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부터 버거씨는 어머님의 생신을 위해 자신의 집으로 어머님과 누나네 부부를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토요일날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나서 우리집에서 다들 하룻밤을 자고 갈거야. 혹시라도 네가 조금이라도 불편할것 같으면 괜찮으니까 나한테 꼭 말해줘."
"불편하긴. 나는 생일파티도 좋고 레스토랑도 좋은데?"
"아, 정말 다행이다. 안그래도 우리 누나도 그렇고 어머니도 네가 오는지를 젤 먼저 물어보더라고. 다들 널 정말 좋아해."
"나도 당신 가족들 다 좋아."
버거씨는 신이 나서 이 가족모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뭔가 생일 선물을 준비하긴 해야 할텐데...
SK는 너무 부담갖지 말고, 비싼 선물도 말고, 다같이 생일날 먹을 수 있는걸로 준비하면 될 것 같다고 조언해주었다. 역시 모르는게 없는 그녀. 마치 오즈의 마법사같은 존재라고나 할까ㅋ
처음에는 샴페인을 사려고 했는데 나중에 생각을 바꿔서 디저트를 사기로 했다. 왜냐면 우리 시장에 굉장히 맛있는 쇼콜라트리가 있기 때문이다!
"야, 우리 말나온 김에 쇼콜라트리에 뭐가 있는지 한번 가 볼까?"
SK는 나보다 신난 표정으로 말했고 우리는 곧장 앞치마를 맨 채로, 일하다말고 쇼콜라트리에 달려갔다. (시장 일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ㅋ)
흠... 역시 초콜렛은 비싸다... (직접 제조하는거라 질이 좋다.)
이 집 디저트 진짜 맛있는데...
오, 마카롱이 있구나! 이 정도면 딱 좋은것 같다!! 마카롱으로 정하자.
이 쇼콜라트리에는 우리 시장에서 제일 예쁜 언니(라고 말했지만 실은 나보다 훨씬 어림)가 일을 하고 있다. 우리 진이가 오고 나서는 우리 시장에서 이제 두번째 미녀로 밀려났지만(내 맘대로ㅋ) 그녀는 여전히 눈부시게 예쁘다. 우리집 닭강정 단골이기도 한 그녀는 원래 시장입구에 있는 정육점에서 일했는데 소문에 의하면 그 집에서 정직원을 안 시켜줘서 초콜렛집으로 옮겼다고 한다. 일도 잘하고 친절한데 무엇보다 얼굴이 예쁜게 가장 큰 능력이 아닐까 싶다. 이런 인재를 놓치다니 정육점은 후회되겠다. 확실히 정육점 보다는 달콤한 쇼콜라트리가 이 언니한테 잘 어울리는것 같기는 하다. 어느날 SK가 그녀한테 "정육점에서 일할때 힘들지 않았어?" 라고 물으니 그녀는 "힘들어도 재미있었어. 많은 새로운것들을 배울 수가 있었거든." 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생각도 아주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선물용 마카롱을 종류별로 골라서 한 상자를 채웠더니 이 예쁜 언니가 말했다.
"혹시 너네 XX좋아해?"
뭔가 알아들을수 없는 단어가 나와서 못 알아듣고서 우리가 멀뚱거렸더니 이 언니가 갑자기 뒤로가서 곰돌이 모양의 초콜렛을 하나 가져왔다. 그리고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곰의 모가지를 뚝 잘라서 그 속을 보여주었다. 어우 놀래라ㅋㅋㅋ
"이렇게 속에 마시멜로가 들어있는 초콜렛이야. 어제 냉장고에 문제가 있어서 불량품이 생겼어. 너희 좀 줄게."
예쁜 언니가 공짜로 준다면서 곰돌이 초콜렛을 여러개 담아주었다.
진열대에는 귀여운 곰돌이들이 다양한 색깔의 초콜렛을 입고 진열돼 있었는데 눈알이 붙어있는 애들이 너무 귀여웠다. 불량품이라고 준 곰돌이도 사실 육안으로는 별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 탈락 당해서 우리한테 공짜로 딸려왔구나. 운수 좋은 날이당.
심지어 마카롱도 시장 직원 할인 10%를 받았는데 서비스로 한 개를 더 얹어주었다. (우리 시장에서 두번째로) 예쁜 언니 사랑해요.
귀엽게 생긴 곰돌이 초콜렛은 점심먹고 한개씩 먹었는데 맛있었다. 그러고나서도 남은거는 (시장에서 제일 예쁜) 우리 진이 가져가라고 줬다.
생신인데 마카롱 선물은 좀 초라한가 싶기도 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딱 좋다고 말해주었다. 생일선물이라기 보다는 생일파티 디저트로 가져가는거니까.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예쁘네.
빈손으로 오라며 신신당부하는 버거씨한테 마카롱을 샀다고 말했더니 너무 고마워했다.
이제 생일파티를 즐길일만 남은건가.
식구가 많지 않은집에 생일파티까지 초대를 받으니 벌써 가족이 된 것 같다. 맛있는거 많이 먹어야징.
생일파티 이야기를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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