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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눈이 안보여도 행복한 고양이 일루 (프랑스 친척집 방문기)

by 낭시댁 2019. 7. 8.

자서방과 내가 프랑스에 있다는걸 들으시곤 시어머니의 사촌언니 크리스티앤과 그녀의 남자친구께서 우리를 한번 더 초대해 주셨다. 

지난번에 갔을때 집이 너무 예뻐서 내가 좋아했는데 또 방문하게 돼서 너무 좋았다. 

 

[관련 포스팅: 프랑스 예쁜 친척집 방문기] 

정성스럽게 준비해 놓으신 식전주 테이블이다.

자서방은 푸아그라가 얹어진 바삭한 빵을 제일 많이 먹었다. 그저 바로 앞에 높여 있었기때문에 나도 많이 먹었다.

요 앞에 빨갛고 작은 무. 예쁘게 생겨서 뭔가 맛도 특별한가 싶어서 하나 먹었는데 그냥 무맛이다. 매웠다. 다신 안먹었다.

특이하게 토마토를 소금과 함께 내오셨다. 소금 빼고 토마토만 많이 먹었다.

저녁 식사는 9시가 넘어야 먹을 예정이었으므로 뭐라도 먹어서 배를 채워야 했다. 평소엔 잘 마시지 않던 샴페인도 두잔이나 마셨다. 

역시 전망이 너무 좋다. 

내가 테라스로 나갔더니 시엄니 사촌언니의 남친께서 따라나오셔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싫다고 했으나 내 핸드폰으로 찍어주셨으므로 과감히 포즈를 취해보았다. 

시어머니의 사촌언니와 남친님은 두분다 연세가 80이 넘으셨다. 프랑스에는 이렇게 사실혼으로도 실제 결혼과 동일한 법적 효력이 있기때문에 굳이 결혼 없이 동거만 하는 커플이 많다고 들었다. 

인형같은 고양이가 테이블로 난입했다.ㅎㅎㅎ

전에 왔을땐 부끄러워서 근처에도 안오더니 드디어 놀아 주는구나!! 

사실 얘는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런데 어찌나 순한지.. 새침데기인줄 알았더니 이제보니 우리 모웬 저리가라 할 정도의 개냥이었다. 

눈이 안보인다는 이유로 모든 행동에 대해 면죄부가 있는듯 했다. ㅎㅎ 

우리 시어머니가 사오신 꽃다발의 비닐을 맛보는중이다. 

사실 저 꽃.. 이 집에 들어올때 가든에서 똑같은 꽃들이 만발한 걸 보았지만 사촌언니께서는 마블러스하다며 좋아하셨다. 

다들 수다가 한창일때 나는 일루에게 집중했다. 

간간히 자서방이 통역을 해 주었는데, 대부분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사촌언니께서 30년전 브라질 리우로 여행을 가신적이 있는데 그때 무슨 보석을 사서 팬티에 숨겨 오셨다고 한다. 세관 신고 피하려고...

일부러 옷을 엄~청 야하게 입고 들어왔는데 직원들이 수상하게 여겨 짐은 낱낱히 수색했지만 몸은 안 건들였다고..ㅎㅎ 자세히는 못 알아 들었지만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말씀하셔서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

일루 눈이 너무 예쁘다.

안아보라고 하셔서 나도 안아보았다. 너무 순둥해서 아주 편안하게 안겨주었다. 그대로 안고 집에 가고 싶었다. ㅎㅎ

고양이들은 옆모습이 제일 예쁘다. 볼이며 코라인이 예술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 시간이 되었다. 

전식으로 토마토 가스파초를 내 오셨다. 여름에 자주 먹는 음식이라고 하셨다. 

분명 자서방은 안좋아하는 맛인데 자서방도 배가 고팠는지 잘 먹었다. 

거의 대부분의 식기들이 실버였다. 멋지다... 

내가 실버 식기를 감탄할때 자서방은 다른 것을 보고있었다.

"나이프가.... 생선용이네... 생선 요리 하셨나보다..ㅠ.ㅠ"

자서방은 생선 못먹는데...

​자서방의 슬픈 예감은 적중했다. 

너무도 먹음직 스러운 연어구이가 나왔다. 

기름을 하나도 안쓴거라 담백하고 건강한 요리라고 사촌언니께서 설명해 주셨다. 

자서방 이거 건강한 요리래. ㅎㅎㅎ

화이트 와인은 알자스산이었다. 전에 먹어본 건데.. 정말 맛있다. 뭔가 허니향이 나는...

이건 가지와 버섯으로 만든거라 하셨다. 희한하게 어묵맛이 났다. 너무 맛있었다. 


양이 얼마 안될 거라 생각했는데 다 먹고선 배가 어찌나 부르던지.. 후식도 패스할뻔했다.

본식을 먹고나서 프랑스에선 항상 치즈를 먹나보다. 

브리치즈, 까망베르 치즈 그리고 고트치즈

치즈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프랑스에 있는동안은 다양하게 맛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빵에 조금씩 발라서 맛 보았는데 고소했다. 

디저트는 크림을 얹은 베리들- 블랙베리, 딸기, 라즈베리-

식사 하는 도중에 해가 지고 있었다. 

너무 예쁜 석양-

다음에는 꼭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자고 하셨다. 전에는 비가와서 이번에는 너무 더워서 못했으니..

프랑스 여름날씨가 참 변덕이 많다. 하루는 더웠다가 다음날은 갑자기 추웠다가-

 

일루 뭐하니? 그림 감상하니? 일루야 일루와 ㅎㅎㅎ

 

누나 따라갈래? ㅋㅋ

일루는 눈이 안보이긴 하지만 너무 좋은 주인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것 같다. 전혀 불행하거나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집안 구조를 잘 알고 있어서 걸어다니는걸 보면 눈이 안보인다는게 믿겨 지지가 않을 정도였다. 

야경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사진에는 담을수가 없어서 아쉽... 

해 지고 바로 왔는데도 11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왔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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