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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삐친 이스탄불이 외박한 사연

by 낭시댁 2019. 7. 15.

오전에 젊은 여성이 집에 찾아왔는데 이스탄불의 발톱을 깍아주기위해 시어머니께서 부르신거라고 하셨다. 

“모웬은 내가 항상 깍아주지만 이스탄불은 발톱이 너무 세서 내가 못해”

참고로 이스탄불은 시댁 초콜렛색 고양이. (검은 색이라고 했다가 시엄니가 어찌나 잔소리를 하시던지ㅎㅎ 이렇게 예쁜 초코색을 어케 검은 색이라 할 수 있느냐며-)
얘 본명은 이사도르 어쩌고 어쩌고 (미들네임까지 있음;;) 인데 마음에 안들기도 하고 이스탄불에서 데려온거라 그냥 이스탄불이라 부른다고 하신다. Loof에서 정한대로 이해에는 i로 시작하는 이름이어야 했다고..

아무튼 힘센 이스탄불의 반항이 너무 심해서 발톱 깍는 동안 자서방이 붙잡고 있느라 애먹었다. 도망갔다가 잡아왔다가ㅎㅎ 요즘에 털갈이를 하는줄이라 온 사방 털 날리고..
그래도 자서방의 활약으로 그녀는 금세 발톱을 마저 깍고 떠났다.

 

​시어머니께서 그녀에게 얼마간의 지폐를 주시는걸 보고 그녀가 떠난 후에 얼마 주셨는지 여쭤 보았다. 

“금액에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서 그녀는 항상 주고싶은대로 주라고 해. 오늘은 15유로를 줬어 나쁘지 않게준거지. 휴가 갈때 마다 돌봐주면 하루에 11유로씩 주고 있으니까-“

“자서방이 잡고있느라 티셔츠에 구멍도 났는데! 다음엔 제가 자를게요 반값에 해드릴게요”


난 일자리가 필요하다요....ㅎㅎ

자서방이 티셔츠를 들어서 배에 이스탄불의 발톱 자국을 보여주었다. 심란하다..

그녀의 직업은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거라고 하셨다. 바쁜 주인들 대신해서 강아지들 산책도 시켜주고 휴가기간에 집에 들러서 고양이나 개를 돌봐준다고. 관련학과를 전공했고 아주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일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휴가 기간동안 집열쇠를 맡겨야 하니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지. 우편물도 받아놔 주고, 혹시라도 고양이가 아프면 동물병원에도 데려가 준단다. 영수증만 챙겨놓으면 내가 나중에 정산해 주거든.”

시어머니는 휴가 갈때 그녀 외에도 고양이들을 맡기는 또다른 남성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 해 주셔서 익히 알고 있다. 동물을 아주 사랑하는 그남자는 성격도 너무 유쾌하고 한번 집에 오면 한시간씩 고양이들이랑 놀아 준다고 한다.

“운전해서 오는데 차 기름값이라도 나오려면 다른 고객들이 많아야 할텐데.. 다들 좋은 사람들이야. 오래전부터 내가 도움 받고있어서 나도 여기저기에 그들을 소개해 주고 있어”

잠깐 발톱을 깍았을뿐인데 만신창이가 된 이스탄불이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간식으로 꼬셔보아도 경계하느라 쳐다만 보고 가까이 오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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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이스탄불이 정원 한구석에 등돌리고 가만히 앉아서는 한참을 꿈쩍도 안하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스탄불 화났네요 화났어.”

"그래도 금방 잊어버리고 돌아올거야”

자신만만하시던 시어머니 말씀과는 다르게 이스탄불은 해가 져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통 저녁 먹고나면 고양이 두마리다 알아서 실내로 들어오고 그후에 우리는 테라스로 통하는 문의 셔터를 닫고 다들 윗층 침실로 올라간다. 그런데 안그래도 심기가 불편한 이스탄불을, 안들어온다고 시어머니과 자서방 둘이서 억지로 잡으려다가 이스탄불이 옆집 담을 넘어서 도망가 버린 후로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자서방은 간식통을 흔들면서 구석구석 찾아보고 나는 테라스에 서서 이스탄불이 좋아하는 장난감의 방울을 흔들어서 유인(?)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스탄불은 어디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시부모님께서 주무시러 올라가신 후 나와 자서방은 삼십분정도 더 기다려보았다. 

“아무래도 안돌아올것 같다. 그냥 문 닫고 올라가자. 모웬은 몰라도 이스탄불은 강해서 걱정안해도 돼. 테라스에도 집이 있고 지하실로 들어가서 잘 수도 있어서 괜찮아.” 

아침에 늦잠자고 내려오자마자 이스탄불 집에 들어왔냐고 여쭤보았다. 

시어머니께서는 고개를 끄덕하시며 테라스로 가보라고 손짓을 하셨다. 

앜ㅋㅋㅋㅋ

이스탄불 마음 풀어주기 파티인가보다. 이스탄불이 환장하는 캣잎을 잔뜩 뿌려주셨다. ㅎㅎㅎㅎㅎ 

기분 풀린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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