없었다. 내가 괜한 부탁을 해서 이 친구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나이 관계없이 서로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문화였다면 더 친해질 수 있었을텐데...
마찬가지로 20대인 M과도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처음부터 나는 그녀에게, 나한테 반말도 하고 맞먹어주면 나는 더 좋다고 말해왔다. 처음에는 나를 조금 어렵게 대하던 M이 이제는 나한테 '우리 언니'라고 불러주면 나는 기분이 정말 좋다. 한국이었다면 이렇게 친해지기 어려웠겠지. 타국에서 이런 착한 동생이 있어서 나는 너무 좋다. 그녀 역시 내가 있어서 든든하다고 말해주니 그녀를 위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다.
얼마전 내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진이를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내 친구들의 나이가 진이랑 또래이기도 하고 낭시에 온 지 얼마 안돼서 친구가 별로 없을것 같아 다같이 친구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역시나 진이는 어디에 내놔도 잘 어울리고 다들 좋아할 타입이었다. 특히 일본인 친구랑 마침 동갑이라서 급 친해진 모습을 보니 내가 괜히 뿌듯뿌듯.
요즘 진이가 오후 근무를 하게 되면서 오후 매출이 늘었다고 SK가 좋아한다.ㅋ 남자들이 예쁜 진이를 보러 오는것 같다면서.
한 날은 진이가 말하길 전날 늦은 오후에 어떤 남자가 찾아와서 내 연락처를 물어보더란다. 진이가 안가르쳐줬더니 그럼 진이 연락처를 달라고 하더란다ㅋㅋㅋ 누군지 몰라도 줏대없는 남자였네.
진이는 일도 잘하고 얼굴도 이쁜데 가장 좋은건 성격이다. 무엇보다 우리를 깍듯이 대해주지 않아서 나랑 SK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우리가 하는 야한 농담도 잘 받아치고 무슨 얘기를 들어도 까르르 웃어주니 우리도 즐겁다. 진심어린 공감도 너무 고맙다.
"우리 가게에 보배가 들어왔네."
내 말에 SK도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비슷한 에너지들끼리 서로를 끌어당긴다고 하던가.
우리 셋다 어쩜 이리 비슷한 점이 많은지 참 신기할 때가 있다.
이 먼 타국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큰 복이다.
감사할 일이 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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