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날 티옹빌 기차역에서 나를 픽업한 버거씨는 낮에 독일에 있는 DM에 다녀온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나중에 같이 가자니까... 나도 피스타치오 크림 사고 싶은데."
내 말에 버거씨가 웃으며 말했다.
"벌써 사왔지. 5개면 충분하지? 혼자 다 못먹으면 나중에 한국갈때 선물용으로 가져가라고 많이 사왔어."
역시 우리 버거씨 최고다.

유기농 피스타치오 크림-
누텔라랑 땅콩버터 중간쯤 맛인데 내 기준으로 그 둘을 합쳐도 이 맛을 못이긴다.
빵에 발라먹기도 하고 플레인 요거트에 섞어먹기도 한다. 먹다보면 한통 금방 바닥나는데 식구들 갖다줄게 있으려나.
시장에도 비슷한 모양의 유기농 피스타치오 크림이 있길래 봤는데 글쎄 요만한 병 하나에 11유로였다. 버거씨 말로는 DM에서는 반가격이라고 한다.
"DM도 프랑스에 들어오면 정말 좋을텐데..."
DM좋아하는 버거씨가 맨날 하는 소리다. 그래도 뭐 국경에 살고 있으니 차로 금방 다녀오면 되고 편리하네.
다 가져가면 무거우니까 일단 한 개만 가져간다고 했더니 캐슈넛 크림도 하나 들고가란다. 나머지는 다음주말에 낭시에 올때 갖다주겠단다. 본인도 기차타고 올거면서 꽤 무거울텐데... 그래도 뭐 나보다 힘이 세지?

지난번에 100% 헤이즐넛 크림을 사다줘서 먹었는데 정말 다른게 아무것도 안들어가서 달지도 않고 처음엔 그냥 그랬었다. 근데 점점 중독돼서 그냥 부엌에 갈때마다 한스푼씩 퍼먹다보니 금방 끝났네. 캐슈넛 크림도 무조건 맛있을것 같다.

그 외에도 전식으로 빵에 발라먹는 다양한 소스들이나 영양 보조제들도 잔뜩 사왔다.
"너네집에 샴푸가 떨어져가길래 샴푸랑 헤어 오일도 사왔어."
우리집 지금 샴푸도 버거씨가 사줬던건데. 난 그거 다쓰면 다시 도브비누 쓰면 되니까 별 생각 없이 있었는데 아무튼 주니까 감사히 받았다.

배고프다고 하니 스테이크를 구워주는 버거씨.
스테이크를 올리기전에 뭔가 굳은 기름 한스푼을 넣길래 뭔가 싶어 내가 병을 살폈다. 다 독일어라 읽기 어렵지만-

"이건 요리용 버터야. 좀만 온도가 올라가도 빨리 그을려버리는 크림을 제거한거라 연기나게 타질 않아."
버거씨는 또 목감기에 좋은 프로폴리스 시럽이랑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도 종류별로 사왔다.

그 중 나한테는 코 점막의 수분충전에 좋다는 히알루론산 스프레이를 권했다.
코로나를 앓고 난 이후 나는 여전히 잔기침과 코시림 증상이 조금씩 남아있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다.
"그리고 이것도 널 위한 거야. 가져가서 아침마다 이거 한 숟가락에 미지근한 물을 타서 한 잔 마셔."
버거씨는 바로 물에 한 숟가락을 타서 맛보라고 줬다.
집에서 내가 만든 꿀 생강 레몬차랑 굉장히 흡사하다ㅎㅎㅎ
번역기를 돌려서 성분을 보니 꿀, 사과식초, 생강, 강황등이 들어갔다고 한다. 안그래도 나 요즘 꿀 생강 레몬차에 사과식초를 뜨거운 물에 섞어서 보온병에 넣어 다니면서 마시는데 그거랑 성분까지도 흡사한거였네.

아, 사진 뒷쪽 컵에 담긴 정체는 스무디다.
내가 집에 도착하자 마자 버거씨가 냉장고를 열고 이 스무디 한잔을 꺼내주었다.
"오후에 애들이랑 헬스장 다녀와서 애들이 출출해하길래 내가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널 위해 한 잔 남겨놨어."
그럼 또 내가 벌컥 벌컥 마셔줘야지.
아보카도, 라즈베리, 우유, 꿀등이 들어갔네.
맛있게 마시면서 나는 장금이처럼 안에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다 맞췄음ㅋ
가끔은 나보다도 나를 더 아껴주는 듯한 버거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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