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내가 출근준비를 하고 있을때 버거씨는 불렁제리에 가서 빵을 사왔다.
근데 들뜬 표정으로 돌아온 버거씨가 봉투에서 꺼내 보여주는 빵의 크기가 심상치가 않다.
한 손으로 들기가 버거울 정도의 묵직한 무게.
헤즐넛이랑 건포도가 박힌 곡물빵이다.
우와...! 근데 이거 맛은 어떠려나...?
내 표정을 파악한 버거씨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오우 이거 맛있지! 나 여기 이 빵집 진짜 너무너무 좋아. 들어서는 순간부터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 드는 곳이야. 아무거나 집어도 다 맛있을거야."
자르려고 버거씨가 빵을 도마위에 올렸는데 도마가 꽉찬다.
잘라달라고 했더니 너무 신선해서 자를수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여전히 따끈따끈.
"점원이 이 빵을 집어들면서 얼만큼 원하냐고 묻길래 내가 그거 다 달라고 했거든? 점원이 놀래서 정말로 이거 전부다요? 하고 한번 더 묻어라. 하하"
"그러게... 나도 묻고 싶었어. 그 큰 거 정말 다 먹을수 있어...?"
"얼마나 맛있는지 너도 먹어보면 깜짝 놀랠거야. 다 먹을 수 있어. 냄새 좀 맡아봐. 와..."
빵 하나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역시 버거씨는 내 스탈이다.
빵 봉투를 보니 유기농빵이네.
버거씨는 저만한 사이즈로 네조각을 잘라먹었다. 아직 빵은 그대로인것 같은데...
일요일, 월요일 아침 우리는 정말 맛나게 빵을 줄여나갔다ㅋ
피스타치오 크림, 버터 그리고 버거씨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딸기잼을 곁들였다. 빵 자체가 맛있으니 대충 곁들여도 맛있긴 하다.
화요일날 아침 버거씨가 떠난 후 보니 조그만 한 덩이만 남아있었다.
와 그 큰 걸 정말 거의 다 먹었구나.
얼마 안되는 양이긴 했지만 나 혼자서는 아침을 안먹으니까 잘라서 출근할 때 들고갔다. 한국인 친구들이랑 먹으면 뭐 든 다 맛있쥐.
SK는 이걸 보더니 치즈랑 같이 먹어야 된다면서 치즈를 사러나갔다.
시장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은 질좋은 다양한 식재료들을 코앞에서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가게 맞은편에 꽤 유명한 치즈가게가 있음. 매일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곳이다.
치즈가게 아저씨가 치즈를 맛보라고 조금 잘라 주셨는데 이건 뭐냐 왤케 맛있는거냐...
보포(Beaufort)라는 이름이었는데 내가 먹어본 치즈중에 손꼽히는 맛이었다. (하지만 나는 치즈 잘못알이니 너무 맹신하기없기)
빵없이 치즈만은 잘 못먹는데 이건 맛있어서 다 먹었다. 꼬소하고 부드럽고...
SK는 이 빵에는 속이 흘러내리는 치즈가 잘 어울린다고 했다. 고르곤졸라랑 또 뭔가를 샀는데 이름 다 까먹음 (고르곤졸라 빼고는 다 첨듣는 이름이라 ㅋㅋ)
빵의 고소함, 건포도의 달콤한 맛과 치즈가 다 잘어울렸다.
웅이랑 셋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버거씨한테 사진을 보내줬더니 치즈랑 먹을 생각을 어떻게 했냐며 이 빵이랑 치즈 궁합이 정말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프랑스 5년차로서 나도 이제 빵과 치즈의 맛을 점점 음미하기 시작한 것 같아 기쁘다ㅋ
'2024 새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정엄마에게 오랜만에 보고 완료 (15) | 2025.02.21 |
---|---|
시나몬 롤을 싹쓸이 해 왔다 (14) | 2025.02.20 |
독일 DM쇼핑을 다녀온 버거씨 (19) | 2025.02.19 |
이거 얼마게~요? (19) | 2025.02.18 |
이번에는 네팔 레스토랑 체험이다 (3) | 2025.02.16 |
추운날 야외 온천스파의 즐거움 (19) | 2025.02.15 |
프랑스에서 먹는 떡국과 호떡 (14) | 2025.02.14 |
남의 이름갖고 웃기전에 (8) | 2025.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