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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모웬을 데려가라고 하시는 시어머니

by 낭시댁 2019. 8. 8.

우리 시어머니께서 나에게 버릇처럼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바로, [너 줄까?]

예를 들면 예쁜 그릇을 닦으시다가 내가 보이면 말씀하신다. 

“이거 예쁘지? 이건 스페인에서 산거야." 

"네 예뻐요!" 

"너 줄까?"

"아니요 ㅎㅎ 괜찮아요"

"왜? 싫어? 안이뻐? 난 정말 주고 싶은데.."

 

혹은 시어머니가 입으신 드레스가 예쁘다고 하면 어김없이 말씀하신다.

"예쁘지? 이거 사실은 방콕에서 200바트 주고 산거야. 근데 정말 예쁘지? 너 줄까?"

"아니요 ㅎㅎ"

 

 

 

시어머니께서 예쁜잔에 차를 드시고 계셔서 그날도 내가 잔이 예쁘다고 말씀드렸다가 그 다음에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실 멘트를 미리 예상해 버렸다. 시어머니께서 는 어김없이 "너 줄까" 라고 말씀하셨고 우리는 둘다 같이 웃었다 ㅎㅎ


우리 시어머니는 워낙에 예쁜 접시나 찻잔등을 모으는걸 좋아하시는 분이시다. 음식에 따라서 그날그날 새 접시나 잔등을 내 오시는데 그럴때 마다 나는 사실 습관적으로 예쁘다고 말씀드리게 된다. 

 

어느날은 내가 고양이 들이랑 같이 놀고 있으려니 다가오셔서 말씀하셨다. 

"우리 모웬 예쁘지? 너 줄까?"

"아니요 괜찮아요 ㅎㅎ" 

"왜? 싫어? 너 무웬 싫어?" 

 다른건 몰라도 고양이들에 대해서는 대답을 신중히 잘해야 한다. 

"싫기는요, 이렇게 예쁜 시동생인데요 ㅎㅎㅎ 근데 모웬은 여기에 남아야죠. 부모님이랑 새랑 나비랑 같이 살아야죠" 

"그럼 이스탄불 데려갈래? 걘 강해서 환경에 적응 잘해. 밥만 잘 주면 돼" 

"아니요, 저는 자서방 하나로 족합니다" 

"넌 모웬이랑 이스탄불이랑 둘중에 누가 더 이뻐? 고르라고 하면 누굴 고를거니?"

"둘다 예쁘지만 저는 모웬이 더 귀여워요" 

"그래 그럼 모웬 데려가"

"넵" 

자서방, 우리 모웬 방콕에 데려갈거야~ 라고 말했더니 자서방 무뚝뚝하게 하는말, 오케이... 

 

떠나기 전날 밤 짐을 챙기는데 (대부분 초콜렛...) 모웬이 뭔가를 느껴서 그랬나.. 방에 따라와서는 한참이나 애교를 부리고 떠나지를 않았다. 

"넌 방콕에 같이 갈거야. 걱정마. 여권 꼭 챙기고" 

내가 이런 농담을 하고 있을때 자서방은 진심으로 아쉬워서 만지고 또 만지고 아주 둘이서 정분이 나셨다. 

우는거 아니지?

뭐 나도 아쉽긴 마찬가지지만..

이스탄불은 특히나 낯가림이 심한 고양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나에게 많이 몸을 내(?) 주었다. 완전 가족으로 (형수..?) 인정 받은 기분이랄까..

맨날 다가오다가도 내가 손을 내밀면 차갑게 돌아서던 녀석인데 이번에는 너무 달랐다. 

내가 식구들이랑 같이 앉아있으면 다른식구들도 많은데 꼭 나에게 와서 만지라고(?) 몸을 내 줄때가 많았다. 

이때의 감동이란... 크... 

치명적인 옆모습..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데 굳이 와서 식빵을 보여주기도 하고...ㅎ

고양이는 옆모습이 왜이렇게 예쁜지...

 

방콕에 돌아온 이튿날, 시어머니께서 모웬 사진 몇장과 함께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모웬을 잊어버리고 갔구나!!" 

"아 죄송해요. 근데 모웬은 그곳에서 부모님이랑 이스탄불이랑 더 행복할거예요"

"사실이야. 오늘은 정원에서 도마뱀을 잡아왔더구나. 나비나 새도 쫒고 행복하지만 너희가 보고싶대" 

"네 안부 전해 주세요ㅎㅎ" 

아 벌써 보고싶다.

 

추가 사진~

시어머니께서 캣잎을 시아버지 신발에 문질러놓으셨는데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다. 

인기폭발 신발 ㅎㅎ


아이 이뽀.. 

내년에 다시 보자... 시동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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