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발렌타인.
아침에 SK는 흰 장미 한다발을 사왔다.
남편한테 줄거냐 물으니 이걸 왜 남편 주냐면서 그냥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고 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이날이 발렌타인인걸 모르고 있었단다. 그럼 그 꽃 남편한테 갖다주면 되겠네~ 라고 했더니 이걸 왜 남편한테 주냔다ㅋ. 하지만 잠시 후 가게 앞에 있는 불렁제리에 가서 남편을 위한 발렌타인 갸또를 사왔음. 역시 츤데레 그녀.
생각해보니 여자가 남자한테 장미꽃다발을 선물하는 장면도 꽤 신선한데?

성발렁땅 (Saint Valentin의 프랑스어 발음)을 맞아 불렁제리에 예쁜 갸또가 많이 나왔다.
우리는 손님이 뜸한 오후 시간에 다같이 우르르 몰려가서 갸또를 구경했다.
웅이도 사장님을 따라서 여친을 위한 하트모양 슈 갸또를 샀다. 그냥 딱 봐도 맛이 없을수가 없네.

아, 나는 왜 버거씨한테 갸또 안사주냐고 다들 물었다.
나는 이번에 갸또보다 조금 더 좋은걸 해 주고 싶어서...
항상 고마운 버거씨를 발렌타인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로 다짐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발렌타인 특별 저녁 메뉴를 구성해서 사전 예약을 받는다.
며칠동안 검색을 해 보았는데 대부분 금액이 인당 45~50유로 정도였다. 여기에 와인까지 곁들이면 두명이서 얼마냐... 내 수준에는 비싸다.
그러다 딱 맞는 레스토랑을 찾아냈다.

2인 57유로.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서 저렴하고 초밥을 좋아하는 버거씨를 위해서도 안성맞춤이었다.
전식이랑 후식도 포함이었다.
저녁 8시 반에 레스토랑을 예약했는데 이날 버거씨가 탄 기차가 10분 연착되는 바람에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시간에 딱 맞춰서 레스토랑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5일만에 일식집에서 만난 우리는 제법 로멘틱한 저녁식사를 했다. 버거씨 눈에서 진짜 번쩍거리는 하트를 여러번 봤음.
전식은 미소국이랑 양배추샐러드를 먹었다.


사진과 매우 달라서 실망스러웠던 초밥세트였지만 보기보다 굉장히 맛있었던 반전에 우리는 또 한번 놀랬음 ㅋㅋ
후식 모찌도 맛있었다.
맥주랑 구아바주스까지 해서 70유로 조금 넘게 나왔는데 내가 폼나게 계산하려고 했더니 버거씨가 후딱 계산해버렸다.
집에 돌아왔을때 버거씨는 가방에서 초콜렛 상자를 내밀었다.

아... 그럼 나는 진짜로 아무것도 해준게 없게 되잖아...
내가 너무 미안해했더니 버거씨는 그런걸 왜 신경쓰냔다. 그래도 난 진짜 미안한데..
그나마 리들에서 사다놓은 하트모양 아이스크림 모찌라도 없었음 체면이 말이 아닐뻔했네ㅋㅋ

붉은색 블루베리 하트모양 모찌안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다. 가성비 대박임.
버거씨랑 끼니마다 한개씩만 꺼내먹는데 먹을때마다 조금씩 잘라먹는다. 맛있어도 절대 두개먹으면 안된다는 버거씨.
아참, 버거씨의 선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원래 우리는 일요일날 스트라스부르에 기차로 당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었는데 버거씨가 에어비앤비로 스트라스부르 시내에 아파트를 1박 예약했다고 했다. 아침 기차로 갔다가 스트라스부르에서 미술관도 가고 맛있는것도 먹고 다음날에는 콜마르에도 들르기로 했다.
왕.... 신난다!
학창시절이후 발렌타인을 축하해 본 일이 있었던가...? 40대중반에 발렌타인에 설레는 날이 오다니.
거기다 발렌타인 기념 여행도 가게되었다.
오래 살고 볼 일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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