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감동주네...

일요일 오후에 버거씨네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버거씨가 봉꾸앙(프랑스판 당근)에 중고로 팔려고 올려놓은 원목 찬장이 드디어 팔린 것이다. 
 
"사실 2년전에 올렸던건데 안팔리길래 거의 잊고 살았거든. 오늘 드디어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너무 기뻐." 
 
다른 도시에서 찾아왔다는 그 커플은 오랜시간 버거씨의 차고에 방치돼 있던 가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싣고갔다. 
 
버거씨는 봉꾸앙 전문가구나. 봉꾸앙에서 나를 찾아내기도 했으니까ㅋ 
 

저녁때 낭시로 돌아오려고 가방을 쌌다.
내일 아침 일찍 치과 헝데부가 잡혀있어서 오늘 저녁에 돌아가야 한다. (지난번 크라운 견적을 받았던 티옹빌 치과에서 계속 치료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5월에나 예약을 해 줄 수 있다는 말에 포기하고 낭시 시내에 있는 한 치과로 내가 예약을 했다.)
 
버거씨가 다가오더니 내 주머니에 뭔가를 슬쩍 찔러넣었다. 
 
이게 뭐야? 
 
꺼내보니까 돈이다. 
가구팔고 받은 돈. 50유로짜리가 네 장이다.
 
이걸 왜 나한테 줘? 
 
"치과 치료에 보태쓰라고..." 
 
아이고 됐어요. 마음만 받을게...
나는 한사코 반대하며 돌려주려고 했지만 버거씨는 받지 않았다. 
 
"내가 오늘 가구가 팔리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이 돈을 가장 가치있게 쓰는 방법은 네 치과 치료에 보태는 거다- 라고. 제발 받아줘."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 
지난달 아파서 병가를 며칠 썼더니 월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주택 보조금도 끊어지고 한푼한푼이 아쉬운 상태였지만 티를 안내고 있었는데 버거씨는 꿰뚫어보고 있었나보다. 버거씨 때문에 내 속에 숨어있던 긴장이 눈물로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버거씨는 나를 안아주면서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내 작은 보물이야..."

나는 버거씨한테 안긴채 코를 훌쩍이며 그 말을 정정했다. 

"큰 보물"

"하하 그래 큰 보물"

"완전 큰 보물"
 
"응 완전 큰 보물!"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다.
이런 좋은 사람이 나를 찾아냈다니. 
 
봉꾸앙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