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행선지는 스트라스부르 현대 미술관이었다.
입구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우리는 바라보고 있는 똥머리가 내 웃음보를 터트렸다.

얘 뭐야ㅋㅋ
머리만 똥이 아니고 온몸이 똥이다. 응가 인간.

저 아저씨 표정 우리 버거씨 표정이랑 똑같았음ㅋㅋ

나중에 미술관 관람을 다 끝냈을때 버거씨가 나더러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냐고 물었을 때 나는 지체없이 이 똥머리(Shit head)라고 대답했다.
이 미술관에는 구스타브 도레(Gustave Doré)의 전시실이 따로 마련돼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바로 이 스트라스부르 출신이었던 것이다. 스트라스부르의 자랑이었군.

Christ quittant le prétoire (총독궁을 나오는 그리스도)라는 제목의 이 대형 작품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특히 바로 앞에 함께 놓여진 찌그러진 자동차(현대미술 작품이겠지?)와 대비되는 느낌도 신선했다. 뭔가 우리는 이제 망했어- 하는 아우성이 들리는 느낌이랄까.

구스타브도레는 반고흐가 찬사를 아끼지않고 닮고싶어했던 천재화가라고 한다. 삽화가이자 판화가였는데 그 중 [단테의 신곡] 삽화가 유명하다.

Soir en Alsace (알자스의 저녁)이라는 이 작품은 부드러운 색감이 너무 좋았다. 1800년 초기에 프랑스는 저런 모습이었겠지. 젊은 남녀의 썸. 그리고 길에는 거위들이 마구 섞여서 꽥꽥ㅋ

피카소의 [꽃을 줍는 사람: personnage cueillant des fleurs]이라는 작품앞에 심각한 표정으로 웅크리고 앉아있는 아저씨는 우리가 잘 아는 로뎅의 작품이 맞다.

볼을 보니 진짜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표정이네.


피카소의 작품들도 몇 점 더 있었다.
오 반가운 에밀갈레의 작품들도 있었다. 낭시의 대표적인 아르누보 작가-
보자마자 알아본 나 칭찬해. 나도 낭시안 다된건가.

스테인드글라스, 가구, 병풍 그리고 유리공예 작품들까지 골고루 전시돼 있었다.


아 엄마야... 이거 무서워...

더 무서운거...
생각없이 그림을 보다가 클로드모네의 작품이라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개양귀비 밭]
잠시 후 가이드 한분이 이 작품을 설명하시는걸 열심히 엿들었는데 이걸 그릴 때 클로드모네는 아침부터 나와서 원하는 빛과 분위기가 나타날때까지 앉아있었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작품을 보니 좀 더 의미있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나랑 버거씨가 둘이서 가장 좋아했던 그림이다.
모리스 엘리엇(Maurice Eliot)의 나이든 사람들(Les vieilles gens 1892)이라는 작품이다.


제목은 나이든 사람들이지만 사실 뒤돌아서서 저 멀리를 내다보는 소녀가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처럼 보인다. 그림인데도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보다 저 소녀의 경쾌한 움직임이 그림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듯 하다. 특히 금발위로 눈부신 해가 잘 표현된 것도 너무 예쁘다.
할머니의 표정과 손에 쥐어진 먹다만 음식의 모습도 너무 생생하다.
나랑 버거씨는 이 그림앞에 꽤 오래 서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현대미술쪽으로 넘어갔는데...

역시 현대미술은 나에게 너무 난해하다.

끝과 시작은 응가인간으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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