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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프랑스 카풀 앱(Blablacar)을 써봤다.

by 요용 🌈 2025.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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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날 티옹빌에서 낭시로 돌아오는 기차를 예약하려고 앱을 열었다가 깜짝 놀랬다. 
최소 한시간에 한대씩 기차가 다니는데 이날에는 기차가 하나도 안보이는 것이었다. 
버거씨가 전화를 여러번 했지만 일요일이라 상담원 연결은 더 어렵고 계속 ARS 뺑뺑이였다.
 
그런데 기차표를 예매하는 앱에 '블라블라카'라는 옵션이 있어서 눌러보았다. 유료 카풀 서비스였다. 
 
목적지를 검색해보니 티옹빌에서 낭시로 가는 운전자가 딱 한 명 나왔다!  
 
버거씨는 불안하다고 하지말란다. 
 
그런데 운전자의 사진과 프로필 그리고 별점이 나왔다. 


7.79유로? 기차보다 싸고 심지어 더 빠르다. 
 
운전자가 여성이라는 말에 버거씨 표정이 밝아졌다. 
더 눌러보니 동승자도 이미 한 명 있네? 20살의 마테오라는 청년이었다. 신기하게도 승객도 별점이 있네. 둘 다 5점 만점자들이다.

 
버거씨가 옆에서 이 화면을 보더니 이건 좀 신뢰할 만 하구나 믿는 눈치다. 
나는 바로 예약을 마쳤다. 

"당신도 이거 해라. 차로 낭시올 때 서너명 더 태우고 올 수 있잖아. 일인당 7.50유로만 받아도 이게 얼마냐~ 환경 오염도 줄이고 말이야." 

"그러게... 나쁘지않은 생각같아."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났다. 
 
"왜 웃어?" 
 
버거씨의 물음에 내가 웃다가 대답했다. 

"운전하면서 말은 많이 하면 안 돼. 승객들이 지칠거야ㅋㅋㅋ" 

"좋은 지적이야." 
 
 
예약 후 운전자는 약속장소와 시간을 두 번이나 바꿨지만 시간을 앞당겨준건 나로선 더 좋은 일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장소까지 버거씨가 태워다 주었고 우리는 그곳에서 초록색 토요타 차량앞에 서있는 중년여성과 젊은 남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눈에도 정말 살가운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차로 오는 동안 스므살 청년이 어찌나 말이 빠르고 많은지... 그야말로 딱따구리가 사람말을 한다면 저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버거씨 목소리는 부드럽기라도 하지;;
 
아... 이어폰 꽂고싶다. 노이즈캔슬링이 절실해... 
 
"혹시 두 분은 원래 알던 사이신가요?" 
 
내 질문에 두 사람은 웃으면서 오늘 처음 만났다고 했다. 세상 베프처럼 쉴새없이 떠들고 있길래 난 진짜 둘이 아는 사인줄 알았네... 
 
"이게 바로 블라블라카의 좋은점이지요. 처음 만난 사이여도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거든요." 
 
아 내향인은 블라블라카 절대 비추합니다. 차는 좁고 대화는 피할 수 없고... 그들이 꼬치꼬치 물어오는통에 나는 나도 모르게 사적인 이야기들을 줄줄 말하고 있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는 보조석에 앉아있었는데 뒷자리에 앉아있던 청년은 우리 둘 의자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앉아 있었음. 
 
"제 남친이 말이 많거든요. 블라블라카를 하게 된다면 말을 많이 해서 승객을 지치게 하면 안된다고 농담처럼 경고했는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두 사람은 웃으며 앞다투어 내 문장을 완성시켰다. 
 
"블라블라카에 딱 적합한 캐릭터신데요?!" 
 
"이게바로 블라블라카의 장점인데요!" 
 
기차보다 15분 가량 일찍 낭시에 도착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고 교통 혼잡도 줄일 수 있으니 정말 좋은 시스템임에 틀림없다. 버거씨처럼 사교적인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유쾌한 여행이 되겠지. 
 
하지만 나는 기가 쪽쪽 다 빨렸다. 
 
 
돈 더 줘도 기차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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