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어머니의 보물인 두 고양이들. 이 두녀석은 성격도 정반대라 절대 친해지지 않을것 같더니 일년새 부쩍 둘이 붙어있는걸 자주 보게되었다.
며칠전 온 가족이 테라스에 모여앉아 점심식사를 하며 요 녀석들이 뜰에서 사이좋고 노는걸 흐뭇하게 감상하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이스탄불(검정 고양이 브리티시 숏헤어)이 뭔가를 입에 물고는 쏜살같이 집으로 들어왔고 그 뒤로 모우웬도 바짝 따라서 뛰어 들어왔다.난 이스탄불이 입에서 파닥거리는 커다란 날개를 보고는 호랑나비인줄로 알았다. 밥먹다말고 놀래서 내가 내가 소리를 치니 자서방이 벌떡 일어나 확인하러 이스탄불에게 다가갔다.
이럴수가... ㅠ. ㅜ 아기새였다..
둥지에서 떨어졌다가 아무래도 친절한(?) 이스탄불에게 봉변을 당한것 같다.
다행히 아기새는 어디 다친데도 없어보였다.
자서방은 신발도 안신고 아기새를 돌려놓기위해 재빨리 뜰로 나가서 둥지를 찾아보았다.
주변에 새둥지가 없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하는수 없이 어미새가 다시 물어갈 수 있도록 근처 마땅한 곳에, 고양이들이 닿을 수 없는 곳을 신중히 골라서 돌려놓고 왔다.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자서방은 여러번을 다시 가서 새를 옮기거나 주변에 위험할 만 한것들이 없는지를 확인 하고는 했다.
별일 없었다는듯이 다시 놀고있는 악동 고양이들ㅎㅎ
우리 시어머니 말씀으로는 고양이들이 우리한테 선물주려고 아기새를 발견하자마자 물고 온것같다고 하셨다.
아이고.. 안고맙그든.....
사실 나도 넘 걱정이 돼서 몇번 기웃거렸더니 자서방이 말했다.
"너무 자주가면 어미새도 근처에 못오니까 일단 저녁때까지는 그냥 기다려보자"
저녁때 가봤는데 여전히 어미새는 안보인다.
우선 집에 데려와서 물을 먹여보았다. 나뭇잎에 물을 담아서 부리에 갖다댔더니 눈도 안뜬 이녀석이 쭉쭉 잘도 빨아 먹는다.
이제 파리라도 멕이려고 파리채를 들고 온 집을 뒤지고 다녔더니 그걸 본 자서방이 나를 말리고 나섰다. 아직 어려서 소화 못하면 어쩌냐며 구글을 찾아보더니 이내 고양이 사료를 부수어서 물에 타서 가져왔다. 아기새는 몇번 부리로 찍어보더니 먹지를 않는다. 억지로 먹이면 안될 것 같아서 일단 이정도만 하고 다시 있던 자리에다 새를 갖다놓았다. 저녁에는 비가쏟아지길래 또 걱정돼서 온실로 새를 옮겨놨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 다시 밖에 옮겨놨다.
그 다음날 오후에 가서 한번 더 확인했는데 어미가 오지를 않았다. ㅠ.ㅠ
그대로 두면 금방 죽어버릴 것 같아서 결국 내가 다음날 오후에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여전히 먹이는 안먹고 물만 먹고 있었다. 우리 시어머니께서 보시더니 그대로 안먹으면 안되겠다며 지하실에서 주사기를 찾아서 가져오셨다. 억지로라도 먹여야겠다며 주사기 안에 고양이 사료를 부수어서 물좀 섞어 넣고는 새 입을 살짝 벌려서 입속으로 밀어넣어주었더니 꾸역꾸역 주는대로 잘도 받아삼켰다. 역시 아기고양이들을 많이 돌보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시어머니의 스킬은 대단하셨다. ㅎㅎ
시어머니가 마련해 주신 아기새 보금자리.
지금 4일째 집에서 저기서 지내고 있다. 아침에 늦잠자고 내려가거나 저녁에 자서방 친구들과 저녁먹고 늦게 들어오면 시어머니께서 항상 말씀 하신다.
"니 애기 내가 멕였으니 안멕여도 된다~"
새가 한번씩 추워서 떨때가 있어서 시어머니께서 아래에 부드러운 행주를 하나더 깔아주셨는데 그때부터는 떨지도 않는다.
우리 시어머니는 나더러 새 엄마라고 부르시며 본인은 새 할머니라고 하신다. ㅎㅎ
가끔 내가 모기를 잡아서 먹여 봤는데 잘먹는다. 아무래도 파리보다는 모기가 아기한테 소화하기 좋을것(?) 같아서ㅎㅎ
지금까지 아기새가 건강해 보이는걸 봐선 고양이 사료가 먹을만 한듯 하다. 이제 파리도 작은걸로 조금씩 먹여볼까싶다.
제비새끼 같은데 부디 건강히 날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씨는 안물어다줘도 된다...
얘 본명은 이스탄불이 아니라 이사도르 어쩌고저쩌고인데 이스탄불에서 데려와서 닉네임이 되었다고 한다. 알파벳 I로 시작하는 이름을 지어줘야 했었는데 이사도르는 시어머니가 별로 마음에 안드셨다고.. 내가 처음 만났을때 한참 헷갈려서 이스탄불 대신 암스테르담이라고 불렀드랬다.ㅋㅋ
이스탄불아.. 아기새 어디서 데려왔니... 그래도 생각해보면 자칫 아기새가 둥지에서 떨어져서 혼자 위험할 수 있었는데 얘가 데려온 덕에 우리를 만나 안전하게 집에서 지내게 된거다. 아기새가 다치지 않게 잘 물어본것 보면 헤칠 마음은 없었던걸 수도.. 지금도 얘네 앞에서 아기새한테 자기네 먹이를 먹이는걸 봐도 그저 멀뚱멀뚱 바라볼 뿐 별 관심이 없다. 너희도 나는 사랑스럽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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