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버거씨가 점심을 준비하고 있을때 나는 오랜만에 친정엄마한테 전화를 드렸다.
실로 오랜만에 우리 모녀는 40분이라는 긴 대화를 나누었다.
전남편과 전시댁과 있었던, 그동안 말씀 못드렸던, 상처받았던 이야기들을 좀 더 들려드렸다. 이런 얘기 할 때마다 눈물이 났었는데 이제는 이토록 가볍게 꺼낼 수 있다니 스스로도 놀랍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하긴 버거씨라는 특효약이 있었기도 하네.
친정엄마는 사진속에서 내 얼굴이 더 좋아보였고 목소리도 더 밝은것같다고 하셨다. 사연들은 속상하긴 하지만 좋게 생각하자며 나를 다독이셨다.
"그래서 지금 어디라고?"
엄마의 질문에 나는 "새영감 집."이라고 가볍게 대답했는데 엄마가 빵 터지셨다.
나는 엄마랑 통화할 때 전남편을 '우리영감'이라고 부르곤했다.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뭐 피차 같이 늙어가는건 사실이지만) 그냥 뭔가 우리영감이라는 단어가 정감있어서 그렇게 불렀는데 우리 엄마는 들을때마다 웃느라 까무러치셨다.
우리 엄마는 이번에도 막 웃으시다가 마지막에는 "이제는 영감이라고 부르지 말자"고 하셨다. 뭐 어차피 엄마랑 얘기할 때만 쓰던 표현이었으니 알겠다고 약속드렸다.
"옆에 무슨 접시소리가 계속 나네?"
"응 버거씨가 지금 점심 준비하고 있어."
이 말이 엄마는 듣기좋으셨던가보다. 또 큰소리로 웃으셨다. 오랜만에 엄마랑 많이 웃어서 나도 좋았다.
"어제는 버거씨가 소고기 구워줬고 오늘은 연어 구워준대."
"다행이다. 우리딸한테 잘해줘서..."
우리 엄마는 딸이 어디가서 잘 얻어먹는걸 기뻐하신다. 버거씨도 내 먹성을 알아서 다행이지...

버거씨는 연어를 굽고나서 마지막에 잡채소스를 뿌렸다. (데리야키소스를 먹어본적이 없는듯 하다. 그냥 잡채소스를 맛본 이후 신세계를 발견한 듯 하다.) 연어 구이 냄새는 정말 천상의 냄새였다.

쌀국수를 삶더니 그 위에도 잡채소스를 뿌렸다ㅋㅋ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브로콜리랑 콜리플라워까지 함께 맛있어짐.
친정엄마한테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정성이 가득하구나] 라고 답장을 주셨다.

버거씨 덕분에 나는 잘 극복하고 잘 먹고 많이 웃으면서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엄마 돈워리~
참 인연이라는건 신기하고 신비롭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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